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세력 '헛발질'은 순풍 요소, 인사·공천 잡음 가능성은 매복한 암초
  • 1년 2개월 만에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의 당대표직에 복귀했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해 6월말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을 책임진다는 이유로 퇴진했다. 리베이트 의혹이 항소심까지 박선숙·김수민 의원을 비롯한 핵심 혐의자 전원의 무죄 판결로 사실상 근거 없는 의혹으로 드러났다는 것을 감안하면, 안철수 대표로서는 억울하게 놓쳤던 당대표직을 다시 찾은 셈이 된다.

    국민의당의 키를 다시 잡게 된 안철수 대표는 이를 발판으로 차기 대권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1년 2개월 만에 재출범한 안철수호(號)의 순항 여부는 향후 정국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다시 닻을 올린 안철수호에는 순풍만 불어오는 게 아니다. 8·27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질 때부터 의원단의 강력한 만류가 있었던 만큼 향후 당대표직 수행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선 기간 내내 '그러니 이 당이 안철수당이라고 불린다'며 사당(私黨)화를 이유로 공격받았지만, 역으로 이번 대표 경선 결과 51.1%의 득표율에 그친 것에서 보여주듯 안철수 대표의 당 장악력이 많이 떨어진 것도 변수다.

  • ▲ 안철수 대표가 2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 직후, 꽃다발을 받아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안철수 대표가 2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 직후, 꽃다발을 받아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순풍 1 : "권력의 오만과 독선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

    그래도 순풍(順風)이 예상된다고 하면 △문재인정권의 헛발질과 자책골 △해가 바뀐 뒤 전개될 개헌 정국 등을 꼽을 수 있다.

    요즘 야당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 "문재인정권의 실수만 기다리고 있으면 안 된다"는 말이지만, 야당의 최대 득점포인트는 아무래도 정부·여당의 헛발질과 자책골이 될 수밖에 없다.

    출범 100여 일이 지난 문재인정권은 이미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제왕적 대통령제 특유의 '인의 장막'에 휩싸여 더 많은 실책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언론은 지금은 '허니문 기간'이라 우호적 환경이지만, 실수가 잦아지고 국민의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점차 날선 비판을 가하게 될 것이다.

    이 점에 착안해 안철수 대표는 "선명야당 노선"을 선포했다. 이날 전당대회 직후 수락연설에서 안철수 대표는 청와대·여당의 100일 간의 실책을 아프게 꼬집었다.

    안철수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국민들은 라면에 계란을 넣어먹어도 되는지 불안한데, '총리가 짜증냈다'고 되레 짜증을 내면서 '걱정 없다'고 큰소리 치는 모습에서 그들만의 코드 인사가 부른 오만함이 보인다"며 "정권이 바뀌자 거꾸로 펼쳐지는 코드 인사 등 모든 불합리에 맞서 싸우겠다"고 천명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갉아먹는 분별없는 약속, 선심성 공약과 분명히 싸우겠다"며 "아이들에게 빚더미를 남기고 오늘을 즐기려는 무책임과 싸워나갈 때, 우리 당의 살 길이 열리고 국민의당이 회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대표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 집권세력은 '코드 인사'와 '퍼주기 약속'을 멈출 수가 없다. "독선과 오만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안철수 대표의 '예언'을 불러오지 않더라도, 그게 현 집권세력의 생리이며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코드 인사'와 '퍼주기 약속'은 언젠가는 파국을 부를 수밖에 없다. 반사적으로 그 이득은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가 얻어가게 된다. 재출범한 안철수호 앞에 예상되는 최대의 순풍 요인 중의 하나다.

  • ▲ 안철수 대표가 2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 직후,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안철수 대표가 2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 직후,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순풍 2 : "개헌에 당력 쏟겠다" 절로 文대통령과 각 설듯

    해가 넘어가면 '개헌(改憲) 정국'이 조성되면서 야권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게 또 하나의 순풍이다.

    내년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것은 여야청(與野靑) 사이에 공감을 이룬 사항이다. 다만 개헌안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개헌특위가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대통령 주도로 개헌안을 발의할 가능성을 계속해서 열어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집권 초기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어쩔 수 없이 끌려가게 된다. 야3당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대통령 주도 개헌안에는 공동으로 반대하게 될 것이다. 저절로 야3당이 접점을 이룰 대의명분이 마련되는 셈이다.

    이날 전당대회에 참석한 손학규 상임고문은 합의제민주주의로의 개헌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중을 두고 있는 4년 중임 제왕적 대통령제에는 사실상 어깃장을 놓았다. 안철수 대표도 이 뜻을 받아 "존경하는 손학규 고문이 거듭 강조한 것처럼 선거법 개정과 개헌에 당력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개헌 정국이 도래하면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집하는 집권세력의 아집과 독선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야권에 유리한 흐름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 ▲ 안철수 대표가 2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 직후 받은 축하의 꽃다발을 치켜들어 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안철수 대표가 2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 직후 받은 축하의 꽃다발을 치켜들어 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암초 1 : 안철수 대표의 수많은 인사 잡음 사례들

    이처럼 순풍 요소가 있는 반면, 수면 아래에 잠복한 채 안철수호를 기다리고 있는 두 가지 암초도 있다.

