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가난과 굶주림에서 구출하고도 비명(非命)에 간 박정희 육영수의 따님에 대하여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 趙甲濟  /조갑제닷컴 대표
  • 검찰은 오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에서 “피고인의 구속 기한(6개월)인 다음달 16일 24시까지 증인신문을 마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구속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데다 추가 증거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뇌물 부분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검찰이 추가로 영장을 발부해달라고 한 공소사실은 SK와 롯데 관련 뇌물 혐의이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구속영장은 수사 필요성에 따라 발부되는데, 재판 단계에서 이미 심리가 끝난 사건에 대해 추가 영장이 왜 필요하느냐”며 반대 의견을 밝혔고 재판부는 “추석 이후 열리는 재판에서 추가 구속 여부에 대한 의견 진술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양측에 추가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지난 5월 말부터 주 4회씩 공판을 열어왔는데 증인이 많아 재판이 길어지고 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12월17일자에 ‘청와대의 딸’이라는 제목의 무기명 칼럼을 실었는데 최순실 사태를 문학적으로 설명하였다. 朴槿惠 대통령의 몰락은 신파극과 코미디적 요소(정유라의 애완견이 사건의 발단)가 있을 뿐 아니라 그리스 비극 같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그러나 비극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 부족한 게 있다고 했다. 그것은 ‘관중의 연민’(the pity of the audience)이다. 

     한국의 언론과 정치에 대한 모욕적 표현이다. 사람이 비극을 보고도 슬퍼할 줄 모르고 공감할 줄 모른다면 문학이 성립되지 않는다. 나는 TV토론이나 대중강연장에 나가면 이런 말을 하곤 하였다. 
      “우리를 가난과 굶주림에서 구출하고도 비명(非命)에 간 박정희 육영수의 따님에 대하여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무슨 값싼 동정심이냐는 비판이 있을 법한데 의외로 수긍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칼럼의 마지막을 이렇게 정리하였다.
      <부모의 사진들과 유품(遺品)들에 둘러싸여 살면서 그녀는 젊은 시절의 외로움에서 벗어나 성숙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오는 11월14일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그의 딸은 감옥에서 맞게 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작년에 확정한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 우표 발행을 새 정부가 들어서자 취소하였다. 박정희 지우기가 정권 차원에서 진행중이다. 박정희는 농부, 근로자, 군인, 기업인, 과학자, 기술자는 좋아하였지만 기자, 검사, 판사, 교수, 정치인은 싫어하거나 경멸하였다. 士農工商의 신분질서를 商工農士로 바꾸는 것이 근대화 혁명의 과제라고 여겼다. 士는 조선조 시절엔 양반이었고 요사이는 특권의식이 강한 기자, 검사, 판사, 정치인, 귀족노조, 교수들일 것이다. 아버지가 경멸하였던 이들 신종 양반으로부터 집단적 보복을 당하는 이가 그의 딸이 아닐까? 
     

     아래 글은 1999년에 산업자원부가 펴낸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역대 상공ㆍ동자부 장관 에세이집》 P.42~44에 실린 朴忠勳(박충훈) 前 국무총리의 회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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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좀 감상적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너무나 인상 깊었기에 적어본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타고난 손재주도 물론 대단하지만 배우겠다는 向學熱(향학열) 또한 세계 제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날짜가 확실치 않은데 어느 날 九老工團(구로공단) 作業場(작업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朴正熙 대통령은 몇 사람의 수행원들과 함께 공장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여남은 살 된 少女(소녀)가 제 옆에 大統領(대통령)이 와 서 있는 것도 모른 채 일하고 있었는데, 대통령께서는 바쁘게 놀리고 있는 少女의 손을 내려다보다 덥석 그 소녀의 손을 잡고 “네 소원이 뭐냐”고 물었다.

    엉겁결에 대통령에게 손목을 잡힌 소녀는 어리둥절했다기보다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 아닌가 해 겁에 질렸을 게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大統領)은 가볍게 떨고 있는 소녀에게 재차 네 소원이 뭐냐고 물었다. 주위에 있던 수행원들이 그 소녀에게 안심하고 네 소원을 말해보라 했다. 그제서야 소녀는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른 또래의 아이들과 같이 교복(校服) 한 번 입어 보고 싶다”는 대답이었다.

