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UC버클리大 폭동·샬롯츠빌 폭동, 모두 ‘안티파’ 연루
  • 지난 12일(현지시간) 美샬롯츠빌 폭동 당시 백인우월주의자가 차량으로 시위행렬에 돌진하는 모습. 국내에서는 이것이 샬롯츠빌 폭동의 전부인줄 안다. ⓒ유튜브 관련영상 캡쳐.
    ▲ 지난 12일(현지시간) 美샬롯츠빌 폭동 당시 백인우월주의자가 차량으로 시위행렬에 돌진하는 모습. 국내에서는 이것이 샬롯츠빌 폭동의 전부인줄 안다. ⓒ유튜브 관련영상 캡쳐.


    지난 8월 12일(현지시간) 美버지니아州에 있는 인구 4만 5,000여 명의 소도시 ‘샬롯츠빌’에서 폭동이 발생했다. 美주요 언론과 이를 인용한 한국 언론들은 한 인종차별주의자가 차량을 돌진해 시위 여성 1명이 사망한 것을 포함 폭동으로 3명의 사망자와 3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사실’이다. 그러나 ‘보도하지 않은 사실’도 있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시위를 감시하던 경찰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와 경찰이 숨진 것으로, 폭동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점, 부상자 35명 가운데 우파 시위대도 포함돼 있다는 점, 시위가 폭동으로 변질된 원인이 백인우월주의자와 인종차별주의에게만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美우파 온라인 매체와 커뮤니티는 주류 언론을 향해 “샬롯츠빌에서 일어난 폭동 때 좌익 세력들이 경찰과 우파 시위대를 폭행하고 거리의 상점을 습격한 사실은 왜 보도하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이 ‘좌익 세력’이라고 지목한 이들은 ‘안티파(ANTIFA, 反파시스트 행동)’였다.

    주류 언론이 잘 다루지 않는 ‘안티파’

    ‘샬롯츠빌 폭동’ 당시 KKK 같은 백인우월주의자와 네오나치 같은 인종차별주의자 단체들도 다수 있었다. 하지만 美전역에서 몰려든 좌파 단체, 즉 LGBT 지지 단체나 공산주의 단체, 무정부주의 단체, 흑인우월주의 단체도 적지 않았다. 이 가운데 ‘안티파’도 섞여 있었다.

    미국 사회가 ‘안티파’에 눈길을 주게 된 것은 지난 2월 ‘극우 언론인’이라고 낙인찍힌 ‘마일로 야노폴리스’의 UC버클리大 강연 반대 시위 때부터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뒤 그에 반대하는 시위가 美전역에서 열리던 2017년 2월 초순, ‘마일로 야노폴리스’가 UC버클리大에서 ‘위험한 동성애자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좌파 진영이 그의 강연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벌인다.

  • 지난 2월 美UC버클리大에서 일어난 폭동 당시 모습. 집기를 훼손하고 차량에 불을 지른 자들은 모두 검은 옷과 검은 복면을 하고 있었다. ⓒ美ABC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2월 美UC버클리大에서 일어난 폭동 당시 모습. 집기를 훼손하고 차량에 불을 지른 자들은 모두 검은 옷과 검은 복면을 하고 있었다. ⓒ美ABC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좌파 시위대는 처음에는 그저 구호를 외치며 ‘마일로 야노폴리스’의 강연을 멈춰달라는 정도였다. 대학 경찰이 이들을 자제시키기 위해 출동하고 시위대와 대치하는 상황이 계속되다 해가 질 무렵 갑자기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한 사람들이 시위대 전면으로 나와 경찰을 공격하고 주변 집기를 파손하며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안티파’ 행동대원들이었다.

    이들은 UC버클리大의 각종 시설과 주차된 차량들을 파괴하고 곳곳에 불을 지르며, 시위를 폭동으로 만들었다. 기존의 美좌파 진영은 UC버클리大 폭동에 매우 당황했다. 유명 좌파 인사들은 주요 언론에 기고를 하며 “이번 폭동은 진보진영이 아니라 ‘안티파’의 소행”이라고 항변했다. 좌파 성향의 가수 ‘재니스 이안’이 ‘허핑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도 이런 주장이 실려 있다.

