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부정·일요일밤 채널 독점은 독선에 빠진 권력의 모습"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7일 오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에서 선명야당을 선포하며 오른주먹을 들어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7일 오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에서 선명야당을 선포하며 오른주먹을 들어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난 대선의 1~3위 후보자 '빅 스리(Big Three)'가 모두 정치일선에 복귀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과 일찌감치 제1야당 대표로 복귀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마저 당대표 자리에 귀환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27일 오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51.1%(2만9095표)의 과반 득표를 획득해, 결선투표 없이 당대표직을 확정지었다.

    정동영 의원이 득표율 28.4%(1만6151표)로 2위, 천정배 전 대표가 16.6%(9456표)로 3위, 이언주 의원이 4.0%(2251표)로 4위를 기록하며 그 뒤를 따랐다.

    함께 치러진 최고위원·청년위원장·여성위원장 경선에서도 안철수계가 압승을 거뒀다.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안철수 대표와 가까운 박주원 후보와 함께 장진영 전 대변인이 당선됐다. 장진영 전 대변인은 천정배 전 대표가 창당한 국민회의 대변인 출신이라, 국민의당 출범 초기에는 천정배계로 분류됐으나,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이제는 안철수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당연직 최고위원인 청년위원장도 안철수 전 대표의 비서를 지낸 이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다만 여성위원장은 천정배계로 분류되는 박주현 전 최고위원이 선출됐다. 또, 당 소속 현역 의원 중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유일하다시피 일관해서 안철수 전 대표 출마 지지 입장을 밝혔던 이동섭 의원이 최고위원 경선에서 낙마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안철수 대표는 결선투표 없이 선출은 됐으되, 득표율은 51.1%로 과반을 간신히 넘기는데 그쳤다.

    지난 4월 전당대회에서 75%의 압도적 지지로 대선후보로 선출됐던 것에 비하면 당 장악력이 많이 떨어진 셈이다. 안철수 대표 본인도 이날 수락연설과 기자회견을 전후해 51.1%의 득표율로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위협했던 안철수 대표는 향후 제2야당의 대표로서, 현 정부·여당과 강력히 날을 세우는 방식으로 선명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리더십을 다시금 세워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점은 이날 당대표 선출 직후 수락연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우리의 길은 단호하게 싸우는 선명한 야당의 길"이라며 △정권이 바뀌자 거꾸로 펼쳐지는 코드 인사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협하는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무능 △우리의 미래를 갉아먹는 분별없는 선심성 약속들을 척결 대상으로 지목했다.

    문재인정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것이다. 이를 가리키며 안철수 대표는 "잘못과 치열하게 싸워서 우리 아이들의 내일을 보호하는 게 국민의당의 존재 이유"라며 "아이들에게 빚더미를 남기고 오늘을 즐기려는 무책임과 싸워나갈 때 우리 당의 살 길이 열린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보다 분명하게 현 정부·여당의 '아픈 구석'을 직접적으로 콕 찝어 공격하는 모습도 보였다.

    안철수 대표는 "열세 명 대법관이 만장일치로 거액의 검은 돈을 받았다고 한 대법원 판결까지 부정하며 큰소리 치는 모습에서 벌써 독선에 빠진 권력의 모습을 본다"며 "국민의당은 일요일밤 모든 채널을 독점해 국민에게 쳐다보라고 요구하는 정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부·여당 뿐만 아니라 한국당을 향해서도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존재감을 잃어버린 정당은 덩치만 클 뿐 제대로 된 야당이 될 수 없다"며 "국민의당이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제2야당' 존재감 드러내기에 나섰다.

    전당대회가 열린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운집한 오천 인파는 안철수 대표의 대여(對與) 선전포고성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를 보내며 떠나갈 듯 "안철수"를 연호했다.

    대권 경쟁자였던 한국당 홍준표 대표에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마저 정치일선에 전면 복귀하며, 정부·여당의 향후 정국 운영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조목조목 현 정부·여당의 행태를 끄집어내며 비판을 가한 안철수 대표의 수락연설은 출입기자단 사이에서도 "선전포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간 야3당 사이에서의 분열과 반목에 거듭되는 '뒤통수치기식 협치놀음'에 기대 편하게 정국을 관리했던 정부·여당은 대권 경쟁자들의 정치일선 복귀에 앞으로 골치를 앓을 수밖에 없게 됐다.

    대권 경쟁자였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달 19일, 정부·여당의 삼고초려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초청을 거부하며 충북 청주 수해 현장으로 내려가는 등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이날 비록 "민생과 국익을 최우선으로 국민과 나라에 좋은 일이라면 언제라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안철수 대표야말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위협했던 주자였다. '사진 같이 찍히기' 용으로 호락호락하게 청와대 갈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의 선출로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정계개편 구상은 당분간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며 "정기국회에서 야당 간에 선명성 경쟁이 불붙는 구도가 마련되면, 예산안·예산부수법안 자동 상정 외에 뚜렷한 무기가 없는 정부·여당으로서는 원내 전략 수립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