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R 간담회, "경찰서가 짚 앞에 있는 게 좋지, 수백 킬로 떨어진 게 좋을리 있나""그게 진짜 한국 목표냐" 싸늘한 반응도… 북핵 위험 강조하면서도 강약 조절 나서
  •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FR) 한반도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 전술핵 배치의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FR) 한반도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 전술핵 배치의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은 방미 셋째 날인 25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 한반도 전문가들을 찾아 전술핵 재배치가 절박하다고 호소했지만, 미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국의 핵확산 억제 정책과 정반대의 주장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는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로, 미국 정부의 외교 정책 및 국제관계 관련 자문기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통이자 국무장관 후보 하마평에 올랐던 리처드 하스가 회장으로 역임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홍 대표는 이날 미국외교협회 간담회 연설에서 "지금의 북핵 위기를 극복하고 한반도에 전쟁을 막는 유일한 방안은 남북의 핵균형을 이루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한미 핵 동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무엇보다, 저는 공포의 핵균형을 이루는 것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저와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최후의 수단으로 국민의 뜻을 모아 독자적 핵무장에 나설 의지까지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지난 25년 동안 한미 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 왔지만, 모두가 수포로 돌아갔다"며 북핵 해결 방법으로는 사실상 군사적 압박밖에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ICBM, IRBM, SLBM 등 핵무기를 실어 나를 미사일을 실전 배치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시킴으로써, 그야말로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턱밑까지 칼이 들이닥친 상황이 됐다"고 경고했다. 

    또 "과거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를 둘러싸고 무려 세 차례나 전면전을 벌였지만, 양국 모두 핵탄두를 보유한 1998년 이후에는오히려 평화를 위한 노력을 재개했다"며 "양국이 보유한 핵무기 때문에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핵균형이 오히려 평화를 지킨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독일을 예로 들며, 이미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제공한 선례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1970년대 중반 소련이 동독지역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했을 때 서독의 슈미트 총리는 핵우산 약속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퍼싱2 핵미사일 배치를 끈질기게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독 의회가 1983년 퍼싱2 배치를 결정했고 이는 1987년 ‘중거리핵미사일폐기협정(INF)’이라는 역사적인 군축 협상의 결과물로 이어졌다"며 "이처럼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게 되면, 남북 간 군축 협상의 단초가 될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다지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외교협회 관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주로 홍 대표의 생각이 미국의 '핵확산 억제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특히 홍 대표의 독자적 핵무장 발언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한미동맹과 전술핵배치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군사적 효용가치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외교협회 스탠리 로스는 "전술핵 재배치는 군사적 효용가치가 없다고 생각이 드는데 왜 굳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냐며, "한국 자체 핵무장의 이점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토비 달튼도 "한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해달라고 하면 오히려 한미동맹의 균열이나 신뢰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전술핵배치를 안 해주는 것이 왜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홍 대표는 "슈미트 수상이 '핵우산만으로는 우리가 안심할 수가 없다. 워싱턴이 핵공격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면 미국이 독일을 보호해줄 수 있느냐'라고 요구해서 전술핵 배치를 한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독일의 선례가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그는 "북한의 핵은 미국의 통제밖에 있다"며 "포악하고 판단이 미숙한 어린지도자(김정은)가 핵을 가졌기기 때문에 저희들은 미국과 나토식의 핵동맹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 자체 핵 개발 주장의 방점이 핵 보유에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마크 피츠패트릭은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안 해주면 자체 핵무장을 한다고 했는데, 핵무장을 하는 게 진짜 목표냐"며, 홍 대표의 주장에 반발했다.  

    로버트 아인혼은 "북핵 억제를 위해 미국 전략자산 배치 등 다른 대안이 있다"며 "한국의 핵자체 개발 외에 다른 옵션에 대해 생각해둔 게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홍 대표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다만 "북핵문제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북핵을 바로 머리 위에 이고 사는 그런 절박한 문제"라며 "북과 동등한 입장에서 핵폐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또 "지금 (미국의) 전략자산 재배치나 이런 것만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안심하지 않는다"며 "강도가 집에 들어왔는데 경찰서가 집 옆에 있는 것이 옳겠나. 아니면 수십 킬로 수백 킬로 떨어진 게 안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홍 대표는 북핵 위협으로 인한 한국 국민들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한편 독자적 핵무장 발언이 미국 측에 반발을 불러온 것을 확인한 홍 대표 측은 남을 일정 동안 한국당이 원하는 것은 북한 비핵화며, 전술핵 재배치는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