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보수 정체성 경쟁 의도…독자적인 비전·아젠다 제시 아쉽다는 비판도
  • 바른정당이 9일부터 자유한국당과 보수정체성 경쟁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시작한다.

    '배신자' 누명을 벗기 위해 TK 지역에서 게릴라 유세를 펴고 '종북몰이 보수 청산'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당을 알릴 계획이지만, 자유한국당과 차별화를 넘어 독자적인 노선 추구로 보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9일 한 언론사와 통화에서 "대구·경북 지역을 시작으로 당 지도부들이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시민들과 소통에 나설 예정"이라며 "소위 배신자 프레임에 속은 '피해자'가 집중한 TK를 출발점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오는 19일부터 '참 보수를 찾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전국을 돌며 시민과 대화하는 콘서트 등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날(19일)부터는 20개로 꾸려진 당내 민생특위도 완전 가동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과 보수 정체성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안으로 전국을 돌며 '배신자 프레임'을 씻어내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차별화는 토론회를 통해서도 진행된다. 9일 오후에는 바른정당의 내년 지방선거 전략을 담당하는 바른비전위원회(위원장 하태경 의원)가 '종북몰이 보수,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 역시 대선과정에서 민주당을 '친북좌파 정권'으로 규정한 자유한국당과 선을 긋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같은 바른정당의 차별화 움직임은 이혜훈 대표 체제 이후 떠오른 '자강론'의 일환이라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바른정당은 지난해 최순실 사태로 인한 탄핵정국이 발생하자 비박계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에서 분당해 탄생됐다. 당초 탄핵이 확정되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여론이 자신들에게 기울 것이라 자신했지만 빗나간 전망이었다.

    비록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입장 등 탄핵 정국 책임론에 대해서는 양 당의 견해가 달랐지만, 보수정당을 표방하며 강한 안보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점에서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 정책적으로 비슷했다.

    뚜렷한 차별점을 지니지 못한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에 막혀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지난 19대 대선이다. 자유한국당은 당초 탄핵 정국 속 선거금 보전 기준인 15% 득표율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홍준표 대표가 후보로 출마해 24%의 득표율을 얻어냈다. 반면 유승민 후보는 이에 근접하지 못했다.

    바른정당에게 저조한 대선 득표율은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위기감으로 다가왔다. 자유한국당과의 확실한 차별점을 제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생겨났다. 이 대표가 취임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연대론·보수 통합론보다는 자강이 필요한 때"라고 못박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바른정당이 자신들의 선명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차별점을 내놓기보다 확실한 지향점을 내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자유한국당이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당내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원 주최로 지난달 23일, 보수의 가치를 고민하는 연속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는 영국 보수당의 교훈을 중심으로 자유한국당의 비전이 제시됐다. 이에 반해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의 차별점이 주로 제시되는 상황이다.

    한 바른정당 관계자는 지난 대선 과정을 복기하며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탄핵 될 때 같이 추락한 뒤,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며 "바른정당이 친박계를 비판하는 것 외에도 스스로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