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한 노출... 문제 없냐 묻자, 경찰 "판례법 보고 왔나? 처벌 대상 아냐"
  • 14일 서울시청 앞 광장 '2017 퀴어문화축제' 개막식 현장.ⓒ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14일 서울시청 앞 광장 '2017 퀴어문화축제' 개막식 현장.ⓒ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국내 최대 성소수자 문화행사인 '2017 퀴어문화축제'가 1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된 가운데 '북새통'을 이뤘던 지난해와는 달리 다소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나중은 없다, 지금 우리가 바꾼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퀴어 야행(夜行), 한여름 밤의 유혹'이라는 주제의 제18회 퀴어문화축제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퀴어문화축제 파티기획단장인 이든씨와 트렌스젠더 가수 차세빈씨가 사회를 맡았으며, 주한 캐나다 대사관을 비롯해 9개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무대에 참석해 퀴어축제 개막을 축하했다. 최영애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 역시 참석해 "성평등없는 민주주의는 상상할 수 없듯 성소수자 인권보장없는 인권완성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뒤이어 무대에 올라선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군형범 92조 동성애 차별 합법화 조항'을 폐지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고 모두 10명의 의원이 그 법안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홍준표 후보가 성소수자 혐오차별 발언을 했을 때 오로지 심상정 후보만 성소수자 인권을 외쳤다"며 "다음번에는 꼭 이 자리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을 모시겠다"는 말로 퀴어축제 참가자들의 지지를 당부했다.

    #. 확 줄어든 참가자, "이게 축제냐" 비판도

    이날 행사는 본 행사에 앞서 진행된 개막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확연히 줄어든 인원임을 알 수 있었다.

    지난해 2016 퀴어축제가 경찰 추산 1만여명의 인원이 몰려, 각종 노출 의상과 분장으로 선정적인 문구, 각양각색의 성인용품이 즐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퀴어축제 현장에 모인 소규모의 지지자들은 무대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등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축제개막을 조용히 즐기는 정도에 그쳤다.

    인적이 드문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음에도 퀴어축제를 향한 비판적인 시선은 주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나가던 대학생 김 모(22·남)씨는 "서울광장에 펜스가 둘러져있길래 어떤 축제인지 궁금해서 들어와 봤다"며 "동성애 축제라고 해서 호기심에 그냥 보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50대 이상의 시민 일부는 "이런 게 무슨 축제냐"고 되물으며 발걸음을 돌렸다.

     

  • 14일 밤 퀴어축제에 참여한 한 남성이 상의를 벗고 여성과 춤을 추고 있다. ⓒ뉴데일리 박진형 기자
    ▲ 14일 밤 퀴어축제에 참여한 한 남성이 상의를 벗고 여성과 춤을 추고 있다. ⓒ뉴데일리 박진형 기자

     

    #. 시민들 불편케 하는 일부 참가자들 '여전' 

    일부 참가자들의 행태는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퀴어축제 참가자들은 "우리가 사회에서 받는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는 데 노력한다는 의미로 행사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편견'을 가진 이들은 오히려 퀴어축제 참가자들인 듯 했다.

    오시 50분경. 행사 무대에서 "자유를 보장 받고..."라는 발언이 나왔다. 그때 '태극기' 무늬가 그려진 빨간색 모자를 쓴 박ㅇㅇ(60·여) 씨가 무대 앞을 지나갔다. 이를 본 참가여성 2명은 박 씨에게 다가가 "우리 사진 찍었죠"라며 따져물었다. 남성 2명도 뒤따라 거들었다. 박씨는 4명에게 둘러 싸인 채 카메라를 그들에게 건네줬다. 사진을 촬영한 적이 없으니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그러한 사진은 발견되지 않았다.

    박 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일반 시민에게는 자유와 인권이 없는 거냐? 카메라를 들고 지나간 것은 맞지만, 커버에 씌운 상태였다. 어떻게 그 상태로 사진을 찍을 수가 있나? 그냥 제 겉모습을 보고 시비를 걸고 싶었던 모양인데, 나도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히 축제에 참석한 것이다. 2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

    #. 이런 노출 가능해? 상의 벗어던진 남성은...