    암초를 잘 파악하고 피해가지 못하면, 비록 8·27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를 획득했으나 예상을 하회하는 득표율에 그친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은 '흔들기'에 휩싸이면서 당은 급격히 내홍 국면으로 치달아갈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의 암초는 가까이는 당직 인선 과정에, 멀리는 내년 6·13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 잠복해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안철수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를 측근과 원외 인사들에 주로 의존해서 치러냈다. 출마할 때부터 원내 의원단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다.

    그런데 경선 과정에서 도와준 사람들을 챙긴답시고 당직 인선에서 주로 호남을 지역구로 하는 의원들을 배제하면 풍파가 일 수밖에 없다.

    원내 당직 인선권을 가진 김동철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호남 중진의원들이 결속하면서, 다른 당에서 눈에 띄는 당대표~원내대표 투 톱 간의 불화가 국민의당에서도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이 출범한 이후, 안철수 대표가 인사와 관련해 그간에도 수차 그릇된 판단으로 잡음을 일으킨 전력이 많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당이 창당한 직후부터 안철수 대표는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싸고 박선숙 의원(당시에는 원외)을 고집해, 민주당에서 탈당해온 의원들은 물론 창당을 함께 추진하던 김한길 전 대표와도 갈등을 겪었다.

    지난해 4·13 총선을 치러낸 직후에는 다시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싸고 천정배·박지원 전 대표 등과 반목했다. 이들은 원내대표에서 본의 아니게 하차하게 된 호남 중진 주승용 의원을 천거했지만, 안철수 대표는 원외 인사인 김영환 전 의원을 고집하면서 인사 갈등을 야기했다.

    탄핵 정국으로 치달아가던 중대한 시점이었던 지난해 10월에는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원내대표 경선 등 인사마다 내홍을 일으키며 당력을 낭비했다.

    비대위원장은 의원들의 중론이 호남 중진 김동철 의원에게 쏠려 있는데도 별다른 논의도 없이 불쑥 외부인사인 김병준 전 부총리를 추천해 파문을 일으켰다.

    원내대표 경선은 당심(黨心)이 압도적으로 주승용 의원의 편이었는데도, 무리하게 김성식 전 정책위의장을 밀다가 경선 참패를 야기했다. 이는 안철수 대표의 의원단 장악력 상실을 빚었을 뿐더러, 김성식 전 의장에게마저 정치적 상처를 남겼다. 안철수 대표로서는 득(得)은 없이 실(失)만 많았던 경선 간섭이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수락연설 직후 기자회견에서 당직 인선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국민의당에는 원외위원장들이 굉장히 많다"며 "원외의 좋은 인력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우리 당의 실력을 키우는데 필수적"이라고 원외 중용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정치관례상 원내 의원이 맡게 돼 있는 핵심 당직까지 무리하게 원외에 할당하고 안철수계가 장악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밀어붙이면, 안 그래도 전당대회를 전후해 벌어져 있는 의원단과 안철수 대표 사이의 간극이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 안철수 대표를 견제하지 못해 안달난 사람들은 많다. 그의 정적(政敵)들은 이러한 간극을 결코 놓치지 않고 파고들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은 내홍에 휩싸이고 상처받는 것은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이다.

    인사와 관련한 잡음은 안철수 대표를 노리고 있는 암초이기 때문에 극히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 ▲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안철수 대표와, 그의 최대 경쟁자였던 정동영 의원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서 박수를 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안철수 대표와, 그의 최대 경쟁자였던 정동영 의원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서 박수를 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암초 2 : "정치신인 30% 의무공천하겠다"… '제2의 윤장현 사태'?

    당직 인선이 가까이에 놓여 있는 암초라면, 공천 갈등은 멀리 잠복해 있는 암초다. 그러나 부딪히게 되면 그 내상은 당직 인선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안철수호라는 배가 두 동강이 날 우려도 배제 못하는 암초다.

    안철수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정치 신인 30% 의무 공천을 공언했다. '상향식 공천'을 주장한 정동영 의원 등 다른 후보들과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쟁점이 형성됐다.

    '정치 신인 30% 의무 공천'이라고 하면 듣기에는 좋지만, 그 정치 신인은 누가 공천하는지, 즉 물갈이의 주체가 누구냐 라는 문제가 있고, 또 그렇게 해서 공천된 정치 신인은 진정한 신인인지, 지역 민심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인지 라는 객체의 문제가 생긴다.

    이 점과 관련해서도 안철수 대표의 전력은 정치권 내외에서 적잖은 우려를 사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당대표 입장에서 맞이하는 지방선거는 이번이 두 번째다. 김한길 전 대표와 함께 구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맡던 시절 2014년 6·4 지방선거를 치러냈다.

    그 때 '정치 신인' 윤장현 후보를 '야권의 심장'이라 불리던 광주광역시의 시장 후보로 전략공천을 강행한 게 안철수 대표다. 이 전략공천은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으며, 탈당도 잇따랐다.

    그나마 구 새정치연합은 양당 체제에서의 거대 제1야당이었으니, 그 정도의 몸살로 그쳤다. 원내 40석의 단촐한 제2야당인 국민의당에서 그렇게 자의적이고 무리한 정치 신인 전략공천이 이뤄진다면 당이 온전히 하나로 남아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정권의 헛발질로 인한 반사 이득이 분명히 있겠지만, 안철수 대표도 지금까지의 리더십에서 미흡했던 부분은 적극적으로 바꾸고 거듭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당선 직후의 당직 인선과 내년 6·13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는 당이 내홍을 겪기 쉬운데, 이 때를 안철수 대표가 어떻게 헤쳐갈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