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위조죄, 기소시 벌금형 선택 못해…집유 가능한 중범죄주광덕 "안 후보자 법대교수 시절 조국 민정수석은 조교"
  • ▲ 안경환 법무부장관후보자의 지명 결격사유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미리 알았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국회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선 안경환 후보자와 조국 민정수석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안경환 법무부장관후보자의 지명 결격사유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미리 알았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국회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선 안경환 후보자와 조국 민정수석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명 강행을 놓고 국회와 대치 중인 청와대 배후에서 안경환 법무부장관후보자의 혼인위조라는 돌발 악재가 터졌다.

    국무위원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맡고 있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를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미리 알았든 몰랐든 책임론을 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안경환 후보자는 지난 1975년 5세 연하의 김모 양의 도장을 몰래 파서 경남 밀양군 부북면장에게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 이듬해 이러한 사실이 호적에 등재된 것을 알게 된 상대 여성은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청구인(안경환 후보자)은 청구인(김모 양)과 혼인신고가 돼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되고 혼인을 하리라 생각하고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마쳤다"며 "당사자 간의 합의가 없는 혼인신고는 당연히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해 안경환 후보자는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70년 인생을 되돌아볼 때, 20대 중반 청년 시절에 가장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나만의 이기심에 눈이 멀어 당시 사랑했던 사람과 그 가족에게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즉시 잘못을 깨닫고 후회했으며, 스스로를 치료하면서 내 생애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후회와 반성을 통해 나의 이기적인 모습을 되돌아보고 참된 존중과 사랑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오래 전 개인사는 분명히 내 잘못이나, 그 일로 인해 내 인생이 전면적으로 부정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민의 여망인 검찰개혁과 법무부의 탈검사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법무부장관후보자로 지명된 안경환 후보자의 행위는 사인위조·부정사용,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다. 형법 제297조부터 열거되는 성(性)범죄와는 다르지만, 사회적 법익과 관련한 문서·인장범죄로 무겁게 다뤄지고 있다.

    사인위조·부정사용죄는 재판부가 벌금형을 선택할 수 없고, 유죄가 인정될 경우 형법 제239조에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중범죄다.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도 형법 제228조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범죄행위에 대한 형사적 조치가 어떻게 됐는지도 새로운 의혹이다. 안경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해야 할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에게 제출된 범죄경력조회에는 나타난 전과가 없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면 5년이 경과한 뒤에는 범죄경력조회나 수사경력조회에서 삭제되는 게 상례다. 다만 경찰내부망의 수사자료에는 여전히 남는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같은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범죄경력조회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경찰내부망의) 수사자료를 조회해보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근거가 나올 것"이라며,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했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안경환 후보자의 '혼인위조' 전력을 사전에 인지했느냐의 여부다.

    처분일로부터 5년 이상이 경과된 기소유예 전력은 본인이 스스로 조회를 해도 범죄경력에 나타나지 않는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사람이 기업 등으로부터 부당한 제출 요구를 받았을 때,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경찰내부망의 수사자료에는 영구히 보존되기 때문에,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청와대 '민정라인'에서는 이를 조회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의지가 있었더라면, 사전에 이와 같이 중대한 흠결을 걸러낼 수 있었다는 뜻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이를 알았는데도 인사가 강행됐다면 문제이고, 조회를 하지 않아 몰랐더라도 또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 민정수석은 안경환 후보자가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일 때, 임용심사를 거쳐 그 자신도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임용됐다. 안경환 후보자가 국가인권위원장일 때, 인권위원을 맡기도 했다.

    주광덕 의원도 "안경환 후보자가 법대 교수 시절 조국 민정수석은 조교였고, 참여연대에서도 일을 했다"며 "후보자가 인권위원장 재직 당시 민정수석은 인권위원을 지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정수석과 후보자는 특별한 친분이 있다"며 "인사검증 부실책임이 큰 것은 조국 민정수석"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후보자와의 '특별한 친분' 때문에 잘 안다고 생각해 수사자료를 조회하지 않는 등 인사검증을 게을리 했거나, 이를 인지했는데도 지명이 강행되는 등 인사검증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오전 청와대 핵심참모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관련한 내용의 회람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경환 후보자의 해명 기자회견이 있을 예정이라는 사실만 보고됐을 뿐,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후보자의 결격사유를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도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