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된 정부니 더 지켜봐야"… 이달말 방미 부담감 급증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딕 더빈 미국 상원의원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딕 더빈 미국 상원의원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했던 미 의회의 유력 정치인 딕 더빈 상원의원이 면담 결과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함과 동시에 계속해서 사드 배치를 압박하는 등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내의 일부 전문가 발(發)로 제기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는 일단 거리를 뒀다. 이달말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의회 내의 복잡한 여론에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가 무겁다는 지적이다.

    더빈 의원은 13일(현지시각) 국내 유력 매체의 워싱턴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반은 좋아하고, 반은 싫어한다'고 해, 놀랐다"며 "한국을 지키기 위해 있는 주한미군의 안전이 걱정돼 기분이 상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한 더빈 의원은 이후 국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면담 결과에 대한 실망감을 가감없이 표출하고 있다.

    더빈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방한할 때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문재인 대통령 면담의) 중심 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도 "누구를 만나도 사드 이야기가 나왔고, 언론에서도 사드가 계속 거론돼 이것이 심각한 논쟁거리인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 면담 때 거의 모든 시간을 사드에 할애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이 왜 한국에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앞서 연합뉴스 및 워싱턴이그재미너 등과의 인터뷰에서, 방한했을 때 우리나라의 TV뉴스 등에서 계속해서 사드가 논쟁거리가 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애초에는 단순히 새 대통령의 취임 축하 예방 차원이었으나, 사드가 큰 논란거리인 것을 깨닫고 면담 때 집중적인 문제제기를 했다는 뜻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더빈 의원은 우리 정부가 사드의 실전 배치를 더 이상 논란거리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더빈 의원은 "만약 내가 한국에 산다면 북한 지도자가 매일 나와 내 가족을 겨냥하는 무기를 내놓는 상황에서, 누군가 9억2300만 달러짜리 방어시스템을 제공한다면 '고맙다'고 말할 것"이라며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인데 '이것에 대해 토론을 좀 해야겠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7일 상원 예결위 육군예산청문회에서 밝혔던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더빈 의원은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인데다, 예결위 국방소위 간사를 맡고 있다. 미국은 의회가 예산심의권 뿐만 아니라 예산편성권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회에서 매우 영향력이 강한 정치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회지도자가 지난 면담에 대한 실망감을 밝히며,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거듭 압박하는 것은 이달말 미국 순방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28일 출국해 내달 1일까지 워싱턴DC에 머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소화할 뿐만 아니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상원의장 겸임) 등 입법부의 주요 인사들과도 별도의 일정을 가질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더빈 의원은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이 사드 배치 결정이 번복될 경우,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구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서는 거리를 뒀다.

    더빈 의원은 "현 정부에서 그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나는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돌아가신 나의 두 형은 한국전쟁 당시 해군으로 복무하며 한국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며 "그동안 미국은 한국을 지켰고, 한국도 미국과 함께 노력해왔다"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앞서 워싱턴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중(親中) 협력 가능성을 점친 발언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서도 해명을 했다.

    더빈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북한에 대해 어떻게 할지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불확실하다고 한 것"이라며 "이제 한 달 된 정부이니까 더 지켜봐야 한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