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아베 공조 강화, ‘코리아 패싱’ 현실화 우려
  • ▲ 800만 달러 대북 지원 문제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 사이에서 '코리아패싱'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따로 귀속말을 나누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800만 달러 대북 지원 문제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 사이에서 '코리아패싱'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따로 귀속말을 나누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미국 뉴욕에서 열릴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자칫 문재인 대통령의 '800만 달러 대북 지원'을 캐묻고 해명하는 '청문회' 수준으로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일 3국 정상은 22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제72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내각총리대신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맞이하는 형식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오찬 회동 형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한미일 정상회담이었던 지난 7월 회담은 G20정상회의가 열린 독일 함부르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총영사관으로 한일 정상을 초청해 만찬을 베푸는 형식이었다.

    두 달 만에 다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이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함부르크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베를린 구상'에 원론적으로 동의해줬지만, 두 달 사이 북한은 6차 핵실험을 저지르고 일본 영공을 넘어 탄도미사일을 두 차례 발사하는 등 끊임없는 도발을 자행했다.

    한미일 정상회담 전날 발표돼 3국간 합의의 기초가 됐던 '베를린 구상'이 완벽한 '허상' '망상'으로 판명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권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 국제사회가 강력한 제재로 맞서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800만 달러 상당의 대북 지원을 하겠다며 국제공조에서 이탈하려 하는 것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유엔안보리에서의 만장일치 대북 제재 결의 등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800만 달러 상당의 대북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800만 달러 대북 지원은 뉴욕 한미일 정상회담 하루 전인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다뤄질 예정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해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의 800만 달러 대북 지원 소식을 접하고 회담장으로 들어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표정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중국·러시아를 향해서는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하면서, 정작 북핵·미사일 도발의 최대 피해국인 우리나라가 800만 달러를 북한에 넘기는 모습을 우방국이 납득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내각은 이전부터 우리 정부의 800만 달러 대북 지원 움직임에 우려를 표해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상이 지난 14일 "(800만 달러 대북 지원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훼손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한데 이어, 15일에는 아베 총리가 직접 수화기를 들고 "(지원의) 시기를 고려해달라"고 완곡히 만류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지원할 뜻을 고집했다.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를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진작부터 의아하게 여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간 통화 도중 "미안한데, 실제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해 본 적이나 있느냐"고 물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낭만적 대북관'을 꼬집은 발언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뉴욕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이 문제를 거론하면,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인도적 지원'이라는 말 외에는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상회담장이 '청문회장'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우리 정부의 '800만 달러 대북 지원'을 바라보는 미국·일본 정상의 시각을 고려해보면, 이번 뉴욕 한미일 정상회담은 '코리아패싱'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우방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800만 달러 대북 지원을 승인한 다음날 한미일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을 바라보며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개연성이 높다"며 "자칫 뉴욕 한미일 정상회담이 마지막 3국 정상회담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