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확립 위해 공원주차장 유료화? 오히려 불법주차 ‘무법천지’
  • 4일 찾은 여의도 한강공원 입구 모습.ⓒ뉴데일리 박진형 기자
    ▲ 4일 찾은 여의도 한강공원 입구 모습.ⓒ뉴데일리 박진형 기자

    “배달존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기자)

    “그게 뭐에요? 잘 모르겠는데...” (시민)

    4일 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 30여 명의 시민들이 배달존이 아닌 이곳에서 치킨과 피자 등 배달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행로 통행이 원활하지 않을 만큼의 꽉꽉 들어찬 인파였다. 이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어깨를 좁히고 걸어야 했다. 도로 쪽도 쳐다봤다.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5분 간격으로 배달 오토바이가 도착했다. 일부 자동차는 오토바이로 막힌 도로를 피해 차선을 변경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교통이 정체되기 일쑤였다.

    배달을 나온 치킨 가게 직원은 “고객 10명 중 7명은 배달존이 아닌 2번 출구 앞에서 음식을 수령해 간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배달존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200m 떨어진 마포주차장 입구 매점 앞에 있는 배달존에는 10명의 시민만 보일 뿐이었다. 눈에 띄는 노란색으로 지붕이 꾸며지고 깃대봉과 안내판까지 설치돼 있었지만 시민들 대다수는 이 공간의 존재를 모르는 눈치였다.

    서울시가 지난 6월 23일 ‘한강공원 질서 확립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시민 안전 및 쾌적한 환경을 위해 배달음식을 특정 장소에서 받아갈 수 있도록 배달존을 설치했지만, 홍보 부족으로 인해 운영이 활성화되지 않은 듯했다. 시는 또 깨끗한 여의도 한강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청소인력을 늘리고 환경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여의도 한강공원 입구부터 각종 쓰레기들로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소주병과 물병이 나뒹굴었다. 벤치 곳곳에는 먹다 남은 커피캔이 사람을 대신해 앉아 있었다. 군데군데 종이박스도 널브러져 있었다. ‘시민들의 의식이 문제인가’라는 의구심이 앞섰다. 하지만 주위에 설치된 쓰레기통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꼭 그들만 탓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강공원 입구를 지나다 만난 한지수(23·여) 씨는 “노점상 옆에 박스로 만든 간이 쓰레기통이 있었지만 이곳에서 사먹지도 않았는데 버리면 상인들이 싫어할 것 같다”라며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버릴 수 있게 서울시에서 쓰레기통을 설치하면 지금보다 더 깨끗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명수(26) 씨도 “공원 내부에는 곳곳에 쓰레기 수거함이 있는데 유입인구가 많고 한강공원에 대해 첫 인상을 느낄 수 있는 입구 쪽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오후 16시~22시에 청소인력을 확대해 이용객이 많은 주요 시설의 환경 개선을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에서 오후 5시부터 9시가 넘도록 머무는 동안 청소하는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처음 방문했을 때 보였던 쓰레기는 4시간 뒤에도 여전히 치워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전단지를 나눠주는 종업원의 입에서도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소하는 사람이요? 본 적 없는데...”

    쓰레기 뿐만 아니라 불법주차 문제도 눈에 띄었다. 서울시가 주차질서를 확립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주차장을 유료화한다고 밝힌 이후, 오히려 질서는 더 흐트러진 모습이다.

    여의도 제3주차장 인근 도로는 몇 십대의 자동차들이 점거했다. 기차처럼 300m 넘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있었다. 마포대교 사거리에서 여의도한강공원 방면의 도로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불법주차 딱지가 붙어있는 차량은 찾을 수 없었다. 시가 한강공원 단속 전담 요원을 확대 운영해 기강을 바로잡겠다고 발표했던 것에 고개가 갸웃거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공원에서) 주차단속으로 월 200~300건 정도를 적발하고 있다”면서 “단속요원이 24시간 돌아다니고 있지만 전체 구역을 순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변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도 “환경미화원 분들과 의논을 해서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의 말에도 답답한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명쾌하지 못한 답변은 둘째 문제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고치는 서울시의 행태를 지켜봐왔기에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한강공원 질서 확립 특별 대책’이 문서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하려면 언제쯤 다시 한강을 방문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계속 머리 속을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