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연이은 지방行… 지방선거 8개월 앞두고 '의미심장'
  •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광주챔피언스파크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를 하기 위해 마운드로 나서면서 관중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광주챔피언스파크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를 하기 위해 마운드로 나서면서 관중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始球)를 명목으로 광주광역시를 찾았다.

    '해양의 날' 기념식으로 전북을 찾은데 이어 부산영화제 명목으로 부산, 추석 연휴 때 특별한 이유 없이 경북 안동을 찾는 등 연이은 지방 행보가 지방선거를 8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광주행에는 전남도지사 차출설이 나도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동행해, 지역 연고구단인 KIA 점퍼를 입고 경기를 관람해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광주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자로 '깜짝 등장'했다.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문재인 대통령은 마운드로 바로 향하지 않고 쏟아지는 광주 관중들의 환호에 웃음을 감추지 못한 채 한동안 양팔을 들어 흔들며 답례를 보냈다.

    이윽고 마운드에 올라가 이날 원래 시구를 맡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김응용 전 해태 감독으로부터 공을 건네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KIA 포수 김민식을 향해 공을 뿌렸다. 타석의 두산 민병헌은 헛스윙으로 장단을 맞췄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푸른색 국가대표팀 점퍼에 태극기 패치가 붙은 글러브를 착용했다.

    반면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한 임종석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 윤영찬 소통수석은 KIA 점퍼를 입고 경기를 관람해 대조를 이뤘다. 임종석 실장은 전남 장흥, 장하성 실장은 광주광역시, 윤영찬 수석은 전북 전주 출신이다.

    현직 대통령의 역대 프로야구 시구는 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역사적인 시구'를 행한 전두환 대통령을 비롯해, 김영삼·노무현·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다섯 번째다.

    또, 한국시리즈 시구로만 한정하면 김영삼·노무현·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다. 이 중 김영삼 대통령만이 1994년과 1995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시리즈에서 시구를 했다.

  •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광주챔피언스파크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를 하고 있다. 사진 뒷쪽은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광주챔피언스파크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를 하고 있다. 사진 뒷쪽은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뉴시스 사진DB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인 2008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시구를 하려 했으나, 일정이 일찌감치 노출되면서 경호 관계상 철회했다.

    그에 반해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시구 일정이 야구 관련 대형 커뮤니티에 사전 노출됐으나 그대로 강행됐다.

    대통령의 한국시리즈 시구가 전례없는 일은 아니지만, 일정이 사전에 일찌감치 노출됐는데도 그대로 진행한 것은, 대통령의 연이은 지방행보와 내년 지방선거 간의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의미심장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시구 과정에서 영접을 한 뒤 마운드까지 대통령을 인도하고, 다시 시구를 마치고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 수행하는 '지극정성'을 보였다.

    구본능 총재는 지난 23일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문재인)계 손혜원 의원에 의해 수모를 겪은 바 있다.

    희성그룹의 회장이기도 한 구본능 총재는 오로지 야구사랑의 일념에서 KBO총재를 맡아왔는데, 손혜원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이런 그를 마치 적폐의 일원인양 몰아붙이며 "사퇴하라"고 고성을 질렀다.

    이에 구본능 총재는 눈시울까지 붉히며 "깨끗하게 관두겠다"고 했다. 아울러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줘서 고맙다"며 "좋은 사람 있으면 추천해달라. 누가 더 나은지 비교 한 번 해보겠다"고 맞받았다.

    이를 두고 야구계의 최대 축제인 한국시리즈를 불과 이틀 남겨놓고 집권여당 의원이 잔치판에 재를 뿌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예고한 구본능 총재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시구에 시종일관 깍듯이 예의를 갖춰 "역시 손혜원 의원과는 사람의 그릇 크기가 다르다"는 찬사를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