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 지키는 길=전술핵 배치' 美 조야 긍정 신호탄 이끌어내기까지
  • 미국 조야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청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외교 일정이 28일 귀국과 함께 마무리됐다. 홍준표 대표는 이번 방미 결과에 대해 "공화당 내 키맨(Key man)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냈다"며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미단 의원들도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방미 직전부터 홍 대표는 당 안팎에서 우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홍 대표의 직설적인 화법이 외교에 적합하냐는 걱정부터 여당도 아닌 야당 대표의 방문이 효과가 있겠느냐는 우려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여당은 홍 대표의 방미 소식에 정쟁외교, 몽니외교라고 비꼬아 말하기도 했다.

    방미단 의원들도 이번 방미 목적이 전술핵 재배치 여론을 전달하는 데 있다며, 기대하는 성과들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래서일까 홍 대표의 방미 4박 5일을 직접 옆에서 취재한 기자가 보기에도 그는 짧은 기간 동안 북핵 외교를 위해 숨 가쁘게 달렸다. 마치 다음은 없다는 듯 전력 질주했다. 홍 대표가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 뒤 기자들에게 전한 말도 "참 힘들었다"였다. 

    그는 정부인사 2명, 미국 여야 의원 7명을 만나 면담했다. 미국 CIA, 싱크탱크를 방문하고 대학생 간담회, 동포 간담회, 외신인터뷰 등 한국의 전술핵 배치를 공론화할 수 있는 곳에는 모두 찾아갔다. 미국 조야가 전술핵 배치 요청에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전술핵 재배치 현실화 가능성 확인 

  • ▲ 폴 라이언 미(美)하원의장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자유한국당 제공
    ▲ 폴 라이언 미(美)하원의장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자유한국당 제공


    방미 기간 중 미국 조야에서 전술핵 배치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탄이 터져 나왔다. 소위 홍 대표가 '키맨'(Key man)이라 표현한 미국 조야 인사들은 전술핵 배치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해줬다. 

    홍 대표가 키맨으로 지목한 세 사람은 폴 라이언 미(美) 하원 의장,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 CIA 코리아 미션 센터장이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지난 24일 홍 대표와 만나 "평화는 힘을 통해서만 얻어진다"며 "공화당과 한국당은 안보에 관한 한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 서열 3위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있는 인사의 발언이었기에 기대감이 모였다. 

    미 상원·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인물들이 모두 전술핵 배치에 긍정적인 의견을 보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홍 대표 또한 방미 기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 가장 중요한 위원회는 군사위원회"라고 강조했다. 군사위원회 소속 인사들이 전술핵 배치에 얼마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느냐가 향후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는 것이다. 방미 기간 중 홍 대표를 활짝 웃게 하는 결과가 나왔다. 

    맥 손베리 미(美) 하원 군사위원장은 홍 대표와의 만남에서 "한국 국민들이 원할 경우 전술핵 배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손베리 위원장은 "전술핵 배치에 동의한다"며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 문제가 행정부에서 논의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홍 대표는 손베리 위원장을 두고 "200% 우리 편"이라며 기뻐했다. 


    ◆전술핵 재배치 그 어려운 문턱

    여전히 전술핵 배치를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도 있었다. 북핵 문제를 외교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국 내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 민주당 소속 의원인 잰 샤코우스키와 브래드 셔먼은 "전술핵 배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

    이들은 한반도에 전술핵을 직접 전개하지 않더라도 한반도 방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국의 핵우산만으로 한국의 안보를 지키는데 충분하다는 설명이었다. 

    셔먼 의원은 "미국의 핵기술은 굉장히 활성화 돼 있다. 핵무기가 어디에 배치됐는가보다 미국이 북한의 위협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행정부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외교협회(CFR) 관계자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홍 대표의 전술핵 배치 주장이 미국의 '핵확산 억제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반발했다. 

    토비 달튼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핵정책 프로그램 부국장은 "한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해달라고 하면 오히려 한미동맹의 균열이나 신뢰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체핵무장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홍 대표의 독자적 핵무장 발언을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생각하는 인물도 있었다. 