    순간이었지만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朴 대통령은 군인이면서 다정다감한 데가 있었다. 내가 목격하지는 않았지만 틀림없이 대통령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을 것이다. 朴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엄명을 내렸다. 그 엄명은 지체없이 시행됐다. 工團(공단)에서 일하는 아이들이 원한다면 어떤 법을 고치고 또 절차를 바꾸어서라도 학교 다니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기회를 주도록 하라는 명령이었다. 夜勤(야근)을 마치고 다닐 수 있는 학교와 어떤 졸업장과도 구별되지 않는 똑같은 졸업장을 주도록 하라 엄명했다. 며칠이 지난 후 그 소녀가 아무도 보지 않는 밤길이었지만 교복 입고 가방 들고 학교 나갔을 때의 心情(심정)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감격이요, 드라마였을 것이다. 그 소녀가 얼만큼 열심히 공부했을 것이며 직장에서도 얼마나 헌신적으로 일했을 것인가는 말할 나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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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지시: 구로동 공장에서 느낀 것들

    朴대통령은 1972년 연두순시에서 노동청을 방문하고 이런 말을 한다.
    다음은 속기록으로 작성된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작년에 구로동 어느 수출 공단에 갔을 때입니다. 아주 정밀한 기계를 취급하는 직공인데, 그렇다면 그게 상당히 조명시설이 잘 돼 있고, 그 아주 정밀하고도 작은 이런 것을 들여다보고 작업하기 때문에 視力이 대단히 피로하기 쉽고 또 어두우면 아주 작업에 지장이 많고, 가보면 저쪽 한쪽 구석에서 컴컴한 거기서 일하는데 불은 여기서 거꾸로 뒤로 비치는 이런 작업을 하고 있는데, 현장에 가서 지적을 했지만, 한 가지 간단한 예지만 그런 정도라도 거기에 기업주라든지 거기에 무슨 책임자가 다닐 때 여기는 이런 작업을 하는 어떤 사람한테는 좀더 전기를 하나 따로 더 달아 준다든지 조명을 더 밝게 해준다든지 이런 그 간단한 착안입니다. 
    이것을 안 하고 있습니다. 어떤 때 가보면 직공들이 머리가 또 요즘 히피마냥 이만큼 길게 하고 있는데 「왜 자네 머리 안 깎느냐?」 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늦게 일하고 가면 뭐 이발소 가고 할 시간이 없다, 그런 것은 기업주들이 조금만 더하면 그런 사람들한테는 하루에 시간 1시간쯤 정 못하면, 가서 이발하고 오라고 이런 정도로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이발사를 데리고 와서 할 수 있고, 조금 전에 기업주가 사용하는 종업원들이나 직공들이나 이런 사람을 자기 가족같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일을 시켜야 능률이 오르고 생산이 늘고 이러지 그런 정신 안 가진 기업체는 나는 절대 성공 못 한다고 봐요.
    오늘의 기업가들, 기업윤리, 기업정신, 경영개선 등 여러 가지 구호는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것도 역시 일은 사람이 하는 거고 종업원들이나 직공들이 하는 건데 그 사람들이 참 그건 자기를 사용하는 고용주가 인간적으로 대우를 해주고, 뭐 할 수 있는 데까지 어느 정도 기업주가 하고 싶어도 능력이 없어 못하는 것도 있겠지.
    그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을 다해줄 수는 없겠지만 기업주의 형편으로서는 할 수도 있고 능력 범위에서는 최선을 다해 주고 성의를 다한다, 이거로써 거기 있는 종업원들도 참 이 공장이 내 공장이다, 내 일이다, 그런 생각 밑에 능률이 오르고 하지 않겠나.
    요즈음 국가 안보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돼서 과격한 노동쟁의 같은 것은 규제한다, 혹 일부 기업가들은 노동쟁의가 나오기만 하면 정부가 눌러버린다며 문제없다,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물론 노동자들도 그 어떤 부당한 너무 억지 과격한 노동쟁의 같은 것은 정부가 앞으로 상당히 규제해야 되겠지만 기업주들도 이런 것을 빙자해 가지고 거기에 있는 종업원들이나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환경의 개선이라든지 또는 노동자 권익 이런 것을 무시한다든지 태만하다든지 이런 것 역시 정부로서는 더 우선해서 철저히 단속해야 될 줄 압니다. >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