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시작 전부터 외교부 당국자 퇴장·자료제출 부실 등 분위기 어수선
  • ▲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사진은 강경화 후보자.ⓒ뉴데일리=공준표 기자
    ▲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사진은 강경화 후보자.ⓒ뉴데일리=공준표 기자

    내정된 뒤 다양한 의혹을 받았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7일 열렸다. 강경화 후보자는 각종 의혹들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로 일관했다.

    인사청문회는 시작 전부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지금 외교부 관리들이 너무 많이 나와 있다”며 “(여기는) 후보자 도덕성 검증을 하는 시험장이다. 후보자를 검증하는데 (외교부 관리들이 많이 온 것은) 사전을 들고 와서 시험 보는 격이 되는데 어떻게 공정·엄정한 검증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박주선 의원은 “청문회 지원 실무인력을 제외한 외교부 직원들은 즉시 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심재철 위원장은 “실무팀을 제외하고 퇴장해도 좋다”고 말했으며, 김홍균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 정병원 동북아시아국장 등이 자리를 떴다.

    외교부 당국자들이 자리를 뜬 후 강경화 후보자의 자료제출 부실 문제가 불거졌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후보자 경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위장전입 등 이런 문제에 대한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것을 정확하게 검증하기 위해서는 자료 제출이 되지 않고서는 정확하게 규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의원은 “부당한 의혹제기라고 생각한다면 자료를 제출하면 해명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라도 오전 중으로 꼭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경화 후보자는 자료가 미비한 점을 사과하며 “아들 출입국 관련 내역이라든가 어머님이 살고 계신 다세대 주택 관련 서류 등을 챙겨서 오전 중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 ▲ 사진은 자료를 살피고 있는 외통위 위원들의 모습.ⓒ뉴데일리=공준표 기자
    ▲ 사진은 자료를 살피고 있는 외통위 위원들의 모습.ⓒ뉴데일리=공준표 기자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여당 의원들은 강경화 후보자의 역량을 소개하고 새 정부 장관에게 기대하는 바를 언급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세간에서 제기됐던 의혹들을 추궁하거나 정책을 검증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엔 사무총장 인수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는 등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면서 “세계 무대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은 (외교부) 사령탑으로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칭찬했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非고시 최초의 여성 장관으로서 외교부의 순혈, 폐쇄, 계파 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설 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경화 후보자는 여성으로서, 남성보다 훨씬 어렵게 이 자리까지 올라왔을 것”이라면서 “청문회를 잘 통과하길 기대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야당 의원들은 강경화 후보자를 향해 집중공세를 폈지만 속 시원한 대답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5.24 조치 해제 및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한 외교안보 철학과 지식을 묻는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강경화 후보자는 “국제적인 환경이 많이 변화한 부분이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도 있다”면서 “긴밀한 공정 아래 주변국과의 논의를 통해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강경화 후보자는 “개성공단 문제는 남북 간 긴장완화와 신뢰를 쌓고 남북 경제협력 교류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 사업을 처음 실시했던 당시 상황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환경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라며 “향후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고 국제사회의 대북 기조 변화 등 여건이 조성돼 재가동 문제가 본격 검토될 때에나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강경화 후보자는 개성공단 재개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원회 위원들과 긴밀히 협의,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 ▲ 사진은 질문을 경청하고 있는 강경화 후보자의 모습.ⓒ뉴데일리=공준표 기자
    ▲ 사진은 질문을 경청하고 있는 강경화 후보자의 모습.ⓒ뉴데일리=공준표 기자

    강경화 후보자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부분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와의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여부를 묻는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강경화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면서 “세금 탈루와 관련해서는 여러 증빙서류를 첨부하던 중에 내야 할 세금을 안 낸 부분이 있어 청문회 준비 과정 중에 냈다”고 해명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미국의 경우 탈세한 사람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사례가 한 건도 없다”며 추궁하자 강경화 후보자는 “외국에서 오래 일을 하고 생활을 하다보니까 재산관리를 남편과 별도로 했고, 우리 부부는 처음부터 그렇게 살아왔다”며 “때문에 납세 의무에 대해 서로 몰랐던 것이 있는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경화 후보자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건물 매매 과정에서 금액을 축소 신고,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의도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강경화 후보자는 “2004년 제가 유엔 주한 대표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집이 제 소유로 돼 있고 친정 어머니가 살고 있었다”면서 “2003년쯤 연립주택에 4가구가 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웃 중 한 명이 ‘낡고 헐었으니 재건축을 하자’고 제안해서 업자를 통해 재건축을 해서 8채 짜리로 새로 지었다”고 해명했다.

    강경화 후보자는 “그 과정에서 대표 이름이 필요해 친정 어머니께서 입주민이 하자는 대로 제 이름을 올렸고 부동산 등기법에 따르면 당시 4세대로 보존등기가 되기 때문에 부득이 저와 다른 세 사람이 매도자가 됐다”면서 “실제 매매대금은 시공자가 건축비로 충당하기 위해 직접 받아갔다”고 답했다.

    강경화 후보자는 “시공사와 매수자가 직접 거래해 친정 어머니도 이 부분을 잘 모르고 있고, 저도 외국에 있어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서 “외교부 재직 시 2006년까지는 재산 신고를 했는데 하도 오래돼 서류들이 소멸됐다고 들었다. 현재 물의가 된 상황은 그 이후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1984년 美메사추세츠大 박사학위 논문표절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강경화 후보자는 “인정할 수 없다. 당시에는 그런 기준이 없다”면서 “수 백 페이지 달하는 제 작품이었고 35개 단어가 따옴표 없이 기재된, 기술적인 실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논문 전체가 표절됐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 ▲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강경화 후보자의 모습.ⓒ뉴데일리=공준표 기자
    ▲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강경화 후보자의 모습.ⓒ뉴데일리=공준표 기자

    강경화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증인 불출석을 두고서도 진통이 있었다. 이날 청문회에 증인과 참고인으로 각각 채택된 심치선, 정창용 前이화여고 교장은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위장전입 의혹에서 핵심 인물로 알려진 2명의 증인이 불출석하자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에 여당은 증인들이 고령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두둔했다.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심치선 씨와 정창용 前이화여고 교장은 꼭 출석해야 한다”면서 “고령이고 건강이 안 좋다는 것을 우리가 확인한 바 없기 때문에 말만 가지고 간단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의결을 해서 강제로라도 출석할 수 있도록 영장을 발부해야 한다”면서 거듭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설 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 연세가 만 89세, 우리나라 나이로 91세”라면서 “그 연세에 나오셔서 우리가 바라는 증언을 들을 수 있을지 따로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강경화 후보자의 장녀가 세운 주류수입회사에 前부하직원 우종길 씨와 함께 투자한, 우 씨의 형이자 주주인 우종갑 씨만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를 두고서도 여야 간 공방이 이어졌다.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강경화 후보자의 딸은 주류수입사업을 할 능력과 경험이 없었다”면서 “부하 직원이 하려했던 사업에 (강경화 후보자가) 딸 이름을 빌려 투자한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우종갑 씨는 “동생이 오래 전부터 수입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고 강경화 후보자의 장녀가 회사를 설립하려 하는데 함께 투자하자고 해서 (투자를) 하게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격 높은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듣기 민망하다”면서 “공직자 자제는 사업을 하면 안 되냐”고 반문했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로 지명되기 훨씬 전의 일인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강경화 후보자를 두둔했다.

  • ▲ 목을 축이는 강경화 후보자의 모습.ⓒ뉴데일리=공준표 기자
    ▲ 목을 축이는 강경화 후보자의 모습.ⓒ뉴데일리=공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