오토 웜비어·흥진호 사건·北核 도발에도 박원순 시장 "평양 인민위원장 만나고파"
  • 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서울시 주최 '평양살림 심포지엄 및 북한영화제'가 개최된다.ⓒ뉴데일리.
    ▲ 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서울시 주최 '평양살림 심포지엄 및 북한영화제'가 개최된다.ⓒ뉴데일리.

     

    # "서울과 평양을 쌍둥이 도시로, 평양시민은 서울 자전거 도로에서 상업·자본주의를 배우고 서울시민은 평양 거리에서 혁명·사회주의를 배우도록 해야 한다."

    # "평양 인민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왔다. 정권도 바뀌었으니 남북교류가 활짝 열려 이 같은 일들이 현실이 되도록 할 것이다."

    <1일 국립현대박물관 서울관 '평양살림 심포지엄' 中>


    서울시 주최 '2017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평양전'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 391 흥진호 납북 사건,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등으로 경색된 현재 남북 관계 현실과는 동떨어진 행사로, 평양을 과할 정도로 '역동적인 도시'로 묘사하는 등 미화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가 "남북 관계 진전을 기하겠다"며 지난 9월 2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평양도시 건축전'에서는 현재의 한반도 위기 상황을 외면한 듯 지나치게 이상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서울시는 서울디자인재단과 공동으로 1일부터 3일까지 <평양 다시보기>를 주제로 하는 '평양살림 심포지엄'과 '평양살림 북한영화제'를 진행 중이다.

    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에서 열린 <평양 다시보기> 행사(문화, 역사, 사회와 도시 이해하기)에는 국내외 30여명의 연사와 토론자들이 참석해 평양의 생활문화와 도시의 변화에 대한 토론을 나눴다.

    평양의 사회 현상과 건축과의 관계를 설명한 <세션1-평양의 문화와 도시>,<세션2-역사속 다시 새겨진 평양>에 비해 실제 평양을 경험한 패널들이 연사로 나선 <세션3-평양을 체험하다>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 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017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일환으로 '평양살림 심포지엄'이 개최됐다.ⓒ뉴데일리.
    ▲ 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017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일환으로 '평양살림 심포지엄'이 개최됐다.ⓒ뉴데일리.

     

    평양 체험 수기를 전하는 <세션3>에는 진리 미국 AP통신 전 한반도 지국장, 프레데릭 오자르디아스 프랑스 공영방송 외신기자,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 닉 보너 고려 투어 대표, 김일국 (주)한반도센터 대표 등이 참석했다.

    프레데릭 기자는 "호기심에 북한을 돕고 싶어서 인도주의 기구를 통해 2007~2008년 2년 간 거주했다"며 "금지구역이 있긴 하지만 평양이나 다른 도시나 똑같다"고 했다.

    북한에 잠시 거주 경험이 있는 닉 보너 대표와 프레데릭 외신기자는 평양이라는 도시에 대해 비교적 친근함을 느낀 경험담을 소개했다.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담은 영상을 보여준 진리 전 지국장도 "북한 사람들이 춤도 추고 노래하는 등 상황이 나쁨에도 우리와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들은 "아직 기억에 남는 것이 거리에서 아주머니들이 술마시고 춤추고 우리에게도 같이 춤을 추자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새로운 식당이나 이런걸 탐험하면 좋은데 어떤 외국인들은 그것을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탈북민인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와 김일국 한반도센터 대표는 "북한 김씨 일가는 평양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평양에 특혜를 베풀고 있다"고 설명하며 북한의 실상에 대해 꼬집었다.

    평양의 특혜가 '북한의 통치차원'이라고 설명한 주 기자는 "김씨 일가는 북한을 통치할 때 나라를 3등분 한다"며 "굶어죽어도 상관없는 가장 밑바닥 계층은 신경도 쓰지않으며 '지지계층'인 평양시민들에게는 아낌없이 대한다"고 지적했다.

    김일국 대표는 "북한에서 외국인이 북한 사람들과 접촉을 많이 하는 것이 혹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닉 대표의 질문에 "단언컨데 '노(NO)'"라고 강경한 어조로 답했다.

