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 등 권력기관장이 위원… 상호 견제 될까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복원을 지시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복원을 지시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의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복원 지시가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높이 평가해야 마땅하지만, 자칫 검찰이나 국내정치 개입을 금지한 국정원 등 권력기관을 다시금 정치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할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사정기관의 독립성·중립성 우려를 의식해 부패 고리를 끊는데 청와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각 기관의 독립적 영역을 존중하되, 해야 할 일은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노무현정권 때의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반부패협) 복원을 지시한 것이, 권력기관 간의 상호 견제 원칙에 엇나간다는 비판이 비등하는 것에 따른 반응으로 해석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설치됐던 반부패협은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고, 법무부장관·국방부장관·행정자치부장관 등의 각료와 공정거래위원장·금융감독위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경찰청장·국정원장·감사원장 등 핵심 권력기관장들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청와대에서는 사정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이 배석했다.

    우리나라의 국가투명성이 아직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부패 척결의 의지로 관련 협의회의 복원을 지시했다는 것은 일단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당초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했던 반부패협은 대선 국면을 앞두고 야당의 유력 대권주자 주변을 사찰하는데 오용되기도 했다.

    국정원은 지난 2006년 8월, 이듬해 치러질 대선에 야당 후보로 출마가 유력시되던 이명박 전 대통령 처남의 보유 부동산 현황을 열람하고, 부패척결TF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 주변 인사 93명을 406차례에 걸쳐 사찰했다.

    권력기관의 민간인 사찰이 이뤄졌던 것인데, 이 때 법적·조직적 근거로 내세워졌던 것이 반부패협에서의 정보 공유였다.

    새 정부 들어서 국정원의 국내차장 보직을 혁파하고, 국정원 요원들의 국내 정당·언론 등 기관출입제도를 폐지하는 등 외견상 정보기관의 국내정치 개입을 금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고 있지만, 반부패협 복원을 계기로 이와 같은 움직임이 역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고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해 경찰로 이관하는 등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시도하는 것도 권력기관 간의 상호 견제를 위한 취지인데, 반부패협이라는 틀을 통해 권력기관장을 한데 모은 뒤 대통령이나 민정수석이 특정한 '사인'을 내는 것은 이러한 상호 견제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자 청와대도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