    오후 10시 10분경, 축제가 막을 내릴 무렵이었다. 무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경쾌한 노래 소리가 울펴 퍼졌다. 화려한 조명도 서울광장 인조잔디를 가득 메웠다. 그러자 상의를 벗은 남성과 여성 1명이 서로 뒤엉켜 춤을 추기 시작했다. 20~30명의 사람들이 이 남여를 둘러싸며 어깨를 들썩들썩 흔들었다. 한순간에 클럽 분위기로 바뀌었다.

    노래가 끝나자 "아~" 하는 탄성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한 번만으로는 아쉬워 보였다. 순간 조용해진 틈을 타 몇 명이 "Say YES!" 노래 가사를 되뇌이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후 상의를 벗은 남성은 광장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지나가는 일반 시민이 노출된 몸을 볼 수 있는 사정거리까지 침범했다. 한 발짝 거리에는 경찰 두 명이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그는 행사가 끝난 뒤에도 참석자들과 인증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켜보기가 민망해 한 경찰에게 법적인 문제의 소지가 없는지 물었다. 기자의 질문에 해당 경찰은 "판례법 보고 왔냐"며 목청을 높였다. 그 경찰은 "상의를 벗은 것만으로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 종교단체 반발,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광장인데"

    퀴어축제는 매년 노출이 심한 자극적인 의상과 분장으로 인해 시민들의 각종 민원을 낳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가 설치를 허가한 광장부스에서 남녀 성기모양의 쿠키와 각종 성인물품들을 판매해 시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해당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퀴어문화축제조직위가 준비한 공식 행사 부스에서는 일반 무지개 티셔츠만이 일부 판매되고 있었다.

    이날 개막식과 동시에 서울광장 인근 곳곳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종교단체들의 소규모 집회들이 산발적으로 이어지며 서울광장에서의 동성애축제를 허가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규탄했다. 서울 광장 인근 곳곳에서는 '동성애 반대는 대한국민의 당연한 인권이다', '동성애는 죄악'등의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한 개신교 단체는 전통적인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모든 참석자가 한복을 차려 입고 반대 집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주변에서 만난 예수재단 임요한 목사는 "동성애자를 특별히 혐오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위배되는 행위를 공공장소에서 한다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청광장을 1년에 한 번 씩 음란 행위와 성적 타락을 위한 해방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1조에 따르면 '이 조례는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공익적 행사 및 집회와 시위의 진행 등을 위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임요한 목사는 '건전한 여가선용'를 강조하며 서울시가 퀴어축제를 허용한 것을 비판했다.
     

  • 14일 '2017 퀴어문화축제'개막식에 맞추어 열린 대한문 앞 동성애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동성애반대 손피켓을 들고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14일 '2017 퀴어문화축제'개막식에 맞추어 열린 대한문 앞 동성애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동성애반대 손피켓을 들고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박원순 시장, 3년 연속 서울광장 사용 허가

    서울시는 2015년부터 3년 연속으로 퀴어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이에 동성애문제대책위 등 종교계와 보수시민단체들은 서울시의 퀴어축제 광장사용이 승인된 지난달 중순부터 끊임없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이어 개최한 바 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경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개신교단체 홀리라이프가 탈동성애인권포럼을 열고 "동성애의 폐해가 심각하다"며 동성애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퀴어(Queer)는 본래 '이상한', '색다른' 등을 뜻하는 단어로, 현재는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퀴어축제가 시작됐으며 올해로 18회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15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오후 4시부터는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입구사거리~종로1가~종로2가 사거리를 거쳐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퍼레이드가 예정돼있다.

    해당일에는 동성애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 등 종교단체들 역시 대한문 앞과 서울시청 인근 곳곳에서 반대 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경찰은 양측 집회의 충돌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서울광장에 차단벽을 만들고 9개 중대 700명의 경찰을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