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기념콘서트…18~19일 '원코리아 오케스트라' 지휘
  • "음악보다 중요한 것은 인류이다. 북한과의 교류가 언제 어떤 식으로 뚫리고 막힐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기회가 생긴다면 북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고 싶다."

    2015년 박현정 대표와의 갈등으로 서울시향을 떠난 지휘자 정명훈(64)이 돌아왔다. 정명훈은 18~19일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음악회에서 새롭게 조직된 '원코리아 오케스트라'(OKO)를 지휘한다.

    음악을 통해 '하나 되는 한국'을 염원하는 원코리아 오케스트라는 연령, 성별, 소속 등을 초월한 재능 있는 음악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공연을 위해 모인 총 84명의 단원 대부분은 국내외의 전 현직 오케스트라 단원 또는 교수진으로 구성됐다.

    '원코리아 오케스트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서울대 교수)이 악장을 맡고, 첼리스트 송영훈(경희대 교수)·이정란(전 서울시향 부수석), 팀파니스트 아드리안 페뤼숑(전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수석),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한예종 교수) 등 국내외 유명 연주자들이 함께한다.

    다만 이번 공연만을 위해 꾸려진 '프로젝트성 오케스트라'로 앞으로 추가적인 연주 계획은 없다. 정 지휘자는 지난 16일 음악회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코리아 오케스트라가 상설 오케스트라는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북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기회를 찾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고 말했다.

  • 정명훈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당시 2012년 파리에서 북한 은하수 관현악단과 합동 연주를 지휘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나빠지면서 2015년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평양에서 지휘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또,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으로 지내던 2011, 2012년 평양에서 두 차례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원코리아 오케스트라는 남북이 하나 돼 함께 했을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외국 생활을 오래한 제게는 항상 가지고 있던 꿈이다. 이북 태생인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남북 관계가 개선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나아지길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었고,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언젠가 남북상설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 대답은 무조건 'Yes'이다."

    정명훈은 첫날인 18일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한다. 국내에서 정명훈과 조성진의 만남은 2015년 예술의전당 교향악 축제 이후 2년 만이다. 티켓 오픈 1분 만에 전석이 매진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일에는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로 나서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첼리스트 송영훈과 함께 베토벤 삼중 협주곡 C장조를 연주한다. 원코리아 오케스트라는 양일 모두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들려준다.

  • "베토벤은 자유를 위해 싸운 작곡가이다. 그의 음악의 힘은 표현의 자유를 열망하는 의지에서 나온다. 베토벤 교향곡 5번 1악장을 처음 시작할 때는 마음을 두들기고 문이 활짝 열린다. 마음을 열어놓고 그 안에서 싸움을 하고, 아름다움을 느끼고, 나중에는 모든 것을 이겨내는 힘이 음악에 다 표현돼 있다."

    정명훈은 내년 1월 창단 연주회가 예정된 '원코리아 유스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아 일 년에 1~2회 정기 연주회를 가질 계획이다. 원코리아 유스오케스트라는 롯데문화재단이 정명훈과 함께 뛰어난 기량과 리더십을 겸비한 젊은 연주자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그는 "인간적으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데에만 관심이 간다. 오래 전에 시작했어야 했다. 유스오케스트라를 통해 꿈을 심어주고 싶다. 젊은이들과 음악가들이 꿈을 잃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진=뉴데일리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