    스탠리 로스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전술핵 재배치는 군사적 효용가치가 없다고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고,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북핵 억제를 위해 미국 전략자산 배치 등 다른 대안이 있다"고 반박했다. 

    홍 대표는 "북과 동등한 입장에서 핵폐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는 전술핵 배치는 궁극적으로 북한과 비핵화 협상장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힘의 균형을 맞추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 측근은 이에 대해 "(홍 대표가) '힘의 균형도 없이 협상하면 안 되지 않느냐, 균형부터 맞춰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반대하던 사람들도) 조금씩 질문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美 여야 중국 압박 필요성 의견 일치

    미국 조야는 전술핵 배치에 대해선 일치한 의견이 없었지만, 북한을 압박할 더욱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특히 미국 여야 모두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미국이 홍 대표의 전술핵 배치를 근거로 중국을 압박해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한국 전술핵 배치를 고려하겠다고 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홍 대표도 미국 조야가 내는 대중(對中) 메시지를 이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했다.

    홍 대표는 26일(현지 시간) 방미 기간 중 처음으로 중국의 역할론을 꺼내며, 전술핵 재배치가 중국을 압박해 들어갈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날은 그가 미국 조야의 의견을 수렴을 마친 날이자, 미국에서 사실상 공식 일정이 끝나는 날이었다. 

    그는 이날 내셔널 프레스 클럽(NPC)에서 "중국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면 북핵은 이렇게 발전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중국이 방관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북핵이 마지막 단계까지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가 한국과 중국을 방문할 때 좀 더 강력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핵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을 우리가 반대할 수 없다는 정도의 강한 메시지 보내야지 북핵 제어 효과가 나타나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방한 변곡점 

    홍 대표는 28일 귀국 후 간담회에서 "가서 만날만한 사람들은 다 만났다"며 "트럼프가 한국과 중국을 방문할 때 북핵에 보다 실질적이고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제 선택의 공은 미국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홍 대표가 방미 중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북핵 대응 선택지 중 아직 사용하지 않은 옵션은 한국 전술핵 재배치 단 한 가지 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 대표의 방미 성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중 전술핵 배치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이유 있는 '고집'

  • ▲ 지난 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조지타운대학교에서 학생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사진을 찍고 있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자유한국당 제공
    ▲ 지난 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조지타운대학교에서 학생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사진을 찍고 있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자유한국당 제공


    본지 기자는 방미 취재 전 <홍준표의 訪美 전략, 그리고 기대되는 것들>을 통해, 홍 대표가 한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정치인 홍준표의 야심을 버려주길 기대했다. 

    홍 대표 스스로 "나는 차기를 노리는 중천에 솟는 해 보다는 내 나라를 지키는 아름다운 석양이 되고자 한다"고 말한 것이 진심이었길 바랐다.

    이번 방미 기간 그를 지켜보며 대한민국의 안전을 걱정하는 그의 마음이 흔한 보수 정치인이 선택하는 '안보 쇼'가 아님을 확인했다. 

    방미 기간 내내 친박(親朴) 청산 문제로 국내 정치가 시끄러웠지만, 그는 국내 정치와 관련해선 철저히 침묵했다. 

    그는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고 나서야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조지타운대학생 간담회 도중 홍준표 개인의 정치를 궁굼해하는 한 학생의 질문에 "전술핵 문제와 뒤섞여 메시지에 혼선이 올 수 있다. 국내 사정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답을 하겠다"고 했다.

    그가 답변을 거절한 상황이 누군가에겐 '고집'으로 읽혔겠지만, 홍준표의 이유 있는 '고집'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전술핵 배치를 요청해야 한다며 미국을 방문했고, 그 이유 하나로 정치인 홍준표를 설명할 기회를 포기했다. 

    적어도 그날의 고집이 '오천만 국민이 북한의 핵 인질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사실로 확인되려면, 또한 미국 유력인사들과의 단순한 숨가뿐 사진찍기 이벤트로 남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홍준표 대표가 이번 방미를 통해 얻은 인적 자산과 미국 외교가에 대한 이해를 다시 국내 정치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