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中, 북핵보다 트럼프 경제 공세에 관심
  • ▲ 문재인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6일 오전(한국시각) 독일 베를린의 총리공관 기자회견장에서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서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6일 오전(한국시각) 독일 베를린의 총리공관 기자회견장에서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서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한중정상회담을 갖는다.

    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구상에 중국의 협조와 지지를 확보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절벽'처럼 사드 배치 즉각 철회 등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반복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어서, 한중정상회담의 귀추에 시선이 쏠린다.

    6일 열리는 한중정상회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자 정상외교로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이어 세 번째 양자 정상회담이다.

    이날 오후(한국시각)에 있을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강도높은 제재와 압박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적극적 참여가 절실하다"는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시진핑 주석의 협조를 구하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전날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연방대통령, 메르켈 총리와의 연쇄 회담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난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결국은 대화와 평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란, 북한이 도저히 대화에 나서지 않고서는 배겨낼 수 없도록 일시적으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낸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중국은 북한에 석유를 공급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심 수출품인 광물을 사주고 있다. 스스로는 봉쇄된 것이나 다름없는 금융거래도 중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중국이 이른바 '송유관 밸브 잠그기' 식으로 압박과 제재에 적극 동참해줘야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국제적인 제재와 압박도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다면 실효를 거둘 수가 없다"며 "중국은 결정적 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내일 시진핑 주석을 만나면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시진핑 주석이 순순히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에 따를 것인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한독정상회담을 한 메르켈 총리의 반응이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메르켈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시진핑 주석 내외와 부부동반 만찬을 가진 뒤 이튿날 정상회담과 실무오찬까지 가지며 오랜 대화를 나눴다.

  •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3~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상대로 부부동반 만찬을 베풀고 연이어 정상회담과 실무오찬을 가지며 많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사진DB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3~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상대로 부부동반 만찬을 베풀고 연이어 정상회담과 실무오찬을 가지며 많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사진DB

    이런 메르켈 총리가 "G20 의장국으로서 북핵 문제에 대한 공동결의를 담아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에 대해 "모든 국가가 동의한다면 최종공동성명 채택도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외교적인 수사로 보면, 동의하지 않는 국가가 있다는 확신이 전제된 발언이다. 이 '동의하지 않는 국가'란 메르켈 총리가 최근 계속해서 만난 시진핑 주석의 중국 외에는 다른 국가가 있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계속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이 지금까지의 역할에 더해서 조금 더 기여해주길 기대한다"고 말을 이어갔지만, 메르켈 총리는 구체적인 동의나 지지의 반응을 보이는데 극히 신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조적으로 시진핑 주석을 잠깐 만났던 독일의 의전적 국가원수인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오늘 내가 시진핑 주석을 만나 중국의 적극적인 책임을 말했는데, 내 느낌으로는 중국이 이제 행동에 나설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덕담을 했다.

    이에 반해 만찬과 정상회담, 다시 오찬을 함께 하며 시진핑 주석과 오랜 대화를 나눈 메르켈 총리는 중국이 북핵 문제에 있어서 추가적인 제재와 압박에 나서지 않을 뜻이라는 것을 간파했고, 그렇기에 의장국으로서 중국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메르켈 총리와 시진핑 주석은 이번 만남을 통해 자유무역의 원칙 수호에 의기투합했다. 이는 최대의 대미무역 흑자국인 중국과 독일에 맞서 '보호무역의 장벽'을 세우려 시도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 연합전선을 형성한 것이다.

    당장 무역 문제로 시진핑 주석과 연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메르켈 총리로서는, 경제 문제가 주 이슈인 G20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로 중국을 압박해야 할 아무런 까닭이 없는 셈이다. 의장국 수반인 메르켈 총리의 전폭적인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되레 시진핑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요구인 '중국의 역할 확대'를 지렛대 삼아,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이상한 합의를 이뤄내려 할 위험성마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진핑 주석은 G20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로 오는 길에 도중에 러시아에 들러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직후 양국 외무성의 명의로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북한이 핵·미사일 관련 활동을 중단하고, 한국도 미국과의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다"는 이른바 '쌍중단'이 제시됐다.

    북한이 연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핵능력을 고도화하는 도발을 자행하고 있고, 김정은은 한술 더 떠 "앞으로도 심심찮게 크고 작은 선물보따리를 자주 보내주자"며 지속적인 도발을 예고한 마당에 '쌍중단'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후에 있을 시진핑 주석과의 한중정상회담을 앞두고, 반드시 어떤 합의점에 도달해야 한다는 초조함을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급함에 못 이겨 자칫 이상하게 해석될 수 있는 메시지가 나오게 되면, 기왕 이뤄낸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마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