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예능 29편 표절, 대응 늦을수록 국내 방송사 피해 늘어
  • ▲ ⓒJTBC 화면 캡처.
    ▲ ⓒJTBC 화면 캡처.


    중국 방송사들의 한국 예능프로그램 베끼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정도를 더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 당국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표절 대상이 국내 지상파를 넘어 종편과 케이블채널까지 확대되면서 방송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판권도 구매하지 않은채 프로그램을 통째로 베끼는 사례가 늘면서 개별적으로 법적인 대응을 검토 중인 방송사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JTBC의 '효리네 민박'과 tvN의 '윤식당'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중국 후난위성TV가 포맷을 그대로 베껴 표절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국내 방송 프로그램과 연예인들의 중국 진출이 어려워진 틈을 타, 판권을 구매하지도 않은 채 포맷을 그대로 베끼는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중국 방송사들이 국내 예능 프로그램을 표절한 사례는 한 둘이 아니다.

    심천위성TV가 제작한 '주방의 비밀'(JTBC 냉장고를 부탁해), 후난위성TV의 '동경하는 생활'(tvN 삼시세끼) , 후난위성TV의 '신기한 아이'(SBS 영재발굴단), 강소위성TV의 '사위가 찾아왔다'(SBS 백년손님 자기야) 등은 등장인물만 중국인일뿐 프로그램의 포맷은 국내 방송을 '복사한' 수준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 5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한류방송콘텐츠의 국제 포맷 분쟁 사례'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KBS, MBC 등 주요 방송사 프로그램 수십 편이 표절돼 중국에서 제작·방영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늑장대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6일 자료를 내고 "중국 내 제작사 중심으로 표절이 이뤄지고 있어 국내 방송사 및 제작사에서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정작 정부는 늑장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의 한국 프로그램 표절은 4년 전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위성방송국의 방송 포맷 수입을 제한한 이후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4년이 지난 올해 들어서야  실태조사에 나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김성수 의원은 "한국 제작사 및 방송사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 중국 측에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문체부는 저작권, 방통위는 규제 등으로 관련업무가 분산돼 있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큰 문제"라며 "부처 간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대응 및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의원이 방통위 및 방송 제작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 방송사들이 표절한 한국 예능프로그램은 방송사별로 KBS 5개, MBC 2개, SBS 9개, JTBC 4개, tvN 6개, 엠넷 3개 등 모두 29편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