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文대통령에 우리말로 "안녕하십니까" 관계개선 의지 피력
  •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내각총리대신이 7일 오전(한국시각)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 메세홀 내의 양자회담장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내각총리대신이 7일 오전(한국시각)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 메세홀 내의 양자회담장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과 정상회담을 갖고 '셔틀외교 복원' 등 한일관계의 완전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 한일 간의 공조 필요성이 강화되면서, 2012년 이후 5년간 표류하던 한일관계가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회복될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일 3국 정상만찬에 뒤이은 한일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일본과의 교역·투자·관광 확대 등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 복원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한국시각)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 메세홀 내의 양자회담장에서 아베 총리와 만나 약 40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우리 측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강경화 외교장관·남관표 안보실2차장·김수현 사회수석·김현철 경제보좌관·신재현 외교정책비서관·박수현 대변인이 배석했고, 일본에서는 노가미 고타로 관방부상·하세가와 에이이치 보좌관·이마이 다카야 수석비서관·스즈키 히로시 외무담당비서관·야치 쇼타로 국가안보회의 사무국장·아키바 다케오 외무성심의관이 배석했다.

    아베 총리는 "안녕하십니까"라고 우리말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밝게 인사를 건네며 관계 개선의 강한 희망을 피력했다.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일한관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회담을 하고,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전에 있었던 한미일 3국 정상만찬을 화두에 올리며 "어제 반가웠다. 아주 의미있는 회동"이라며 "자주 만나고 더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이어 만나서 반갑게 생각한다"며 "전화통화도 했고 TV에서도 자주 봐서 몇 번이나 만난 듯한 느낌"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회담에서 한일 정상은 △셔틀외교 복원 △교역·투자·관광교류의 재활성화 등 협력 증진 등에 합의했다.

    셔틀외교란 한일 양국의 정상이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휴양지 등을 활용해 수시로 만나면서 양국 현안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합의한 이래, 그해 7월 제주와 12월 가고시마현 이부스키(指宿)에서 시작됐으나 이듬해 중단됐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가 복원에 합의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한일 정상은 20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지며 밀월관계를 과시했으나,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를 기점으로 단절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이날 5년 만의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함에 따라, 동아시아의 드문 완전한 자유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 국가인 양국 사이의 관계는 회복의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셔틀외교 복원 합의에 따라 양 정상은 서로를 초청했다.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조기 방일을 희망한다"고 했으며, 문재인 대통령도 아베 총리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해달라고 초청 의사를 밝혔다.

    핵·미사일 도발을 반복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대응 문제도 이날 오전의 3국 정상만찬에 이어 재차 화두에 올랐다.

    한일 정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가 양국에 급박하고 엄중한 위협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하기 위해 한일·한미일 간의 긴밀한 공조를 계속 유지·강화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핵폐기의 평화적 달성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의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남북대화 복원에 나설 뜻을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아베 총리는 이해를 표명해,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정책과 관련, 미국에 이어 일본의 지지까지 확보하게 됐다.

    한일관계의 최대 걸림돌인 위안부 문제도 허심탄회하게 논의의 테이블에 올랐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는 한일관계의 기반"이라며 이행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한일관계를 더 가깝지 못하게 가로막는 무언가가 있다"며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해 지혜롭게 해결해나가자"고 완곡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 (위안부) 문제가 한일 양국의 다른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하는 등 한일관계 정상화에 시동을 건 것은 매우 높이 평가된다.

    이로서 북핵에 대응하는 한미일 3각 공조 체제가 일단 정상궤도에 올라서게 됐다. 향후 안보 분야뿐만 아니라 통화스와프 협정의 복구 등 경제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 정상화의 과제는 남아 있지만, 셔틀외교를 복원해 수시로 만나기로 한 만큼 잘 풀려나갈 것으로 낙관적 기대를 갖는 게 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국내정치에서처럼 "이명박·박근혜정부"의 탓을 하는 등 교조적인 태도로 일관하지 않고, 양국 간의 중장기적 과제로 남겨놓는 가운데 이를 제외하고서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외교무대에서 보인 것은, 다자외교 무대에 처음 데뷔한 문재인 대통령의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지적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지하고 충실한 의견 교환을 했다"며 "앞으로도 양국 정상은 양자 및 다자 계기에 자주 만나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라며 "양국 정상 간의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한일 양국 간의 미래지향적 성숙한 협력 동반자 관계 구축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기여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