    ‘재니스 이안’은 기고문에서 “내가 들은 소문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내용은 마스크를 쓴 폭도들이 UC버클리 학생들이 아니라 ‘안티파’ 지부 조직원들이라는 말”이라며 “그들은 시위대의 본래 주장을 뒤집고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적극적으로 시도한다. 마스크를 쓰고 모두에게 수치를 줘 자기네에게 동참시키려 한다”고 경고했다.

    ‘재니스 이안’은 “그들은 비폭력 시위대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폭력을 저지르며,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자신들과 엮으려 한다”며 “만약 시위대가 그들의 행태를 비판하면, 그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때로는 폭력적인 위협을 할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美우파 온라인 매체와 커뮤니티에서는, ‘재니스 이안’이 지목한 ‘안티파’가 지난 8월 12일(현지시간) 샬롯츠빌에도 등장했다고 지적한다.

  • 美주요 언론과 한국 언론들이 보도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폭동' 모습이다. 그런데 폭력이 안 보인다. ⓒ유튜브 샬롯츠빌 관련영상 캡쳐.
    ▲ 美주요 언론과 한국 언론들이 보도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폭동' 모습이다. 그런데 폭력이 안 보인다. ⓒ유튜브 샬롯츠빌 관련영상 캡쳐.


    가톨릭 신자로 캐나다 우파 언론인인 ‘페이스 골디’는 “샬롯츠빌 폭동 당시 백인우월주의자나 인종차별주의자 진영이 먼저 폭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다”라며 “수천여 명의 ‘안티파’와 ‘BLM(Black Lives Matters, 흑인도 중요하다는 뜻의 흑인우월주의자들)’이 실력 행사를 먼저 했다”며 “샬롯츠빌 폭동에서 백인우월주의자의 차량 돌진으로 좌파 시위대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안타깝지만 좌파 진영 내에 통제를 할 수 없는 세력들이 나타난 것을 더 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美주류 언론들은 “美전역에서 일어나는 일부 좌파 시위대의 폭력 행위는 문제”라면서도 “하지만 ‘안티파’나 BLM이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행동에 나서게 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가 美대통령이 됐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샬롯츠빌 폭동에 대한 美언론들의 취재가 점점 더 깊어지고, 美전역에서 우파 단체들이 여는 ‘표현의 자유를 위한 행진’ 때마다 일어나는 폭력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안티파’와 이들에 동조하는 BLM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안티파’의 유래와 현재 모습

    ‘안티파’의 유래는 1920년대 이탈리아와 독일이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공산주의자들이, 독일에서는 나치에 반대하는 공산당의 준군사 조직이 ‘안티 파시스트 행동대’를 만들어 활동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시작되면서 ‘안티파’ 또한 사라졌다. 수십 년이 지난 뒤 마가렛 대처가 수상이었던 1985년, 영국에서 ‘안티 파시스트 행동대(AFA)’가 나타난다. 이들은 이후 비슷한 시기 영국에 나타난 인종차별주의자 ‘스킨헤드’와 충돌하는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다가 사라진 듯 했다.

  • '안티파' 시위대의 일반적인 모습. 붉은 복면에는 공산당을 상징하는 낫과 망치가 새겨져 있다. ⓒ美안보전문매체 '인포워스 닷컴' 관련보도 화면캡쳐.
    ▲ '안티파' 시위대의 일반적인 모습. 붉은 복면에는 공산당을 상징하는 낫과 망치가 새겨져 있다. ⓒ美안보전문매체 '인포워스 닷컴' 관련보도 화면캡쳐.


    1990년대 ‘안티파’는 영국 대신 독일로 넘어갔다. 독일 통일과 동유럽 붕괴 이후 밀어닥친 동유럽 사람들과의 갈등과 이들에 대한 혐오로 ‘네오나치’가 활개를 치기 시작하자 이에 대응한다며 ‘안티파’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1992년부터 2001년까지 ‘안티 파시즘 전국행동(AA/BO)’라는 조직을 통해 그 세력을 확장한다. 이후 분열과 해체 과정을 통해 ‘안티파’ 운동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된다. 이때 독일 ‘안티파’는 스스로를 ‘인종차별반대주의자’라고 포장했다. 반면 독일 헌법수호청(BfV)은 ‘안티파’를 ‘네오나치’와 함께 ‘극단적 폭력조직’으로 규정해 감시·단속하고 있다고 한다.

