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나라 안돼" 한목소리... 박원순은 "외교 부재에 따른 재난" 주장
  • 개봉 이틀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화제의 영화 '남한산성'을 둘러싼 정치권의 다양한 해석이 눈길을 끈다. 정치인들은 병자호란의 원인을 놓고 '무능한 임금', '외교적 노력 부족' 등 각기 다른 시각차를 보였지만 대부분 국력(國力)의 부재가 가져오는 참상에 대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한산성은 작가 김훈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다. 청나라에 맞서 남한산성에서 결사항전 하지만 결국 청의 황제 칸에게 머리를 찧으며 절하는 항복 의식을 치르는 삼전도 굴욕을 당하는 인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명을 섬기는 조선이 청과 화친을 맺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척화파와 살기 위해 청과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다는 주화파 간의 대립을 그려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명분과 실리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한다. 

    이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한산성 관람 후기를 남기고, 지도자의 리더십과 나라의 힘을 강조했다. 

    홍 대표는 "나라의 힘이 약하고 군주가 무능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의 몫이 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됩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백성의 삶이 피폐해지고 전란의 참화를 겪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무능과 신하들의 명분론 때문"이라며 "비록 다소 역사의 왜곡은 있지만 북핵 위기에 한국 지도자들이 새겨 봐야 할 영화라고 본다"고 했다. 


  •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도 임금의 무능과 힘없는 조선을 강조하며, 홍 대표와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장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조판서의 명분 (척화파)과 이조판서의 실리 (주화파)를 집중비교 조명하며 힘없는 조선의 설움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준 명작"이라고 밝혔다. 

    장 의원은 "분명 두 사람 모두는 조선의 충신이였습니다. 그러나, 조선의 백성들을 죽음과 고통과 굴욕으로 몰아넣은 자는 명분도 실리도 타이밍도 모두 잃어버리고 어떤 것도 결단하지 못한 무능하고 모호한 임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에 큰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지도자의 모호성은 국가를 더 큰 위기에 빠뜨린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예조판서로부터 임금의 격서전달을 부탁받은 대장장이가 한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임금과 사대부들이 어느나라를 섬기던, 우리백성이 바라는 것은 봄에 씨 뿌리고 가을에 수확하여 굶지 않고 사는 것'"이라며 "결국, 이념도 실리도 명분도 아닌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원순 서울 시장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얼마든지 외교적 노력으로 사전에 전쟁을 예방하고 또한 백성의 도탄을 막을 수 있었는데도 민족의 굴욕과 백성의 도륙을 초래한 자들은 역사 속의 죄인이 아닐 수 없다"며, 외교적 능력의 부족에 초점을 맞췄다. 

  • 박 시장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도자들이 잘못된 현실판단과 무대책의 명분에 사로잡혀 임진왜란에 이어 국가적 재난을 초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시장도 국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여전히 강대국 사이의 대한민국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중국 사이에 남북의 대결은 깊어지고, 경제적 압박과 안보의 위기는 커져가고 있습니다"라며 "우리의 힘을 키우고, 외교적 지혜를 모으고, 국민적 단결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이 정보의 부재로 병자호란이 일어났다는 색다른 시각을 내놨지만 결국 '국력'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하 의원은 "상설 정보기관만 있었어도 저 정도 정세 판단의 무능은 없었을 것"이라며 "표면적으로는 척화파, 주화파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근본 원인은 정보의 부재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굴욕의 가장 큰 원인은 총체적 국력과 국방력 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