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파엔 '갈테면 가라', 홍준표엔 '그건 친박 청산 아냐', 국민의당엔 '같이 못해'기가 막힌 "배제의 정치"… "대체 누구와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냐"
  •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4일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4일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동안 정계개편의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의 '중도통합론'이 역력한 '파장(罷場)' 분위기를 맞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된다'는 '배제의 정치'로 일관해, 당 구성원들에게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당에서조차 "대체 누구와 정치를 하려는 거냐"는 볼멘 소리까지 공개적으로 나오는 판이다.

    25일 오전에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향한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바른정당이 11월 내로 깨지게 돼 있는데, 불 질러진 노적(露積)에서 싸라기를 몇 개 주웠다고 통합이라 할 수 없다"며 "이런 것은 하지 말자"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수 의원도 회의장을 나서면서 취재진과 만나 "의원총회를 통해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컨센서스가 이뤄진 상황에서 (통합론이) 제기돼야지, 당대표가 떠보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올바른 절차가 아니라는 발언들이 나왔다"며 "의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의 '통합론'은 '선거연대론'으로, 다시 '정책연대론'으로 끝없이 후퇴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내에서의 반발 움직임이 드러나면서, 이에 기대를 걸었던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의 분위기도 급속도로 식어가고 있다. 한 뉴스통신사에 따르면, 바른정당 의원 20명 중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에 찬성하는 의원은 단 1명 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창간 12주년을 맞이해 지난 21~22일 양일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의 통합은 양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사진 오른쪽)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해왔으나, 유승민 의원(왼쪽)의 발언 이후 당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벽에 부딪혔다. 사진은 지난 10일 의원회관에서 안철수 대표, 이언주 의원이 유승민 의원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사진 오른쪽)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해왔으나, 유승민 의원(왼쪽)의 발언 이후 당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벽에 부딪혔다. 사진은 지난 10일 의원회관에서 안철수 대표, 이언주 의원이 유승민 의원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국민의당 지지층의 43.9%, 바른정당 지지층의 44.4%가 '중도통합론'에 지지를 보냈다. 이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더욱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때 국민의당 의원 40명 중 30명이 '중도통합'에 동의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었다. 지지자들이 견인하고 의원들도 상당수 기대를 걸었던 '중도통합론'이 불과 며칠 사이에 급격히 좌초된 원인은 뭘까.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정치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내놓았던 것이 그 결정적 '변곡점'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20일 한 매체는 유승민 의원이 안철수 대표에게 양당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박지원 전 대표의 출당(黜黨)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또, 주말에 이와 관련해 양자가 회동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관해서는 유승민 의원 본인이 보도자료를 통해 즉시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이후 22일 기자회견에서 "정치철학과 노선이 같은 사람들이 조직한 결사체가 정당"이라며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정당을 같이 할 수는 없다"고 '배제의 정치'를 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승민 의원이 지금 누구더러 누구를 출당하라 말라 할 처지가 되지 않고, 뭣보다 아직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선출되지도 않은 마당에 이런 요구를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정치권 인사들조차 이 기자회견을 보고 생각을 고쳐 하게 됐다고 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총선에서 대패한 것도 민진당과 통합하는 과정에서 '누구누구는 생각이 달라 당을 같이 못한다'며 '선별의 정치' '배제의 정치'를 했기 때문"이라며 "유승민 대표는 패배의 길로 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바른정당 통합파가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고나면 불과 10명도 안 되는 비교섭단체를 이끌 운명인 유승민 의원이 40석 국민의당을 향해 '누구를 내쫓고 뭐를 포기하라'고 고압적인 '배제의 정치'로 압박하는 형국에, 당초 '중도통합'에 우호적이던 국민의당 의원들조차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배제의 정치'가 계속되자, 참다참다못한 같은 당의 자강파 남경필 경기도지사조차 "대체 누구와 정치를 하려는 것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배제의 정치'가 계속되자, 참다참다못한 같은 당의 자강파 남경필 경기도지사조차 "대체 누구와 정치를 하려는 것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던 주승용 전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같은 부분은 힘을 모으고,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은 각자의 노선을 가면서 대화와 소통으로 접점을 찾아나가는 게 연대"라며 "(유승민 의원이)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지도 않고 호남을 탈피하라(고 한) 이것은 예의도 아니고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찬성하는 의원으로 분류돼 있던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바른정당과 정책적인 연대를 하다가 잘만 되면 또 선거연대까지도 갈 수 있고, 그래서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했을 때는 또 그 때 가서 통합도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해왔는데 (통합찬성파라는 것은) 상당히 확대왜곡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단계적 통합론'에 우호적이던 상대당 중진의원조차 "(통합찬성 분류는)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유승민 의원이 무르익어가던 분위기에 말 한마디로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예의도 모른다"는 비판을 듣는 것도 자업자득이라는 평이다.

    일을 이렇게 어그러뜨려놓다보니, 같은 당내 자강파들 사이에서조차 유승민 의원이 불신을 사는 조짐도 눈에 띈다.

    당장 10명 내외의 의원들로 구성된 바른정당 통합파는 10월말~11월초에 탈당을 단행할 예정이고, 비교섭단체의 지위로 굴러떨어질 것은 명약관화인데,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친박 청산' 노력은 폄훼하면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조차 누구누구 때문에 안 된다고 하니, 그럼 정치를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겠다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바른정당 자강(自彊)의 색채가 강했던 남경필 경기도지사조차 지난 23일 "통합파 의원들에게는 '갈테만 가라'고 하고, 한국당은 아무리 노력해도 통합할 수 없으며, 국민의당은 안보관이 불분명해 안된다고 주장하면 누구와 정치를 하겠다는 거냐"며 "유승민 의원은 분열의 정치를 그만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유승민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끝까지 '독자완주'를 고집했던 것처럼 소속 의원들에게 전혀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기야 대선후보 경력도 달고 당대표도 해보면 좋지만, 쫓아가는 의원들에게는 무엇이 남는 것이냐. 이런 식으로 하면 회의감과 불신만 점점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