    북한 보위부 등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김 대표는 "간혹 이 중에 누군가가 북한을 방문해서 수천명을 접촉하는 기회를 가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전부 페이크(속임수)"라며 "북한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은 정권에서 설계하고 통제하는 것인만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주성하 기자 역시 재차 북한 체제의 현실을 패널들에게 강조했다. 그는 "평양인은 외국인 가이드 라인을 통으로 외우고 있으며 정형화 된 답변만 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만수대 동상의 높이를 묻는 외국인 질문에 "조선 인민의 충성심 높이만큼"이라고 답한다는 것이다.

    김일국 대표는 "북한, 특히 평양에서 외국인과 일하는 자들은 친북적 성향을 가진 자들을 포섭해 국제출로를 마련한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태라는 것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기에 외국인을 대할 때 철저한 가이드라인을 받는다"고 했다.

     

  • 1일 오후 '2017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일환으로 진행된 '평양살림 심포지엄'에서 박원순 시장과 참석 패널들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뉴데일리
    ▲ 1일 오후 '2017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일환으로 진행된 '평양살림 심포지엄'에서 박원순 시장과 참석 패널들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뉴데일리

     

    ▶ "남북교류 단절은 북한이 아닌 박근혜 정부 탓"

    서울시는 당초 이번 심포지엄의 목적을 남북 교류 협력 강화 차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본 행사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었다.

    핵(核) 미사일을 한국을 겨누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는 협박을 던지는 북한의 도발 국면에서 서울시가 남북교류기금 2억 5,000만원을 지원받아 '평양시장에 편지보내기' 등 행사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자칫 북한을 미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하필 이같은 시기에 이런 행사를 굳이 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서울시 공식 홈페이지에는 요즘 유행어인 "이거 실화냐?"는 시민들의 비판이 넘쳐났다. 해당 행사와 관련해 홈페이지와 SNS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마음 놓고 북한을 홍보한다", "북한을 국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자는 것인가",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는 반응으로 뒤덮였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에서 참관한 관객들 중 이같은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은 없었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1일 열린 심포지엄에 참가한 인원은 평일 오후 4시 기준으로 70여명 정도에 불과했다. 또한 대다수가 심포지엄과 연관된 단체 혹은 관계자들로 일반 시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패널들의 토론회가 끝난 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심포지엄에 참석해 연사들과 대화를 나눴다.

    박원순 시장은 "평양 인민위원장을 만나고자 그간 많은 노력을 했는데 불발됐다"며 "상대적으로 북한과 친밀한 몽골 울란바토르 시장에게 '다 해줄테니 평양 거쳐 서울 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도 한 적 있지만 결국 만남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닉 버너 대표는 "평양과 서울을 잇는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를 만들자는 이같은 건의를 서울·평양 시장 동지께도 하고 싶다"며 "평양시민은 서울 자전거 도로에서 상업·자본주의를 배우고, 서울시민은 평양 거리에서 혁명·사회주의를 배우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서울과 평양, 두 도시가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방안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서울시에 건의했다.

    안창모 교수는 또 "도시와 건축이 어떻게 다른 사회를 구현하는지 서울과 평양이 그 단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다"며 온건한 취지를 전하면서도 "도시 교류를 통해 두 도시의 시장이 앞장서 달라"고 했다.

    박원순 시장은 '평양살림 심포지엄'의 현실성을 묻는 한 청중의 질문에 "지난 정권 때는 워낙 중앙정부에 의해 남북교류가 막혀 있었기 때문에 서울이 독자적으로 교섭할 여유가 없었다"며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을 북한이 아닌 한국 정권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을 강력히 준비하기에 얼마든지 진전이 있을 것이라 본다"며 문재인 정부의 친북(親北) 기조를 넌지시 추켜세웠다.

    서울시는 이어지는 2일부터 3일까지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북한영화제'를 진행하며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 '태양아래, '프로파간다 게임', '북녘의 내 형제자매들', '어떤나라' 등을 차례로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