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정병국 "특보 그만둬야... 공무출장 여부 조사할터"
  •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가 21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이 몰리자 비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가 21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이 몰리자 비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개인 자격으로 방미했고 언행도 모두 학자로서의 개인 신념이라던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가 현지에서 열린 세미나에 주미한국대사관 직원을 대동하고 자신의 발언을 받아적도록 시켰던 정황이 드러났다.

    문정인 특보를 둘러싼 진퇴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은 문정인 특보의 방미에 사용된 자금의 출처와 대사관 등 공공기관 협조 정도를 계속해서 추궁할 태세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 신안보센터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19일(현지시각) 국내 매체의 워싱턴특파원과 인터뷰를 갖고, 문정인 특보가 비공개 세미나에 대사관원을 배석시켜 자신의 발언을 받아적도록 지휘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크로닌 소장은 문정인 특보의 "개인 자격 발언" 선긋기에 대해 "(지난 16일) 우드로윌슨센터에서의 오찬연설을 앞두고 비공개 세미나에서 문정인 특보는 미국 전문가들과 논쟁적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그 자리에 배석한 주미한국대사관 관계자에게 문정인 특보는 '내 발언을 제대로 받아적고 있느냐'고 지휘했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특보 자격으로 왔으니 (대사관원을 지휘하는 게)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라며 "워싱턴 사람들을 바보로 아는가"라고 덧붙였다.

    당시 우드로윌슨센터에서의 오찬연설에서 문정인 특보는 물의를 빚은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한다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고, 한반도에 있는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를 축소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또, 사드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서는 "주한미군도 한국법 위에 있을 수 없다"며 "환경영향평가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에 걸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측정돼야 하고, 신(神)조차도 그 규정을 건너뛸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러한 문정인 특보의 발언이 있었을 때, 크로닌 소장은 그 자리에 있었다. 크로닌 소장은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우려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크로닌 소장은 "워싱턴에서는 노무현과 김정일의 2차 남북정상회담 10주년 기념일인 10월 4일 전후로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남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트럼프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날을 전후해 북한에 꽤 거대한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10월 4일까지 북한이 일단 추가적인 핵실험만 하지 않으면, 별도의 검증 절차 없이 '핵동결' 중인 것으로 인정하고, 미국의 전략자산 축소나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 등 선제적 조치를 단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한미동맹의 소중함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이번 회담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도 "솔직히 지금은 무사히 끝났으면 좋겠다는 게 현실적인 바람"이라고 털어놨다.

    크로닌 소장은 영국 옥스포드대 출신의 동아시아 군사안보분야의 전문가로, 온건중도 성향의 지한파로 알려져 있다. 그런 크로닌 소장조차도 정상회담이 '무사히 끝나기만 하면 다행'이라는 입장인 것이다.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 조야의 우려 분위기가 얼마나 큰지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공개 세미나에 대사관원까지 배석시켜 자신의 발언을 받아적게 했던 문정인 특보가 이후 자신의 발언을 "개인 자격"으로 선을 그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자체가, 그의 방미가 한미동맹에 어떠한 평지풍파를 불러일으켰는지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권한대행은 본지와 통화에서 "특보가 미리 간 것은 한미정상회담의 사전정지작업으로 간 것으로 봤는데,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갈등을 조장했다"며 "오히려 싸우러 간 듯한 인상을 준 것은 너무나도 잘못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문정인 특보가 자진사퇴하거나, 청와대가 특보직에서 해촉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대표는 "특보 자격이라 대사관에서 '어레인지'를 한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우리 (바른정당)는 문정인 특보가 공금으로 출장을 간 공무출장인지부터 따져볼 생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병국 전 대표도 통화에서 "특보의 자격이라 미국 현지에 도착할 때부터 당연히 대사관에서 케어한 것이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라며 "일반 교수 자격으로 지난해 갔던 스탠포드대 세미나는 언론의 주목을 전혀 받지 않았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사임을 하기 이전에야 상황에 따라서 이럴 때는 대통령특보이고 저럴 때는 교수가 되고 그럴 수가 있겠는가"라며 "(개인 자격이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고, 그러려면 특보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