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소식통 “예년 추석 대목 장사진 치던 차량들 사라져”
  • ▲ 김일성 동상 앞을 지나는 북한 주민들. 북한에서 추석은 '봉건시대의 잔재'에 불과하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일성 동상 앞을 지나는 북한 주민들. 북한에서 추석은 '봉건시대의 잔재'에 불과하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가 점점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최근 추석을 앞두고 중국과 북한 간 무역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지적은 그 연장선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누군가 대북제재의 대상을 북한 주민들로 만들고 있는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9일 “매년 추석을 앞두고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려 中해관 앞에 장사진을 치던 화물차들이 올해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올해 추석은 10월 4일이지만, 9월 30일이 토요일이고 10월 1일부터 8일까지는 중국 중추절 연휴이기 때문에 모든 해관이 문을 닫는데 의외로 한산한 모습”이라는 중국 소식통의 이야기를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中단둥 무역상 소식통은 “추석 전 마지막 주 中단둥해관 상황을 보면, 대목인데도 평소 절반도 안 되는 하루 평균 30~40대의 화물차들이 北신의주로 들어갔고,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나오는 화물차도 하루에 20여 대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매년 추석 대목에는 하루 평균 200여 대의 차량이 中해관에서 통관을 기다리느라 시내까지 장사진을 쳤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 모습은 자신이 무역업에 종사한 20년 동안 처음 보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中-北무역이 이처럼 급감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유엔의 강한 제재로 中무역상들이 북한에 물건을 파는 것을 주저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북한과 거래하는 中무역상 대부분이 외상거래를 하는데, 북한 정세가 극도로 불안해진 요즘에는 외상거래를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다른 中단둥 무역상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원칙대로 이행하기 시작했고, 해관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 검사를 지나치게 까다롭게 하는 것도 무역량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中해관의 화물검색이 까다로워지면서 통관 대행업체의 비용이 올랐고, 9월부터는 식품류 수출관세도 대폭 올랐다”며 “이 같은 규제는 中정부의 방침에 따라 취해진 것이기 때문에 북한 무역상들은 항의만 할 뿐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시작된 지 오래 됐지만 올해 추석처럼 찬바람이 불기는 처음”이라며 “추석에 차례 상조차 차리지 못하게 된 북한 주민들이 가엽다”고 동정했다고 한다.

    국내에도 알려지다시피 북한 김씨 정권은 1967년 “추석은 봉건시대의 잔재”라면서 주민들에게 이를 기념하지 못하게 해오다 1988년 추석을 명절로 인정하고 하루 쉴 수 있는 공휴일로 만들었다. 하지만 식량 부족과 이동 제한 때문에 성묘를 가거나 차례상을 차릴 수도 없어 ‘무늬만 명절’이다. 기껏해야 당국으로부터 이동 허가를 받아 성묘를 하는 것으로 ‘추석 행사’는 모두 끝났다고 한다.

    그러다 김정일과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장마당 경제’가 어느 정도 커지자 북한 주민들도 추석을 제대로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北당국의 도움은 전혀 없었다. 추석날 하루를 쉬어도 나중에 다른 휴일에 일을 해야 하는 지침은 그대로였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북한에 들어가는 中화물차량의 수가 크게 줄었다는 지적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김정은 정권을 정조준하고 있음에도, 中당국이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북한 주민에 대한 제재로 방향을 돌리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