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사태' 방문진 "2003년 법률자문 결과 방통위는 감사 권한 없어"
  •  

  •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사옥 전경.ⓒ뉴데일리DB.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사옥 전경.ⓒ뉴데일리DB.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MBC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감사 예고를 두고 '위법(違法)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전례 없는 일이다. 1988년 방송문화진흥회법(이하 방문진법)이 제정된 후 최초로 진행되는 방통위의 방문진 관리·감독은 '노골적인 방송 경영진 물갈이'라는 지적과 함께 '방통위의 권한 남용'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지난 22일 방통위 측은 MBC 방문진을 향해 ▲2012년부터 현재까지 약 5년간의 이사진 급여와 법인카드 사용 내역 ▲노사단체 협의 사항 ▲사장 추천 및 해임 관련 자료 ▲직원 성과금 지급내역 ▲MBC 내부 경영자료 ▲ MBC 출연금 관련 자료일체 ▲ MBC 기본운영계획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2002년 법제처에서 방송위원회(현 방통위)가 방문진에 대한 감사·감독권을 가진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사실이 있다'는 이효성 위원장의 주장에 따라 이뤄졌다.

    이효성 위원장은 최근 방통위 전체회의와 국회 대정부질의 등에서 "MBC 파업 등으로 방송 송신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무겁게 받아들여 방통위가 어떤 조치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며 파업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줄곧 시사해왔다. 

    방통위는 2002년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라 방문진을 감사하겠다며 자료를 요구했으나, 실제 방통위가 요구한 자료들에는 'MBC 내부 경영자료'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방송계와 정치권에서는 '초법적 요구'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애시당초 방통위에게 방문진을 감사할 권한이 없다'는 법적 해석도 나왔다.

    28일 방문진 측은 "지난 2003년 방송위원회(현 방통위) 감사실시에 대해 법률자문을 구했고, 그 결과 '방문진은 방문진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법인으로, 방송위는 방문진에 대한 감사권을 가질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방문진 법률자문을 맡았던 김동희 서울대 법대 교수는 "(방문진이) 형식적으로 민법 제32조에 따라 설립된 것이 아니라는 점, 실질적으로 방송위가 방문진에 대해 설립허가권이나 취소권이 없다는 점에서 방송위는 민법 제37조의 준용에 의해 방문진 감사권을 가질 수 없다"는 해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의 2002년 법제처 유권해석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관련 법률해석에 따르면, 방통위는 방문진을 감사할 권한이 없다. 따라서 방문진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위법이 된다.

    방통위와 방문진은 각각 2002년 유권해석과 2003년 법률자문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팽팽하게 기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MBC 방문진은 "이외 기타 법무법인에서도 '방문진법이 방송위에 포괄적 감독권을 부여하지 않은 이상, 방송위가 방문진에 포괄적 감독권을 가지고 감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논란 탓인지 방문진은 방통위를 향해 자료 제출 기한을 미뤄달라는 요청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당초 29일까지 MBC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방문진의 자료 제출 연기요청은 제출에 앞서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방침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사실상 방통위의 '초법적 자료제출 요구의 합법 여부'를 재차 논의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통위의 위법 감사 논란을 두고 야권 역시 들끓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도를 넘은 문재인 정부의 초법적인 정치공작"이라고 지적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27일 성명에서 "방통위는 방문진에 '방문진법', '민법 제 37조'를 근거로 자료를 요구했지만 이는 위법적 요소가 다분한 것임이 밝혀졌다"며 "초법적 감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강효상 대변인은 "현행 방문진법은 방통위에게 방문진의 이사 임명과 예·결산에 관련된 권한만 명시하고 있다"며 "방문진은 민법에 의한 법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민법을 준용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이라도 방문진에 대해 권한도 없는, 초법적·비상식적 자료제출 요구를 중단해야 한다"며 "그것만이 방송 자유와 독립을 지키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야권의 한 관계자는 2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유례없는 급작스런 방문진 감사를 하기 위해 방통위도 온갖 명분을 제시해야 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해당 명분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 지금에도 이를 멈추지 않는다면, 이는 명백한 정치탄압임을 증명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