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전 시작한 제1·제2 야당, 朴 전 대표 노골적 구애에 당내에서도 볼멘소리
  • ▲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왼쪽)와 자유한국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 (오른쪽). 두 사람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부딪친 바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왼쪽)와 자유한국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 (오른쪽). 두 사람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부딪친 바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문재인 정부 초반 성패의 분수령인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제1·제2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서로 캐스팅보트를 쥐기 위한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한국당은 107석이라는 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주도권을 쥐려하지만, 국민의당의 갈지자 행보에 못내 불편한 모습이다. 겉으로는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도 결정적인 국회 의결 과정에서는 결국 여당편을 드는 국민의당의 행태가 못마땅한 표정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당 인사청문회대책회의에서 "야당이 부적격 인물을 정략적 발상에서 혹은 특정지역의 민심 눈치를 보며 통과시키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며 "제가 같은 야당인 입장에서 '사쿠라 정당'이란 표현은 쓰고 싶지 않지만, 지금처럼 오락가락, 갈팡질팡 행보를 계속한다면 결국엔 그런 말까지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원내대표는 다음날인 7일 오전 라디오 방송에서도 "다른 공직자(청문회 대상자)에 대해서도 입장을 바꾸는 것으로 봤을 때는 잘못하면 여당의 2중대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당은 정부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준여당'으로서 역할을 하는 새로운 정치의 패러다임을 구축할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이) 거대 양당 시절 꿈을 아직도 깨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양당의 신경전은 이낙연 총리 인준 과정부터 시작됐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이 세운 인사 5대 원칙을 저버렸다"라고 꼬집었고,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호남 총리니까 국민의당이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하지만 (인준 여부는) 국민이 공감하는 수준의 원칙과 도덕성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라 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지난달 29일 의원총회를 거치며 태도가 급변했다. 국민의당은 이낙연 총리 인준에 협조한다는 기조아래 '자유투표'로 입장을 바꿨다. 비판은 하면서도 대승적으로는 협조키로 한 것이다.

    두 야당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박지원 전 대표가 한 술 더 뜨고 나왔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께서 집권 초기에 국회에서 최소한 180석 이상의 협조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박 전 대표는 "총리 인준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국민의당의 역할로 총리 인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무사히 통과했다"고 자화자찬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문재인 정부에는 그랜드 디자이너가 없다"며 자신의 역할을 거듭 어필했다.

  •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업로드한 글. ⓒ박지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업로드한 글. ⓒ박지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박 전 대표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에 협력할 수 있음을 내비치면서 향후 야권에서의 캐스팅 보트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의 '큰 그림'을 돕는 역할을 자처, 호남 정서와 각을 세우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뽐내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이를 지켜보던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보다못해 박 전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쳇…"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대선 당시에는 문재인 후보 비난에 열을 올리다가, 새정부인사에 호남 출신이 중용되자 곧바로 같은 편에 선 것에 대해 불쾌한 감정이다.

    박 전 대표는 이에 "왠 쳇?"이라는 댓글을 다시 달았지만 정 전 대표는 응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박지원 전 대표의 행보가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국민의당 내부에서조차 볼멘소리가 새어나온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문모닝'이라는 말을 들을 때와 태도가 180도 변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안모셔가니 나를 봐달라 고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며 "호남 민심을 고려해 민주당을 옹호하고, 향후 민주당과 모종의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