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육 특성 고려 안 한 수목 선정, 식물 枯死 자초...‘공원 기능 상실’ 우려도
  • '서울로 7017' 바닥 균열.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서울로 7017' 바닥 균열.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서울역~회현동~만리동을 잇는 ‘공중 정원’을 목표로, 서울시가 48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조성한 '서울로 7017'이 ‘날림공사’ 논란과 ‘졸속 개장’ 의혹에 휩싸이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조물 균열현상과 부실한 마감처리, 콘크리트 화분에 담긴 식물 고사(枯死), 엄청난 지열 및 반사광에 따른 시민 불편 증가 등 ‘서울로 7017’을 둘러싼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약 열흘 뒤면 개장 두 달이 되는 현재까지, 곳곳에서 드러난 부실공사의 흔적을 목격한 시민들은 “무너질까 겁난다”며 불안감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식재된 식물 상당수가 벌써 말라 죽는 등 생육환경에 대한 적절한 고려 없이 이뤄진, ‘겉만 번드르르한’ 조경(造景)도 비난을 키우는데 한 몫하고 있다.

    최근에는 콘크리트 재질의 바닥재에서 올라오는 지열과 반사광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도 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런 시민들의 비난과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다녀간 방문객 숫자만 강조하는 등 민심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는 지난달 20일 개장한 ‘서울로 7017’을 다녀간 방문객이 203명에 이른다며, 각종 이벤트와 콘서트 등을 위해 적지 않은 홍보비를 쏟아 붓고 있다.

    시는 ‘서울로’ 개장의 효과로 인근 남대문시장 상권이 활기를 띠고 있다며, 순기능만을 강조했다.

  • 지난달 20일, 서울로 7017 개장 후에도 계단 보수 작업 등이 끝나지 않아 시민들이 승강기를 기다리는 모습.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지난달 20일, 서울로 7017 개장 후에도 계단 보수 작업 등이 끝나지 않아 시민들이 승강기를 기다리는 모습.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개장 두 달 째, 아직도 공사 중

    29일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장 후 현재까지 서울로에서는 2건의 구조물 균열과 1건의 시멘트 박리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급수배관 누수, 계단조명 전선노출, 우레탄 시공 바닥재 들뜸, 난간 와이어 탈락 등 하자를 보수하는데 쓴 비용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곳곳에서 부실공사 흔적이 목격되는 서울로 7017.ⓒ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곳곳에서 부실공사 흔적이 목격되는 서울로 7017.ⓒ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서울로의 부실시공 의혹은 이곳을 찾은 시민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큼 뚜렷하다. 서울로 곳곳에서 균열 현상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울로에서 만난 한 시민은 "60년대 시멘트 시공을 보는 듯 하다"는 말로 서울로의 부실한 마감 처리를 꼬집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조물 전체의 안전과 직결되는 균열과 관련해 "콘크리트는 균열이 가는 물성으로 바닥판 껍데기에만 균열이 간 것이라 구조적인 안전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다른 견해도 있다. 취재 중 만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의 설명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당장 안전문제는 없더라도 지속적인 균열은 결국 교량의 전반적 수명을 단축시킬 수밖에 없다”며, 시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공원 개장 후 '신선하다'는 호평은 잠시 뿐, 물이 새는 분수대, 주저앉은 바닥재, 떨어져 나온 우레탄 보도블럭, 이미 말라죽은 식물의 모습은 이곳을 찾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에스컬레이터 오작동, 불결한 엘리베이터 유리창 등 관리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시 설비부는 "승강설비는 기계설치 후 각종 안전센서 조정 등을 위해 통상 약 1개월 정도의 안정화기간이 필요하다"며 "서울로 승강설비도 5~6차례 센서오류 조정 작업을 시행해 현재 정상작동 중"이라고 해명했다.

    시의 해명은, 시민 안전은 고려하지 않은 채 그만큼 ‘서울로’ 개장을 서둘렀다는 반증이라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안전등급 D등급 교량을 1년6개월 만에 공원으로…날림공사 의혹

    ‘서울로 7017’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안전성’이다.

    서울로의 기본 틀이 기존의 ‘서울역 고가도로’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지은 지 47년이나 된 서울역 고가는 1996년, 2006년 연이어 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철거대상 구조물’이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의 지시로, 서울역 고가를 철거하는 대신, 이곳을 공중 정원으로 만드는 계획에 착수했지만, 안전성에 대한 의심과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했다.

    안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했는지 박원순 시장은 “전체 사업비 가운데 40%를 안전보강에 투입할 정도로 안전은 서울로 7017의 대원칙”이라고 강변했다.

    유지보수에 무려 200억, 공원조성에 380억이라는 세금을 쏟아부은 '47살짜리 교량'이 '공원'으로 바뀌는데 소요된 시간은 불과 1년6개월. 박원순 시장이 ‘서울로’의 롤 모델로 삼은 ‘뉴욕 하이라인파크’가 10년 이상의 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사실을 고려한다면, 그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

    추락사고 위험을 해소하는 일도 풀어야할 숙제다.

    난간 바로 아래가 차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가 설치한 안전 펜스의 높이를 지금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시는 개장 당시 만약 있을지 모르는 추락사고 등을 막기 위해 안전 난간(펜스)의 높이를 일반적인 경우보다 20cm더 높은 1.4m로 시공했다고 밝혔으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개장 10일 만인 지난달 30일, 외국인이 이곳에서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서울로 7017 보행로 위 분수대에서 물이 새는 모습.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서울로 7017 보행로 위 분수대에서 물이 새는 모습.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30도 폭염 속 달궈진 콘크리트에 식물 고사 속출

    '공중정원' 혹은 '살아있는 식물도감'이라는 홍보가 무색하게 서울로의 기본 골격은 콘크리트다. 때문에 30도가 넘는 한낮, 이곳은 걸어 다니기 불편할 만큼 엄청난 지열을 내뿜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불편이 거세지자, 급히 천막을 쳐 그늘을 만들었으나 청량감은 거의 느낄 수가 없다. 밑에서 올라오는 지열로 주변 공기가 이미 달궈진데다가, 두꺼운 천막이 대기 순환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바닥재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었고, 친환경적 조경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이런 문제는 매년 반복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시멘트 덩어리를 연상시키는 콘크리트 화분에 식재된 식물의 고사 현상도 심각하다.

    서울시는 보행길에 가나다순으로 50과 228종 2만4,085그루의 식물을 식재했으나, 물에서 자라는 수생식물, 햇빛이 강한 곳에선 잘 자라지 못하는 음지식물 등 생육환경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대상 식물을 선정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 서울로 7017에 식재된 수목이 뜨거운 열기에 고사하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서울로 7017에 식재된 수목이 뜨거운 열기에 고사하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한 시민은 "야경은 볼만하다"면서도, "흙의 중량으로 인해 콘크리트 위에 숲을 만들 수가 없는데 어떻게 식물이 공중에서 잘 자라겠나, 애초 되지 않을 일을 강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영철씨(43, 직장인)는 "서울로7017을 걷다보면 콘크리트 바닥 자체가 짜증스럽다"며 "기왕 공원으로 계속 운영할 거라면 초록색 우레탄으로 바닥을 덮을 경우 지열 감소, 시각적 효과, 걷는 쾌적함 등 여러 면에도 장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식물 고사와 관련 "지속되는 가뭄과 이상고온으로 식재한 수목 중 일부가 고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고사한 수목에 대해서는 우기(雨期)시 교체 식재하고자 하며 잎 마름 현상이 발생한 수목에 대해서는 수목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