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도중 교사가 “당신 어디서 왔어” 거칠게 항의...해당 학교 “담당자 누군지 모른다”
  • ▲ 오마이뉴스 27일자 보도. ⓒ오마이뉴스 캡처
    ▲ 오마이뉴스 27일자 보도. ⓒ오마이뉴스 캡처

    지난 24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국가보훈처 주관 ‘나라사랑교육’을 위해 이 학교를 방문한 외부 강사의 강의를 강제로 중단시키는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강사는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오마이뉴스>가 학교 및 교사들의 입장만 기사에 반영하고, 본인의 발언은 악의적으로 편집을 해서, 자신이 마치 ‘촛불집회 비하’를 목적으로 강의를 한 것처럼 기사를 작성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 강의 절반도 안 끝났는데, 강단 앞에 나가 소리친 교사들

    본지는 이번 ‘나라사랑교육 중단 사태’와 관련, 당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 A초등학교 교사, 국가보훈처 관계자와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담당자와의 통화연결을 거부하면서,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말해 줄 수 없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이에 본지는 부득이 사건 당사자인 양일국 박사(A초교 나라사랑교육 강사)의 증언 및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했음을 밝힌다.

    24일 서울 A초등학교에서는 국가보훈처 주관 '나라사랑교육'이 열렸다. 이날 강사는 한국자유총연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양일국 박사였다.

    양 박사의 강의는 40분으로 예정됐으나,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중단됐다. A학교 교사 2명이 교육내용을 문제 삼으며 강의를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양 박사는 밝혔다.

    양 박사에 따르면 그는 '세계화 시대의 애국심'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준비했다.

    교육내용은 대통령선거에서도 큰 물의를 일으킨 이른바 ‘가짜뉴스’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괴담 혹은 루머의 폐해를 알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양 박사는 설명했다.

    양 박사는, 가짜뉴스 혹은 괴담이 사회혼란을 부추긴 사례로, 2008년 전국을 들끓게 만든 광우병 촛불집회를 꼽았다.

    양 박사는 광우병 파동과 관련, 당시 언론의 오보(誤報)를 소개하면서, 이른바 '거짓뉴스'가 사회불안 요소로 작용했음을 지적했다. 여기에는 MBC PD수첩이, 광우병이 아닌 다른 질병으로 사망한 미국 여성의 사인(死因)을 광우병으로 보도한 사례도 포함됐다.

    양 박사는, 광우병 파동 당시 일부 연예인들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 등의 자극적인 발언을 하면서, 광우병 괴담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원인을 제공했지만, 누구도 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러나 양 박사는 이날 강의 분량의 절반도 소개하지 못하고 강단을 내려와야 했다.

  • ▲ 양일국 박사의 나라사랑교육 강의 교안 일부. ⓒ양일국 박사 제공
    ▲ 양일국 박사의 나라사랑교육 강의 교안 일부. ⓒ양일국 박사 제공


    양 박사와 증언과 오마이뉴스 보도를 종합하면, 당시 학생들을 강당으로 인솔했던 교사 한 명이 강의 중간 갑자기 앞으로 나서 양 박사에게 "당신 소속이 어디야", "무슨 이런 강의를 하고 있습니까"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로 인해 강의는 중단됐다.

    다음은 당시 상황에 대한 양 박사의 설명.

    "선생님 한 분이 갑자기 앞으로 나오더니 학생과 강단 사이를 가로막고, 고압적인 자세로 '당신 소속이 어디냐', '어디서 이런 강의를 하느냐'라고 항의를 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은 40분이었는데 대략 15분밖에 강의를 듣지 않은 상황에서 강의를 중단시켰다.“

    - 양일국 박사.

    양 박사는 교사의 고압적인 태도에 더 이상 강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 학생들에게 강의 본래의 취지를 간략하게 설명한 뒤, 서둘러 강단을 내려왔다고 덧붙였다.

