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의혹 받는 이준서, 安-朴과 접촉… 5일째 침묵 이어가는 대선 후보
  •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이용호 정책위의장이 30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사진 DB
    ▲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이용호 정책위의장이 30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사진 DB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에 대한 취업 특혜 의혹 제보 조작논란이 1년 전 리베이트 파동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안철수 전 대표가 공동대표직을 내려놓으며 검찰 수사가 의혹 관련자 선에서 진행됐다면, 이번에는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침묵을 이어가면서 수사 대상이 '윗선'으로까지 확대되면서다.

    안철수 전 대표는 30일 이번 파문에 대해 5일째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 입장표명 계획은 없다"면서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 당의 적극적인 협조로 검찰 수사가 조속하고 철저하게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을 뿐이다.

    검찰은 제보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씨를 전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구속한 가운데 당내 윗선 개입 여부 등 사건 실체 규명을 파악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당은 사건이 불거지자 공식적으로 사과하면서도 당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은 없었다며 의혹 확산을 막고 있다. 

    하지만 이유미씨와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지난 24일 안철수 전 대표를 독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이던 박지원 전 대표에게 사전보고를 했다는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지도부의 책임론은 피하기 쉽지 않아보인다.

    김관영 진상조사단장은 전날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조작된 음성 녹음 파일을 언론에 공개하기 4일 전 박지원 전 대표에게 조언을 구하려 했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오른쪽)와 박지원 전 대표(왼쪽)가 5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오른쪽)와 박지원 전 대표(왼쪽)가 5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김관영 단장에 따르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이유미씨가 조작한 카카오톡 캡처 화면 11장을 박지원 전 대표에게 전송한 뒤 '박지원 대표님 어떻게 하면 좀 더 이슈를 만들 수 있을까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대화명 중 ○○, 박△△는 문준용과 함께 파슨스에서 공부했던 친구들입니다' '문준용은 돈을 물 쓰듯이 쓰는 것, 고용정보원에도 아빠(문재인)가 넣어보라고 해서 넣었다고 친구들한테 말했다고 합니다' 등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이에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문자폭탄이 폭주해 휴대전화를 비서관에게 갖고 있으라고 했다"며 이준서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문자폭탄 때문에 자신이 쓰던 휴대전화를 바꿨으며 기존 휴대전화를 김모 보좌관에게 맡겼다는 것이다.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당시 국민의당 의원의 연락처가 일반인에 유출되면서 박지원 전 대표는 실제로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바꾸기도 했다.

    또한 "저는 (이 전 최고위원이 연락을 시도한) 당일 제주에서 유세를 했고 비서관은 당시 대선본부 뉴미디어팀에 파견 근무 중 경남 산청 출장, 저녁 7시30분께 상경했다고 한다"며 "제 전화 두 대를 위치추적하더라도 확인 가능하리라 믿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관영 단장은 "박지원 전 대표의 비서관은 (이 전 최고위원 메시지를) 박 전 대표에게 별도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달하지 않은 이유는 당시 문준용씨를 둘러싼 의혹이 주목받으면서 일상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상황이 이어지자 당 안팎에서는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의 입장 발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찌 됐거나 조작된 증거를 당에서 이용해서 선거 운동을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도의적으로 안철수 전 대표도 입장을 발표하기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중간 발표는 박지원 선대위원장에게 향하는 시선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뻔하다"라며 "한편으로는 윗선에 보고했다는 사실을 시인함으로써 그간 국민의당이 극구 부인했던 윗선 지시 가능성을 부여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평당원 개인의 일탈 정도로 덮어버리려 했던 얄팍한 시도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졌다"라며 안철수-박지원 전 대표를 향해 "한 분은 대선 후보였고 한 분은 경륜 높은 정치 9단으로 알려진 분이다. 검찰의 엄정 주사와 두분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기다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