    언론보도나 공개자료 등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안티파’는 영국, 독일뿐만 아니라 그리스, 러시아, 오스트리아, 미국 등에서도 그 활동이 나타나고 있다. 2014년 9월 테러조직 ‘대쉬(IS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학살을 시작하자 ‘국제자유대대’라는 이름으로 민병대를 조직, 전투에도 참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안티파' 단체들이 테러조직 '대쉬(ISIS)'와 싸운다며 만든 '국제자유대대'와 소속 부대 문장들. ⓒ나무위키 화면캡쳐.
    ▲ '안티파' 단체들이 테러조직 '대쉬(ISIS)'와 싸운다며 만든 '국제자유대대'와 소속 부대 문장들. ⓒ나무위키 화면캡쳐.


    이 같은 ‘안티파’는 현재 美주류 언론들에게는 ‘인종차별 반대주의운동’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들은 반정부·반자본주의를 목표로 하는 극단적 좌파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폭력을 선호하는 ‘반사회적 이념단체’다.

    ‘샬롯츠빌 폭동’이나 보스턴에서 열린 ‘표현의 자유를 위한 행진’ 당시의 폭력 사태에서 보듯 미국 ‘안티파’가 행동에 나설 때에는 BLM 같은 ‘흑인우월주의자 단체’뿐만 아니라 ‘동성애 강요단체’, 무정부주의자, 공산주의자 등도 함께 나와 검은 복면과 검은 옷을 입고 반대편 시위대와 경찰을 공격하고, 폭동을 일으킨다.

    때문에 美국토안보부(DHS) 뉴저지 주사무소는 2017년 6월 ‘안티파’를 ‘극단적 무정부주의 단체’로 규정하고 감시 대상에 올렸다.

    미국 내에서는 ‘안티파’가 2016년 11월 이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그 이전인 버락 오바마 정부 때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는 점, 이들이 미국의 전통적인 ‘진보’와 달리 불법과 폭력을 거리낌 없이 자행한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좌파와 우파 진영은 ‘안티파’와 BLM, 동성애 단체, 무정부주의자, 공산주의자 등이 폭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상대편에게 있다며 서로 비난하고 있다.

    反트럼프 ‘안티파’, 한국에도 있을까?

    ‘안티파’와 BLM은 2016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美전역에서 일어나는 ‘反트럼프 운동’의 최선봉에 서 있는 셈이다. 최근 ‘안티파’는 “정부와 자본의 통제를 받는 언론 또한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무정부주의 또는 反연방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진보 성향’이 대다수인 美주류 언론들은 이들을 추켜세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비판하지도 않는다. ‘反트럼프’라는 목적을 공유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美주류 언론을 주로 인용하는 한국 언론들 가운데 오히려 좌파 성향을 가졌다는 한겨레 신문, 경향신문, 허핑턴 포스트 등이 ‘안티파’ 문제를 간략하게나마 다룰 뿐 대부분의 주류 언론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었던, 2016년 11월 19일 '페미당당'의 집회 포스터. 오른쪽 맨아래 로고가 '안티파' 로고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었던, 2016년 11월 19일 '페미당당'의 집회 포스터. 오른쪽 맨아래 로고가 '안티파' 로고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이처럼 미국에서 활개 치는 ‘안티파’가 한국에도 있을까. 지금까지 그 활동은 알 수 없지만 온라인에서는 한국에서도 ‘안티파’를 결성하려는 조짐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6년 11월 19일 오후 4시 30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페미당당’ 시위 포스터에 ‘안티파’ 로고가 포함돼 있었고,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에서 “한국 안티파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찾을 수 있었다.

    한국 ‘안티파’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안티파’가 반정부,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전투적 페미니즘, 종교 반대 등을 외치며 ‘폭력’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보면 사법당국은 향후 이들의 활동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