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공조 절실한데 '진실공방' 벌이며 엇박자…외교적으로 실익 없다는 지적
  • ▲ 청와대가 아전인수식 외교전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미일 공조가 절실한 시기에 일본과 때아닌 기싸움을 하고 있어서다. 사진은 한·미·일 정상의 오찬 당시 모습.ⓒ청와대 제공
    ▲ 청와대가 아전인수식 외교전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미일 공조가 절실한 시기에 일본과 때아닌 기싸움을 하고 있어서다. 사진은 한·미·일 정상의 오찬 당시 모습.ⓒ청와대 제공

    미국과 북한의 전쟁 위기 고조 속에서 청와대가 일본과 불필요한 외교적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유엔 총회가 벌어진 뉴욕 한미일 정상회담을 둘러싸고, 일본의 외교적 도발에 청와대가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양국간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 내용을 두고 양국간 진실게임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현 시점에서 청와대가 일본과 각을 세우는 것이 결국 외교 전략에서는 악수(惡手)로 작용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는 휴일인 지난 24일 한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일부 일본 언론의 보도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 언론이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한미일 정상회담 발언 및 내용을 몇 차례에 걸쳐 왜곡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일부 언론이 '미·일 정상이 문 대통령의 인도적 대북 지원방침과 관련해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고 보도했는데, 왜곡보도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일본 측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그것이야말로 한미일 3국의 공조에 균열을 야기하는 것이자 북한이 희망하는 상황"이라며 "실망스럽고 우려스럽다는 미국의 입장을 일본 정부에도 전달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일본 외교전술에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다. 그동안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악의적 보도'라는 적극적인 비판 입장으로 전환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 같은 대응 기조 전환은 외교적 측면에서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북한 대응을 위한 한미일 공조의 중요한 한 축인데다, 한반도 위기론을 부추기려는 일본의 입장에서는 발끈하는 한국의 반응이 오히려 득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간 꾸준히 자위대의 군사력을 증강하는 한편,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때문에 일본에게 있어 자신들의 영공을 넘긴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군사행동을 하기 위한 명분이 될 수 있다. 일본이 북한과 날을 세우면서 한반도 긴장감을 불어넣는 이유다.

    반면 대한민국은 미국과 북한에 대해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전략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해 대화를 언급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청와대가 진실공방을 놓고 일본과 각을 세우면, 이는 한미일 삼각 공조가 견고히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일 여지가 크다. 기존 한미일 공조가 삐걱거리는 것은 물론, 우리 정부가 원하는 바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청와대의 이같은 태도는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의 북한 공해상 비행 관련 브리핑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미국과 공조'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불필요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오전 "미국 B-1B 전략폭격기의 북한 공해상 비행은 한·미 간 충분히 합의된 사안"이라며 "긴밀한 공조 하에 작전이 수행됐다는 것이 NSC 보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사전에 어떤 방식으로 공조를 이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공조라고 하지만 우리가 도운 것이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질문의 요지를 잘 모르겠다"며 "청와대의 입장은 공조이고 사전에 충분히 협의됐으며, 비행 작전의 시기도 공조하에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대통령께 보고됐다는 것"이라고 한 것이 전부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기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추가 백브리핑도 필요할 것 같다"고 했지만, 청와대가 재차 확실하게 설명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