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엔 무역제재·북한엔 대화 강조하는 미국…높아지는 '코리안 패싱' 우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해 중국이 화답한 반면, 미국은 침묵 속에 중국 무역제재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야권에서 제기됐던 '코리아패싱'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경축사에서 옅은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북한과 대화를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며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안보위기를 타개할 것이나,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 의존할 수는 없다"며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외신들은 일제히 '미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앞서 지난 14일 조세프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미군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美 정부의 외교적·경제적 압박 노력을 지원하는데 우선적 목표를 두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노력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군사적 옵션'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문 대통령이 발언에 대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일방적 군사행동을 (한국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함축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신문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어떤 군사행동을 하더라도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언급은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에 우려를 낳고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문 대통령이 "드물게 직설적인 비난을 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풀이했다.

    뉴욕타임즈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일종의 '반작용'으로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정통적 접근이 오랜 한미동맹에 새로운 긴장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NBC 뉴스도 "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의 그 어떤 군사행동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처럼 대화를 표명하며 미국에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자, 미국과 중국의 반응도 분명하게 엇갈렸다.

    중국 외교부는 남북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중국 측은 일관되게 평화적인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처리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유관 각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해왔다"며 "남북이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 화해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양측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백악관은 침묵하고 있다. 그 대신 중국에 제재방침을 밝히는 한편 북한과 대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미국 무역대표부에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 조사를 지시하는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에 대해 "시작일 뿐"이라고 말해, 중국과 '무역 전쟁' 가능성도 내비쳤다.

    15일에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은)여전히 북한과 대화에 관심이 있다"며 "대화 여부는 북한의 김정은에게 달려있다"고 했다.

    그간 한미공조를 강조해온 미국이 북한-중국에 개별적으로 메시지를 던지자, 야권 일각에서는 '코리안 패싱'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평가하면서 "문 대통령의 대북 상황인식은 2차대전 전 영국 챔버레인 수상의 대독 유화정책을 연상시킨다"며 "국제정세를 잘못 파악한 챔버레인의 히틀러에 대한 오판으로 인하여 2차대전의 참화를 막지 못했다는 것을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홍 대표는 지난 10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북핵 문제 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가 한국을 제쳐두고 논의되는 것은 정말로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코리아패싱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제1야당이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