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재래시장 "취지에는 공감", '봉투파라치' 논란 등 현실적 여건 만만찮아
  • ▲ 서울시가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해 오는 18일부터 우산비닐 대신 빗물제거기 사용에 들어간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 서울시가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해 오는 18일부터 우산비닐 대신 빗물제거기 사용에 들어간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1회용 비닐봉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서울시는 환경오염을 가중화하는 1회용 비닐봉투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비닐봉투 사용 원천감량, 분리배출 체계 개선, 폐비닐 안정적 처리 등 3대 사업에 돌입한다는 방안과 함께 각종 법령 개정과 민간사업자들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우선 산하기관과 공공매점 등에서 장바구니·종이봉투 사용을 추진한다. 시가 먼저 자발적으로 나서 대형마트 등 민간 사업자 동참을 유도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시범적으로 18일부터 서울시 청사에서는 우산 비닐커버를 쓰지 않고 청사 입구에 우산 빗물제거기를 설치한다. 또 서울시 공공매점에서 역시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한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나서 1회용 비닐봉투 무상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기준 EU국가 1인당 연간 비닐봉투 사용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비닐봉투 사용량은 420개 이상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일의 6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서울시는 1회용 봉투 무상제공이 금지된 대규모 점포와 도·소매업장(사업장 면적 33㎡ 초과)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상제공을 단속하고, 위반 사업장에는 최고 3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한다.

    1회용 봉투 무상제공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 사업장 면적 33㎡ 이하 도·소매업과 소규모 용량(B5규격 또는 0.5리터 이하)의 1회용 비닐봉투에 한해서도 무상제공을 금지하는 법령 개정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이 사업 성공 여부는 마트와 재래시장 같은 민간사업자의 동참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일단 대형마트 측은 서울시의 사업 추진과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홍보 관계자는 "사실상 대형마트의 경우 1회용이 아닌 재활용이 가능한 종량제 봉투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정책으로 인한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사업장을 대상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서울시 방침에 대해선 "법령 개정으로 인해 봉투 무상제공 금지가 이미 자리잡았다"며 "서울시 취지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편의점 측은 흘러가는 방향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전국에 체인을 두고 있는 한 편의점 홍보 관계자는 "편의점 무상제공 봉투와 관련해 얼마전 환경부와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안다"며 "재활용이 가능한 봉투를 제공하는 방법 또는 1회용 봉투 무상제공 금지 등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1회용 봉투 무상제공 금지대상에서 제외된 재래 시장 등 영세 사업장은 어떨까.

    서울시의 적극적인 의지와는 달리, 사업장 면적 33㎡ 이하 시장 상인들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동시장 상인회와 소상공인연합회 서울지부 등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취지는 참 좋은데 실제로 우리가 고객한테 봉투 값을 따로 받는다거나 하는 일은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재래시장 특성상 비교적 작은 단위의 물품 구입이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를 판매하는 등의 행위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 상인회 한 관계자는 "마트에서는 일반 봉투가 아니라 재활용 종량제 봉투를 돈을 더 주고 구입해와서 판매하지 않느냐"며 "대형마트는 많이 사가니까 돈을 받고 봉투를 판매할 수 있지만, 일반 시장에서 그게 가능하겠나"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가 영세 사업장을 대상으로 '1회용 비닐봉투 무상제공 금지 법령개정'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에 대해 "차라리 법령 개정이 되면 우리도 법에 따르면 되기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조금 무리인 걸로 보인다"고 했다.

    대형마트, 편의점, 영세상인들의 입장을 취재한 결과 온도차는 존재했지만 대체적으로 서울시 취지에 공감하는 긍정적 반응이 많았다.

    다만 지자체의 관리감독 강화로 인한 '봉투파라치' 역기능이나 영세상공인들의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존재했다.

    경동시장 상인회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도 돈 주고 봉투를 사는게 사실 고객 입장에서는 그리 좋지만은 않다"며 "하물며 마트와 경쟁해야하는 재래시장은 어떻겠느냐"며 향후 현실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중앙정부와 협력해 법개정을 추진함과 동시에 '쓰레기 함께 줄이기 시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와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서 시민들의 인식 제고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