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자금세탁방지규정’ 통해 ‘정치적 주요인물’ 금융정보 수집
  • 지난 3월, 김정남 암살 이후 세계 언론들이 모여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 앞에서 대사관 직원이 기자들에게 짜증을 내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3월, 김정남 암살 이후 세계 언론들이 모여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 앞에서 대사관 직원이 기자들에게 짜증을 내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외교관들이 불법적인 사업을 벌여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 자금을 대고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제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2일, 안드레아 버거 英합동국방안보연구소 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대북제재 및 이행 관련 보고서 ‘기초 없는 집’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안드레아 버거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북한 대사관과 관계자들의 은행 계좌, 외교 행랑, 개인 수화물 등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구입, 무기 밀매 등 북한의 불법활동에 이용돼 왔다”면서 “북한 외교관을 뇌물 또는 부패 노출 위험이 큰 정치적 인사를 의미하는 ‘정치적 주요 인물(Politically Exposed Persons)’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외교관이 ‘정치적 주요 인물’로 지정될 경우 주재국 정부는 금융기관이 관련 계좌정보를 금융정보기관에 제공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북한 외교관들의 금융거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자금세탁방지 업무규정’ 제64조에 따르면, ‘정치적 주요인물’이란 외국 정부의 입법·사법·행정·국방 관련 고위인사, 주요 해외 정당 관리자, 외국 국영기업 경영자, 왕족 및 귀족, 종교 지도자들로 현직이거나 물러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사람들을 의미하며, 규정에 따르면 그들의 가족과 관련 기업 또한 ‘자금세탁방지 업무규정’에 따라 주요 금융정보를 확인하도록 돼 있다.

    안드레아 버거 연구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270호와 2321호에 따라 각국에 있는 북한 외교관 수를 줄이고, 주재국에서 사용할 은행 계좌를 1개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유엔 회원국들이 실제 이행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서방 국가에서는 특히 은행 계좌를 제한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지적했다.

  • 한국의 '자금세탁방지 업무규정' 가운데 '정치적 주요인물' 관련 부분. ⓒ韓금융투자협회 법규정보시스템 화면캡쳐.
    ▲ 한국의 '자금세탁방지 업무규정' 가운데 '정치적 주요인물' 관련 부분. ⓒ韓금융투자협회 법규정보시스템 화면캡쳐.


    북한 외교관이라는 점만으로는 각국의 ‘자금세탁방지규정’에 요주의 인물로 지정할 수 없어 이들의 친척 또는 관련 기업에 대한 감시, 추가 계좌 소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안드레아 버거 연구원은 또한 대북제재 대상기관과 연관이 있는 북한 외교관이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지역을 자유롭게 방문하고 있다는 유엔 안보리 전문가 보고서 내용을 인용, “2016년만 봐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이 된 북한 기관 대표들이 앙골라, 중국, 이집트, 이디오피아, 이란, 싱가포르, 스리랑카, 수단, 러시아, UAE 등을 방문하거나 환승지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안드레아 버거 연구원은 “특히 북한과 ‘비자면제협정’을 맺은 40여 개 국가가 우려된다”면서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종료한 우크라이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사례를 들었다고 한다.

    안드레아 버거 연구원은 또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권고사항 가운데 “회원국 내 북한 외교관 수를 줄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어떤 근거로, 어떻게 북한 공관원의 수를 적절히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이 없다”고 지적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안드레아 버거 연구원은 “북한 외교관들이 ‘비엔나 협약’에 따른 면책특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와 유엔이 대북제재 결의를 통해 이를 제한하려 했던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내용 가운데 미비한 조항의 보완을 촉구했다고 한다.

    현재 북한 김정은 집단은 2016년 3월부터 세 차례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되었음에도 “아무리 제재를 해도 우리는 끄떡없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이를 두고 북한 김정은 집단을 비공식적으로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中공산당·러시아 정부의 행태와 함께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자체에 ‘구멍’이 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