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동격서'에 흔들리지 않을 듯, 악수에도 자신감 피력
  • ▲ 28일 오후(한국시각) 대통령전용기 내에서 열린 약식기자간담회 도중 기체가 크게 상하로 몇 차례 요동치자, 대통령 주변의 청와대 참모들이 모두 손을 뻗쳐 천장을 잡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웃으며 마이크를 들고 답변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28일 오후(한국시각) 대통령전용기 내에서 열린 약식기자간담회 도중 기체가 크게 상하로 몇 차례 요동치자, 대통령 주변의 청와대 참모들이 모두 손을 뻗쳐 천장을 잡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웃으며 마이크를 들고 답변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미국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난기류로 기내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홀로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허를 찌르는 기습적인 협상 기술으로 '협상의 귀재'라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심리적으로 완전히 준비된 모습에 든든하다는 평이 일각에서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한 28일 오후(한국시각) 전용기 내에서 동행취재단과 약식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 도중 통상 마찰과 한미FTA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FTA 발효 이후 국제적으로 경기가 가라앉아 전세계 교역량이 12% 줄어들었는데도 거꾸로 한미 간의 교역액은 12%가 늘어났다"며 "한미FTA는 서로 간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길게 답변을 이어갔다.

    이어 "아마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면, 그런 것을 다 떠나서 결과적으로 여전히 한국이 흑자를 많이 보니까…"라고 말을 이어가던 중, 갑자기 전용기가 난기류에 휩싸이면서 크게 상하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아 있던 기자들 사이에서도 '어어어…' 하는 비명이 터져나올 정도로 큰 요동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좌우에 있던 청와대 참모들도 급히 전용기 천장을 붙들며 몸의 균형을 유지하려 애썼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태연하게 마이크를 잡고 홀로 답변을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 미국이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문장을 끝맺었다.

    아울러 기내의 안전벨트 착용 경고등이 켜지고, 주영훈 경호실장이 "비행규정상 앉아야 한다"고 외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답변을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 차례 상하 요동이 거듭되는 와중에도 "그런데 그 (미국의) 적자는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보는 적자보다 한국에 보는 적자가 많지 않다"며 "우리에 대한 적자가 다른 나라들에 대한 적자보다 오히려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상품교역에서는 우리가 흑자를 보고 있지만, 서비스 분야에서는 거꾸로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종합하면 그 적자 폭은 많이 줄어든다"며 "한미FTA가 서로 도움이 되고 있고, 한국기업의 대미투자를 통해서 미국인 고용도 많이 늘어났다는 걸 납득시킨다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FTA에 대한 답변이 끝난 뒤, 다른 취재진이 여름휴가 계획에 대해 물으려 하자 경호실장 등은 "지금 기류 때문에 너무 (전용기가) 흔들리니 안전을 위해 양해를 부탁한다"고 제지하려 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취재진의 질문에 끝까지 답했다. 연차 휴가를 다 소진할 생각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에 좌중 일동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 박수는 비단 연차 휴가를 전부 소진하겠다는 대통령의 답변에 대한 박수가 아니라, 난기류와 계속되는 기체 요동 속에서도 태연한 자세로 취재진과의 문답을 끝까지 마친 대통령에 대한 박수로 보였다는 분석이다.

    기체의 거듭되는 상하 요동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에서 과연 공수낙하 훈련을 거친 특전사 출신답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한미FTA·통상 문제와 관련한 질문 도중 발생한 '돌발 사태'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자신의 말을 끝까지 이어갔다는 점에서 '협상의 귀재' 트럼프 대통령의 성동격서식 '흔들기'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는 것으로 국제 외교가에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끌어당기기식 악수'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감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 도중 관련 질문이 나오자 "아마 트럼프 대통령도 어떻게 악수하느냐라는 것을 세계가, 또 우리 국민들이 아주 관심 가지고 지켜볼 것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겠느냐"며 "두 정상 간에 우정과 신뢰를 보여주는 악수 장면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