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포 쏴도 靑 오찬 예정대로 진행… 與 의원 "北과 민간교류하자"
  • 북한은 26일 강원도 일대에서 동해상을 향해 방사포를 발사하며 서북 5도 도서 점령 훈련을 전개했다. 이 훈련은 김정은이 직접 참관했다. ⓒ뉴시스 사진DB(조선중앙TV)
    ▲ 북한은 26일 강원도 일대에서 동해상을 향해 방사포를 발사하며 서북 5도 도서 점령 훈련을 전개했다. 이 훈련은 김정은이 직접 참관했다. ⓒ뉴시스 사진DB(조선중앙TV)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도발이 계속되는데도 우리 정부는 마땅한 대응 조치 없이 '대화 메시지'만 반복하고 있어 안보불감증이 우려된다.

    방사포 발사·서북 5도 점령 훈련에 대한 반응이나 '레드라인' 설정의 예에 비춰볼 때, 미국·일본이 아닌 우리를 직접 타격 대상으로 하는 도발에는 경계심이 너무 낮춰져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26일 오전 강원도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수 발의 방사포를 발사하며 백령도·연평도 등 우리 수역의 이른바 '서북 5도'를 점령하기 위한 군사훈련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의 이번 훈련은 "비행대와 포병·특수작전부대들 간의 긴밀한 협동 밑에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점령하기 위한 작전계획의 현실성을 확정"했으며 "비행대와 포병 화력타격에 이어 수상·수중·공중으로 침투한 전투원들이 대상물들을 습격·파괴하고 백령도·대연평도를 가상한 섬들을 단숨에 점령"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은 "오직 총대로 적들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리라"며 "서울을 단숨에 타고앉아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하라"고 당부했다.

    직접적으로 우리 영토를 겨냥한 군사적 도발이 자행된 것이다. 그러나 집권 세력에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기류는 감지되지 않았다.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열리긴 했으나 그 뿐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상황은 전략적 도발과는 관계 없으며 통상적인 (북한의) 훈련 과정"이라며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기간이 아니었다면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까지 열 사안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ICBM이 아니라는 부분에서 저쪽도 본인들이 생각하는 어떤 범위 내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추정한다"며, 미국이 아닌 우리만을 겨냥한 '저강도 도발'이 되레 대화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에 장단을 맞추기도 했다.

    북한의 '저강도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과 같은 경우에는 한미일 공조나 유엔안보리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에 발을 맞춰가면 되는데, 우리만을 겨냥한 도발에는 독자적인 대응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내린 "사드 발사대 4기 임시 배치" 지시는 한 달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설치된 사드 레이더와 발사대 2기 옆에 4기를 덧붙이는 것조차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판국에, 독자적 제재를 추가하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일 수밖에 없다.

  • 북한이 오전에 방사포를 쏘며 서북 5도 점령 훈련을 전개한 26일, 청와대에서 예정대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단 초청 오찬이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북한이 오전에 방사포를 쏘며 서북 5도 점령 훈련을 전개한 26일, 청와대에서 예정대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단 초청 오찬이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제는 이러한 상황 여건 속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우리 안보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데서 벗어나는 현상이 눈에 띄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레드라인'을 설정할 때부터 감지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는 것이 레드라인"이라며 "지금 북한이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다"고 밝혔다.

    ICBM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공격할 때나 필요한 수단이다. 당장 우리를 핵공격하기 위해서는 ICBM까지도 필요없다. 상당 수준에 이른 중·단거리 미사일만으로도 이미 우리 영토 전역이 핵공격의 사정권 안에 있다.

    핵탄두 소형화 시에는 방사포를 통해 쏘거나, 폭격기에서 투하하는 방식으로도 우리를 공격할 수 있다. 우리 안보 차원에서 보면 ICBM까지 갈 것도 없이 이미 '레드라인'에 근접해 있는데,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위기 인식 지점은 다른 곳에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ICBM보다 방사포가 전시에 더 위협적일 수 있는데,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이날 "일본도 NSC를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 것도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보 위기 상황 속에서 지난 24일 청와대 핵심 참모진들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만찬 장소에 가서 함께 폭탄주를 돌리는 등 술자리를 갖고, 이튿날 통일부장관은 포럼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외치는 등 정제되지 않은 행동과 메시지를 내비치는 것도 문제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25일 북한대학원대학교 포럼에서 "개성공단이 중단됐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며 "남북관계 복원 차원에서 (재개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각의 '코리아패싱' 우려에 대해서는 "어떤 면에서는 일리가 있다"면서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북한의 방사포 발사와 서북 5도 점령 훈련이 전개된 날,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여당 의원단 초청 오찬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이 자리에서 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북한과 문화·스포츠 등 민간 차원 교류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집권 세력의 이러한 안보 의식 속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을지훈련 도중인 24일 저녁에 벌어져 물의를 빚었던 청와대 참모진과 민주당 지도부 술자리 사건을 의식한 듯 "안보 상황이 엄중해 축배를 들거나 흥을 돋울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자중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