    "바로 중단할 수가 없었다. ‘사실은 이러한 내용으로 강의를 하려 했다’고 설명을 한 뒤, 학생들에게 인사를 했고 박수를 받으며 내려왔다"

    - 양일국 박사.

    그러나 오마이뉴스는 27일자 <초등생 앞에서 '촛불시민' 비하한 국가보훈처 강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예정된 강의가 학교 교사들의 집단 항의로 20여분 만에 중단됐으며, 강의가 중단된 원인이 양 박사에게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 매체는 당시 양 박사의 강의를 중단시킨 것으로 보이는 해당 학교 교사들의 주장을 토대로, ‘국가보훈처 강사가 촛불 시민을 비하했다’며, 양 박사에게 책임을 돌렸다.

    오마이뉴스는 "6학년 한 교사는 '강사가 강의 초반에 2008년 촛불집회 사진을 보여주면서 '너희들 촛불집회를 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더니 '몇 년 전에도 촛불집회가 있었다'고 운을 뗐다"며, "촛불집회에 참여한 많은 시민들이 일부 방송과 연예인 등 소수 몇 명의 거짓 발언에 선동당한 것처럼 폄하했다"라고 전했다.

    오마이뉴스는 해당 교사의 발언을 인용해 "문제의 강사가 당시 촛불시위를 지지한 연예인들 사진을 화면에 쭉 띄우더니 '거짓말쟁이, 나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고 했다.

    양 박사는 “위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오마이뉴스는 제 입장을 소개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강의 내용의 일부만을 단편적으로 보도해, 강의 취지를 왜곡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양 박사는 “‘광우병 촛불시위를 지지한 연예인들이 나쁘다', '거짓말쟁이다'라는 직접적인 발언은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양 박사는 "오히려 교사들이 강의를 중단시켜 모욕을 당하고 강의를 방해받은 사람은 자신"이라며, "강의의 결론은 듣지도  않고 광우병 촛불시위를 사례로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강의를 중단시킨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만약 해당 교사가 강의 중 손을 들어 발언 기회를 청하고 신사적으로 이의제기를 했다면 이후 준비한 강의 내용 일부를 앞당겨 소개하는 등 얼마든지 해명이 됐을 사안이었다.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진행한 강의를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고압적으로 제지한 C초등학교 교사의 행동은 분명 교육자답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 ‘촛불집회’ 비하 의도 있었나?

  • ▲ 양일국 박사의 나라사랑교육 강의 교안 메시지. ⓒ양일국 박사 제공
    ▲ 양일국 박사의 나라사랑교육 강의 교안 메시지. ⓒ양일국 박사 제공


    양 박사는 이번 강의에서 촛불집회나 집회에 참석한 시민을 비하할 목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양 박사는 그 근거로 자신의 강의 교안을 제시했다.

    그는 "거짓뉴스가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임을 설명하기 위해 광우병 괴담을 예로 든 것은 사실“이라며, ”촛불시위 자체를 비하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거짓뉴스의 해악을 경계하자는 의미였다“고 했다.

    현재 A초등학교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처음 “담당 교사가 연수를 가서 연결해 줄 수 없다”고 했으나, 해당 교사의 이름이라도 알려달라는 요청에는 "담당자가 누군지 모른다"고 말을 바꿨다.

    국가보훈처는 “아직 강의 평가단에서 조사를 하고 있어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양 박사는 이달 중 모두 네 차례의 강의가 예정돼 있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더 이상 강의를 할 수 없게 됐다.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교육 지침은, 수요자 측이 해당 강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경우 강의를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양 박사는 "보훈처 직원이 정식으로 입회한 상황에서 같은 내용을 다른 학교에서 강의했고,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훈처 쪽도 제 강의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보훈처 측의 징계조치가 없다는 것은 보훈처도 강의 내용에 문제가 없었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양 박사는 보훈처의 소극적인 대응에 유감을 표했다.

    “강사를 뽑아 놓은 국가보훈처에서, 강사가 모욕을 당해도 가만히 있는데, 나라사랑교육 강사들이 앞으로 어떻게 강의를 하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