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진실성 논란 연거푸 제기… 비정규직 노조 "어떻게 그런 말 하나"
  •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11일 학교비정규직노조로부터 질타를 받는 모습. ⓒ이종현 기자
    ▲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11일 학교비정규직노조로부터 질타를 받는 모습.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이 '이언주 의원 막말'을 보도한 언론사를 향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해당 언론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깨고 현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앞서 <SBS>는 '취재파일'이라는 인터넷 기사 형태로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의 막말을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언주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급식노동자 파업 관련) 미친X들"이라며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이다. 별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도 후 국민의당과 이언주 의원에 대한 여론의 반발은 극심했고, 급식노동자들과 학교비정규직 노조에선 '이언주 의원 사퇴'를 촉구했다.

    이언주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학교급식파업과 관련해 학부모들의 격양된 분위기를 기자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오간 사적대화가 몰래 녹음되어 기사화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도 이언주 의원 발언에 힘을 실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3주 전에 있던 대화가 뒤늦게 나가게 된 배경, 정식 인터뷰가 아닌 사적 대화를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당사자 입장을 확인하지도 않고 할 수 있는 것인지, SBS에 유감을 표한다. 방송인허가권을 가진 정권 눈치를 보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명길 원내대변인도 "온 더 레코드, 오프더 레코드는 구분하면서 말하지 않는 건 최소한 맥락과 취지를 불리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란 취재원과 기자들 신뢰에 기초해서 하는 것"이라며 "선의를 갖고 열심히 설명한 대목을 시간이 한참 지나서 당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어론본도하면서 정국의 흐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SBS를 향한 유감 표명은 역풍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국민의당이 이언주 막말 사태 관련 진정된 사과를 보이지 않고, 활로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게 지적이 나왔다.

    작년 당 조직강화특별위원을 역임했던 한 민주당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막말 사태는) 이언주 의원 개인의 소양 문제 아닌가. SBS가 의도를 가지고 보도했다는 것은 논리가 부족하다. 국민의당의 문제점을 지적한다고 해서 정부여당이 좋을 것은 뭔가. 그렇게 따지만 제1야당인 한국당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우선 아닌가"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도 "국민의당도 그렇고, 이언주 의원도 그렇고 진정 급식노동자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민의당이) 진정 석고대죄하는 심정을 가지고 있다면 '정권 해바라기' 등의 표현을 쓰면서 해당 언론사에 대한 언급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편 이언주 의원을 둘러싼 막말 파문은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언주 의원은 같은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 또한 아이를 둔 엄마로서 학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리다 보니 사적인 대화, 편한 대화에서 이런 분위기를 전달하다가 다소 격앙된 표현이 나왔다"고 해명했다. 이어 "밥하는 아줌마들’이라고 말한 제 마음 속 또 다른 의미는 어머니와 같은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언주 의원은 그러면서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다. 그는 "해명의 글을 올렸지만 충분치 못하다는 여러분의 질타와 충고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이유가 어찌됐든 사적인 대화에서지만 그로 인해 상처를 입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언주 의원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공교롭게도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언주 의원이 자신의 막말에 대해 사과를 표했으나, 노조 관계자들은 "가식적인 사과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급식실에 한 번이라도 가본 적 있는가" 등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