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화 반대' '수능 절대평가 반대' 등 공약·정책 반대 청원 일색
  • ▲ 25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란의 첫머리에 노출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베스트 청원의 모습.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25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란의 첫머리에 노출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베스트 청원의 모습.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란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나 정책에 반대하는 내용들로 들끓고 있다.

    많은 추천을 받은 '베스트청원'들이 하나같이 공약·정책 반대 내용들인데, 일정 수 이상의 추천을 받은 청원에는 공식적인 답변을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어떤 식의 '소통'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9일 문을 연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란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반대 △수능 절대평가 반대 △8·2 부동산대책 소급적용 반대 등의 청원으로 채워지고 있다.

    25일 오후 4시 현재, 국민청원란에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한다'는 청원이 6947명의 추천을 받아 첫 화면에 노출되는 '베스트청원'으로 올라와 있다.

    추천 수 3위인 '영어전문강사·스포츠전문강사 정규직 전환 반대'(3652명), 7위인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 반대'(1636명), 9위인 '영어회화전문강사·스포츠강사 폐지'(1454명) 등도 모두 비슷한 취지의 청원이다.

    추천 수 4513명으로 '베스트청원'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2위의 청원은 '수능 상대평가 유지, 정시 확대'다.

    5위의 청원은 '8·2 부동산대책의 소급적용 부당성'을 항변하고 있는 내용의 청원으로 2274명의 추천을 받았다.

    모두 하나같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나 정책에 반대하는 내용들이다.

    물론 청원인들도 정권 초기라 대통령의 공약이나 정책에 직접적으로 날을 세운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영어전문강사·스포츠강사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고 폐지를 촉구하는 청원에는, 이 두 강사직을 "이명박정부가 만들었다"며 탓을 이전 정권에 떠넘기는 내용이 나온다.

  • ▲ 25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란의 추천 수 상위권을 차지한 청원들의 모습.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25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란의 추천 수 상위권을 차지한 청원들의 모습.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청원 중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 않기 위해 "아마 참모진의 건의를 따르셨을 것"이라며 "누구보다 현명한 지도자이시니 이렇게 청원을 드리면 반드시 재고해주시리라 믿는다"라고 추어올리는 듯한 내용마저 있다.

    마치 왕조 시대에 상소(上疏)를 올리는 듯한 느낌인데, 기본적으로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에 배치되는 내용의 청원들이라 청와대가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심이다.

    정책에 반영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냉정하게 물리치자니 "누구보다 현명한 지도자"라고 추어올렸던 청원인들이 정권 반대 세력으로 빠져나갈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국민청원란을 만들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추천을 받고 국정 현안으로 분류된 청원에 대해서는, 가장 책임있는 정부 및 청와대 당국자(장관·대통령 수석비서관 등)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고 공언한 터라, 답변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따라 공식 답변에 필요한 추천 수가 매우 높게 설정되거나, 모티브가 된 미국 백악관의 '위 더 피플' 사이트처럼 사실상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방향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이던 지난 2011년 9월, 민원사이트 '위 더 피플'을 만들었다.

    맨 처음에는 30일 이내에 5000명의 추천을 받으면 백악관에서 공식 답변을 하도록 했으나, 정책에 반대하거나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는 극단적인 내용의 청원이 계속되자 곧 2만5000명 이상의 추천이 필요한 것으로 상향됐다.

    그럼에도 텍사스 주의 분리독립 청원 등 정책 반영 가능성이 거의 없는 청원만 들끓자, 다시 공식 답변에 필요한 추천 수는 10만 명으로 상향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전문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위 더 피플'이 문을 연 201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5년 간의 청원 4799건을 분석한 결과 "실제 정책에 반영된 사례는 극소수"라고 결론 내리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청원란과 관련해 "어느 정도 추천을 받았을 때 답변을 할지는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