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핵개발만이 유일한 해법"

  • 북핵문제와 관련, 미국의 딜레마를 정확하게 지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 시 남한과 일본에 대한 핵무기 및 화생방 무기를 동원한 공격 위험성이 그 핵심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시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휴전선 주변에 배치된 수천 문에 달하는 자주포와 방사포 공격이다.
    사드배치 유효성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고 논의되고 있다.


    물론 틀린 지적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능력이 완성되면 미국으로서는 최악의 경우 북미사일에 의한 동맹국의 피해쯤은 감수할 수 있다.
    핵공격에 직면했을 때, 자국방어보다 더 중요한 이익이 어디 있으랴.
    자국민 보호도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하고 민간인들을 소개하면 그뿐이다.
    일본은 이지스 어쇼어를 포함하여 대북 미사일방어시스템을 모두 가동시키면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딜레마의 핵심은 북한정권을 괴멸시키고 핵을 제거한 후에 그 공백을 누가 채울 것인가이다.
    현재로서는 중국밖에 없다.
    중국은 한-만 국경과 만주지역에 상시 20여만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 지역으로 15만을 추가로 이동시켰다는 미확인 언론보도도 있었다.
    북한의 파워 공백 시, 혹은 유사시 한-만 국경지역이 위태롭다고 판단할 때, 즉각적으로 한반도로 들어올 병력이다.


    북핵을 제거한 대신 그 땅을 미국의 군사적 적국인 중국에게 내 준다? 
    미국으로서는 단순히 북한의 핵위협이 중국의 핵위협으로 손 바뀌는 것 이외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
    그럴 바에야 남한과 일본에 엄청난 인명피해를 안겨줄 군사적 옵션을 무리해서 선택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해서 한반도에 남게 될 남한은 북한보다 더 강력한 중국의 위협에 곧바로 직면하게 되고, 한국을 대중견제의 외벽으로 사용하는 데 있어서 미국은 운신의 폭이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어느 측면에서 보나 북핵과 북한정권에 대한 군사적 옵션은 손실이 이익을 훨씬 압도한다.   


    2년 전 한 중진 언론인의 소개로 통일부 전직 고위관료를 만난 적이 있다.
    내가 궁금했던 것을 물어 보았다.

    "그거 문제없습니다.
    평양의 정권이 무너지면 우리 군이 올라가서 그냥 접수하면 됩니다."

    천진난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통일부와 국방부가 조율이 되지 않은 것인가?
    유사시 한국군이 어느 선까지 북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군사작전측면에서는 참으로 복잡하고도 어려운 문제로 다루어져 왔다.
    또 전시작전권 이양과 관련하여 한-미간 아주 미묘한 문제로 남아 있기도 하다.
    결국 6.25때 한-미간에 발생했던 문제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간단히 얘기해서, 한국이 핵도 없이 재래전에서 중국군을 이길 수 있는가?
    아니면 현재의 한-미연합체제속에서 중국군과 직접 직면하는 상황을 미국이 자초하겠는가?
    그 대답은 확실히 No다.
    그러니 북한은 중국 차지다.


  • 미국은 최대의 딜레마에 있다.
    반면 핵개발이라는 신의 한 수를 둔 북한은 꽃놀이 패를 들고 있다.
    대화를 통한 북핵의 해결이라는 허상을 좇는 남한의 정책결정자들은 위에서 말한 지정학적 이점, 정권교체의 불필요성, 그리고 벼랑끝 전술을 택하는 담력, 이 모든 것을 갖춘 북한의 엘리트들을 이길 방법이 없다.
    최소한 현재의 군사-외교적 패러다임내에서는 그렇다.  


    미국과 중국이 물밑 협상을 통해 북핵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상식적으로 한두 가지의 시나리오는 추측 가능하다.
    하지만 북핵을 두고 미-중관계가 어떻게 발전하건, 중국이 20년 후에도 지금처럼 남한에 호의적인 국가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내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악화되면 남한을 하나의 희생양으로 삼아 미국과 함께 군사적 적대국 일 순위로 올려놓을 수도 있다.
    남한은 북한만을 적으로 하는 현재의 패러다임에서 빨리 벗어나, 그 외교-군사적 지평을 넓혀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남한은 북핵과 트럼프 정권의 등장을 신이 내린 하나의 기회로 보아야 한다.
    북한이 핵으로 위협할 때, 주한미군이 아직 있을 때, 그리고 조금이라도 남한의 핵개발에 덜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가 있을 때, 빨리 핵무장을 하라.
    북핵이 해결되면 미국과 여타 핵클럽국가들에 대해 내어 놓을 핵개발의 구실이 사라진다.
    핵개발을 하지 못한 후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남한이 중국과 군사적 대립관계로 발전하면, 남한은 자국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을 영원히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물론 독자적 핵보유는 당장 현재 북핵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방어 수단으로서도 필요하다.


  • 지 영해
    현 영국 옥스퍼드대학 동양학과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
    영국 옥스퍼드대학 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