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인지도 기반으로 우위 예상됐지만 조직·세력에서 뚜렷하지 않아
  • ▲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는 7·3 전당대회 출마를 에둘러 언급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는 7·3 전당대회 출마를 에둘러 언급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우위가 예상됐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답답한 처지를 토로하는 상황에서 5선 중진 원유철 의원이 도전장을 내미는 등 치열한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호지세가 돼 버렸다"며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는 입장이 돼 버렸다"고 했다.

    홍 전 지사는 "곤혹스럽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며 "양해바란다"고 덧붙였다. 

    홍 전 지사의 이같은 발언은 당권 도전 계획에 일정 부분 차질이 생긴 게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왔다. 그는 당초 오는 전당대회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목됐다. 탄핵정국 속에 치러진 지난 19대 대선에서 홍 전 지사는 자유한국당에 25% 득표율을 안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선 직후부터는 페이스북을 통해 꾸준히 당권 도전을 암시해왔다.

    그러나 홍 전 지사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는 이렇다할 당내 조직이나 뚜렷한 계파가 없다. 인지도에서 우월하다고는 하나 당원들의 비중이 절대적인 전당대회에서 마냥 유리한 입장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대선 이후 자신을 중심으로 힘으로 모으는데 어려움을 겪는게 아니냐는 말이 뒤따르는 이유다.

    '독불장군식' 행보도 홍 전 지사의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문제 발생 시 대화나 타협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비난과 비판을 즐겨하는 강경 성향에 대한 지적이다. 홍준표 전 지사가 친박계를 '바퀴벌레'에 비유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당 일각에서는 대선 책임론도 제기하고 있다. 영남 지역을 제외한, 특히 수도권에서 참패한 것은 뼈아프다. 이견이 있지만, 대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홍준표 전 지사에게 당을 휘어잡을만한 강력한 리더십이 있느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페이스북 포스팅. ⓒ홍준표 전 지사 페이스북 화면 캡처
    ▲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페이스북 포스팅. ⓒ홍준표 전 지사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런 상황에서 원유철 의원이 출마선언을 했다. 원 의원은 15일 오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혁명을 통해 강한 자유한국당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원유철 의원은 "민생중심의 정당, 생활정치정당을 만들고 정의롭고 쿨한 정당으로 뼛속까지 바꾸겠다"며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지키는 대한민국의 합리적이고 건강한 정치세력으로 다시 우뚝 설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를 간청한다"고도 언급했다.

    원 의원은 33세에 15대 국회에 입성, 5선을 지낸 젊지만 경험이 풍부한 정치인이다. 그간 계파색이 옅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지난 19대 국회에서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친박계에 가깝다는 평을 받았다. 친박계가 당내 최대 계파를 이루는 주류세력임을 감안하면, 원유철 의원의 등장은 홍준표 전 지사에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원 의원은 수도권 인사로 확장성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스로 "24%의 홍준표와 76%의 가능성이 있는 원유철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홍준표 전 지사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당 원외당협위원장 협의회 회의에 참석, 원 의원의 발언에 대해 "원유철이가 (당대표를) 하면 (지지율) 100% 하겠네"라고 비꼬았다.

    홍 전 지사가 말한 '100%'는 자신의 대선 득표율 24%에 원유철 의원이 말한 76%를 산술적으로 합산한 수치다. 탄핵정국이라는 쉽지 않은 선거에서 어렵게 얻어낸 득표율임에도 원유철 의원이 혹평을 늘어놓자 불쾌감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다른 변수들도 계산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전당대회가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시계(視界)제로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박계로 분류되던 신상진 의원은 이르면 이번 주말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친박계로 분류되는 유기준·홍문종 의원 등도 아직 명확하게 불출마 의사를 나타내지 않았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향후 '선거 구도'가 명확히 드러나면 복잡한 상황이 차근차근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원유철 의원이 얼마나 친박계 세력을 폭넓게 규합할 수 있을지, 홍준표 전 지사가 얼마나 비박계와 초·재선 들을 한 데 모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현재의 친박계가 예전보다는 많이 약화됐고, 홍준표 전 지사측도 세력이 크다고 할 수 없어 규정하기에 따라 친·비박 뿐 아니라 친·비홍 등 여러 방향의 선거 프레임이 가능하다"며 "누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로운 보수의 비전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확장성도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