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를 위한 국민총궐기 "전교조 밥그릇 챙기기... 입시제도 무참히 짓밟혀"
  • ▲ 8월 26일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주최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총궐기 3차 집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박진형 기자.
    ▲ 8월 26일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주최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총궐기 3차 집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박진형 기자.

     

    “수능 절대평가는 점수 인플레를 유발해 변별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절대 반대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도입안’이 발표되기 5일 전인 26일 오후 6시께 서울 청계광장에서 수능 상대평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주최로 열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총궐기 3차 집회’에는 학생과 학부모, 고시생 500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했다. 이들은 소라탑 옆 차도에 앉아서 ‘수능 절대평가 OUT'이 적힌 손팻말과 ‘수능 절대평가 반대’라고 새겨진 풍선을 들었다.

    청계광장 2번 출구 근처 난간에는 어떤 교육제도가 필요한지 의견을 묻는 스티커 게시판이 설치돼 있었다. 대입정시 칸에는 동그라미 스티커가 빼곡히 붙어있었다. 경계선 밖까지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반면 대입수시 항목에는 상대적으로 붙어있는 스티커 숫자가 적었다. 사이사이 공백이 눈에 띄었다.

    이후 연석에 앉아서 집회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데 40~50대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다가왔다. “기자님이시죠? 이거 꼭 좀 읽어봐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두 손으로 종이 한 장을 건네며 목인사를 한 뒤 사라졌다. 주최 측에서 만든 전단지였다. 이 글에는 ‘수능 절대평가는 곧 수능 변별력 감소 -> 수능 무력화 -> 학생부 종합 전형 확대로 이어진다. 그런데 학종은 불투명한 제도‘라고 적혀 있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중인 박 모(43) 씨는 “정유라의 이대 입학 비리로 촉발돼 촛불의 힘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학종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냐”며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지만 교육정책까지 동의한 건 아니다”라고 날센 비판을 가했다. 이어 “학부모 만족 전국 꼴찌였던 김상곤 씨를 교육부 장관에 내정했을 때부터 대한민국 교육은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중3 자녀를 둔 이민아(47·여) 학부모는 이날 “제3의 이익집단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국교직노동조합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와 교육 관계자들에 의해 입시제도가 무참히 짓밟히고 있어 분노와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수능이 절대평가 되면 1등급을 맞는 학생이 늘어나 논리력과 추론력, 암기능력 등을 평가하는 잣대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학년도 수능 상대평가 결과를 절대평가로 환산했을 때 모든 과목에서 1등급(국·영·수 90점 이상, 탐구 40점 이상)을 받는 학생은 1만3,289명으로 크게 늘어난다. 상위 4% 학생에게 1등급을 주는 현행 상대평가 방식의 경우 전 영역 1등급은 약 1,400명 수준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분석한 수치도 같은 경향을 보였다. 이 학원에 따르면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전 과목 1등급을 받는 수험생이 기존의 1140명에서 13배 가까이 늘어난 1만 4,830명으로 대폭 증가한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전체 모집 인원인 9829명보다 1.5배가량 높은 셈이다.

    ‘쥐구멍 정시 확대하라’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최 모 (중3·길음중) 학생은 “저희 연도부터 수능이 절대평가로 시행되기 때문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곧 고등학생이 되는데 내신에서 한번 삐끗하게 되면 그야말로 수시 전형에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다. 수능에서 만회를 해야 하는데 절대평가라서 다른 학생과 점수 격차를 벌이기도 힘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생부 교과 전형은 교과학습발달상황과 출결사항, 봉사활동 시간 등을 정량적으로 평가한다. 이 중 교과학습발달상황에는 중간·기말고사 성적과 수행평가 점수 등 3년간 학생의 성적표가 기록된다. 그렇기 때문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6개의 학기 중에서 1~2개 학기 시험만 망치게 돼도 목표한 대학의 지원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학생부 종합 전형도 3년간 내신 성적이 뒷받침 돼야 비교과 영역이 빛을 발할 수 있다. 결국 답은 수능을 잘 보는 것이지만 절대평가가 되면 '패자부활전'이라는 의미가 전 보다 퇴색된다. 위 학생이 초조함을 느끼는 이유다.

    수능이 변별력을 잃게 되면 학종과 논술 비중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학종 컨설팅과 논술학원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학종 컨설팅 비용은 한 시간에 30만 원 선이다. 고교 3년간 3,000만원을 쓴 학부모도 있다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논술 학원비는 주 2회(28시간) 수업 기준으로 한 달에 40~60만원이다. 유명 논술 강사의 경우에는 월 100만원을 상회하는 경우도 있다. 고등학교 월 평균 사교육비인 26만2000원(통계청, 2016년)과 2~3배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개천에서 용나면 안 되나요?’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최미숙(가명) 학부모는 “학교마다 다르지만 어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생활기록부를 맡기는 경우가 있다”며 “이 말은 컨설팅 업체에 관리를 받으라는 건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학생은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교육의 기회가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에 거주 중인 박 모(43) 씨는 “수능이 절대평가 되면 소수점으로 줄을 세우는 내신을 잘 봐야하고 주요 과목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학종은 날아간다”며 “비교과 영역이 중요해지면 선생님이 생활기록부에 쓰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나 종합의견이 굉장히 중요해 진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렇게 되면 사교육시장이 커지게 되고 공급과 수요의 논리에 따라 지금보다 사교육 부담은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일부 과목이나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한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전 과목 절대평가는 사실상 정시가 무력화 되므로 절대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번 수능 개편 시안은 사교육비를 오히려 증가시키는 풍선효과로 인해 실패할 게 뻔히 보이는 교육정책”이라며 “학생과 학부모 대다수가 절대평가 철회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심에 귀를 닫고 진영논리에 빠져 아이들을 실험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며 교육당국을 규탄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2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수능 개편안이 ‘부적절하다’고 답한 교원은 40.8%(658명), 보통은 17.4%(281명), ‘적절하다’는 41.8%(674명)로 집계됐다. 교총은 지난 17~23일 전국 고교 교사 1613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44%포인트)를 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집회 참석자들은 오후 7시 30분쯤 '수능 절대평가 반대한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했다. 광화문 우체국을 지나 보신각, 을지로입구역을 찍고 다시 집회가 열렸던 장소인 청계광장으로 돌아왔다. 종착지에 도착하니 스피커를 통해 노래가 들려왔다. "나는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 하여도…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가수 인순이의 '거위의 꿈' 곡이 반복 재생됐다. 수능 절대평가로 아이들의 꿈을 앗아가지 말라는 것일까. '찢겨 남루하여도'라는 가사에서는 '학생들을 실험용 쥐로 삼지 말라는 메시지가 읽혔다.

    한편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에 따르면 학생 간의 무한경쟁과 과도한 시험 부담 등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 중학교 3학년부터 수능 절대평가를 실시한다. 일부 과목(영어·한국사·통합사회·통합과학·제2외국어/한문)에만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1안과 전 과목을 대상으로 하는 2안을 두고 현재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