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화계 블랙리스트' 당시 朴 정부와 꼭 닮은 해명…정치권 파장 커질 듯
  • 더불어민주당이 공영방송의 야당측 인사 퇴진을 목표로 시민단체 중심의 범국민적 운동을 추진하자는 내부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데일리 DB
    ▲ 더불어민주당이 공영방송의 야당측 인사 퇴진을 목표로 시민단체 중심의 범국민적 운동을 추진하자는 내부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데일리 DB

    민주당의 '언론적폐 청산' 관련 비공개 문건이 공개되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불거졌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비교하며 "문재인 정부의 언론 장악 시나리오가 현실화 된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8일, 조간보도를 통해 '언론적폐 청산' 관련 비공개 자료를 공개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KBS·MBC와 같은 공영방송의 야당측 사장·이사진 퇴진을 목표로 비리·부정 등을 부각하고, 촛불 집회 등 시민단체 중심의 범국민적 운동을 추진하자는 내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 전문위원실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은 지난달 5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도 공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은 구체적으로 최근 제작 거부에 돌입한 MBC에 대한 원인 규명 및 사장 책임 방기 등에 대해 방문진의 감독·책임 관련 강도높은 진상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에 대해서는 '즉시 퇴진할 것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적고 있다. KBS 이인호 이사장에 대해서도 "청와대 낙점설에 대한 진상 재규명과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자칫 '언론탄압'이라는 역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감지하고, 대안으로 구성원 중심의 퇴진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시민사회단체·학계·전문가 그룹이 전국적·동시다발적으로 사장·이사장 퇴진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며 '돌마고 불금파티'를 확대해야 한다고 썼다. '돌마고 불금파티'란 돌아오라 마봉춘(MBC) 고봉순(KBS)의 줄임말로, 전국 언론 노동조합과 200여개 시민단체들이 매주 금요일 저녁 KBS와 MBC 본사 앞에서 하는 퇴진운동을 의미한다.

    특히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방통위의 관리·감독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금년 11월 경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 조건부 재허가를 하는 방안도 기록돼 있었다.

    이같은 더불어민주당 내 보고서의 존재가 확인되자 자유한국당은 즉각 목소리를 높였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북핵위기대응특위 연석회의에서 "정부 여당이 공영방송 정상화니 방송 독립성이니 하면서 '어용방송', '땡문뉴스'를 만들려는 시도를 숨기지 않는다"며 "악의적인 공영방송 장악 기도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 역시 논평을 내고 "앞에서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실상은 좌파 노조와 시민단체 뒤에 숨은 채 야만적 문건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에 보고가 됐는지, 누가 만들고 누가 실행해는지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청와대 책임론도 언급됐다.

    리스트 작성 만으로도 정부 주요 인사의 구속으로 이어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비교할 때 문제가 심각한 보고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이번 문건 중 일부는 정부·여당 차원에서 실제로 이뤄졌다는 측면에서 사안이 더 엄중하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논란이 커지자,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공식적 문건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에 "해당 문건은 관련 실무자가 의원과 논의하기 위해 워크숍 준비용으로 만든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워크숍에서 문제의 문건을 논의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근혜 정부에 블랙리스트 문건 파동이 일었을때와 비슷한 반응이다.

    그러나 과거 사례 확인한 결과, 이미 문건 내용 중 상당수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 속 '공범자들' 단체관람 계획은 지난 8월 31일 국회에서 단체 관람을 하는 것으로 실제 진행됐다. MBC 김장겸, KBS 고대영 사장 발언에 대한 반응 역시 민주당 지도부 등이 예민하게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방송사 구성원 중심의 사장퇴진 운동 역시 지난 4일 노조원들의 총파업 돌입으로 시작됐다.

    현재까지 문건 속에 있는 일 중 시행되지 않은 일은 ▲감사원에 사장 비리등에 대해 '국민감사청구' 하기 ▲방통위의 권한을 최대로 활용해 경영 비리를 조사하기 ▲오는 11월, 방송 재허가 심의를 통해 관련자 문책하기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