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보좌관 회의서 추진 의제 논의…무색해진 '준비된 대통령'
  • ▲ 청와대가 14일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하반기 정책운영방안을 논의했다. ⓒ청와대 제공
    ▲ 청와대가 14일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하반기 정책운영방안을 논의했다. ⓒ청와대 제공

    외교와 내치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와대가 올 하반기 추진의제가 약화되지 않도록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취임한 지 100일이 넘었는데도 주요 아젠다 세팅을 스스로 하지 못한 점에 대해 반성하겠다는 차원이지만, '준비된 대통령'을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가 실제로는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아니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14일 오전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의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유엔 총회 일정 이후에는 우리 스스로의 구상과 계획대로 실천해 나갈 중장기 전략들을 마련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수석보좌관 회의 결과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날 회의에서는 〈하반기 정책 운영방안〉에 대한 정책실의 보고와 토론을 비롯한 논의가 있었다"며 "일자리 창출·적폐청산·생활안전·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기 추진의제가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취임 100일 이후 정부정책에 대한 찬·반 전선이 확대되는 추세인데다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정책논쟁 증폭이 예상되고 있어 주요 아젠다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박 대변인은 "외교·안보 분야에 이어 하반기는 더 다양한 분야의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가중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 요인들이 정책 성과의 창출과 핵심과제의 선택과 집중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핵심과제 및 추진 전략으로 언급 된 내용은 ▲혁신성장을 기치로 민간일자리 정책 본격 추진 ▲적폐청산을 통한 경제·사회분야의 개혁추진 ▲국민생명과 안전, 민생대책의 강화 ▲지방선거를 계기로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강조 ▲기 발표 정책의 면밀한 리스크 관리 등이다.

    특히 박 대변인은 이 과정에서 "참석자들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과 새정부 출범 이후 4개월 간 숨가쁘게 달려온 과정을 돌아보면서 주요 아젠다 세팅을 우리 스스로 할 수 없었던 점에 인식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국정 운영의 가장 큰 권한을 쥐고 있으면서도 정작 주도권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 반성한 셈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의 콘텐츠 부족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대 대선에서 '준비된 대통령'을 표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재수생'을 자처, 다른 후보와 차별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외교는 물론, 내치조차 문재인 정부의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외교에서는 우리 정부의 대화 주장에도 불구,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 됐다. 내치는 5대 인사 원칙에 미달되는 후보가 계속 고위공직자로 내정되면서 국회와 파열음을 냈다. 때문에 이날 중장기 전략을 다시 마련한 것 자체가 문재인 정부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인 일자리 정책과 관련,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제까지의 정책을 총체적으로 반성하고 새 판을 짜야 한다"며 "현실성없는 일자리 정책은 그만두고 민간기업의 기를 꺾는 험악한 대화분위기를 일신시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그간 매주 2회에 걸쳐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던 수석보좌관 회의를, 앞으로는 주1회 월요일에 열리는 회의만 주재하기로 했다. 이에 목요일에 열리는 수석보좌관회의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로 열리게 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취임 4개월을 지나면서 이제 대통령이 주요 국정 과제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비서실장과 업무를 분담하는 의미가 있다"며 "의사결정이 필요한 주제들은 주로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다루고, 보다 실질적 토론을 해야하는 핵심 과제들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서는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심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