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측근 “최순실, K재단 배후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 삼성에 발각되면 문제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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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덱스포츠 홈페이지. ⓒ 조선닷컴


    대통령 선거 다음날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진의 뇌물공여 등 혐의 11차 공판에서, 최순실의 경리 역할을 했던 장OO씨가 법정 증인으로 나와, 독일에서의 정유라 승마지원 상황을 증언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장씨는 최순실이 운영하던 강남의 한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다가 최순실의 눈에 띄어, 최순실이 독일에 세운 법인인 비덱스포츠(코어스포츠)에서 일을 했으며, 주요 업무는 법인 계좌관리와 영수증 처리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장씨에 대한 신문을 통해, 최순실과 박상진 전 삼성그룹 대외협력 담당 사장, 황성수 삼성 전무 등이 덴마크 코펜하겐공항에서 만나, 정유라에 대한 지원방안, 코어스포츠를 경유한 자금 지원 정황 등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특검의 바람과 달리 장씨는 “당시 공항에서 박 전 사장과 황 전무가 최순실과 만난 것은 맞지만, 대화 내용은 ‘들은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장OO씨는 “코어스포츠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한 적은 없지만 소속 직원들은 모두 법인 계좌를 통해 급여를 지급받았으며, 세금과 보험료도 납부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코어스포츠 직원들 모두 독일에서 취업비자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런 사실은, ‘코어스포츠는 정유라 1인 만을 위한 페이퍼컴퍼니로, 삼성은 코어스포츠와의 허위 용역계약을 통해 최순실 모녀에게 70억원이 넘는 금전을 뇌물로 건넸다’는 특검 공소내용의 전제사실에 반한다는 점에서, 재판부의 판단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진 않았지만, 코어스포츠 직원들이 모두 정식으로 취업비자를 받고, 법인 계좌를 통해 급여를 이체받은 사실을 고려한다면, 코어스포츠를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로 보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오전에 증인으로 나온 김OO 독일 비덱타우누스 호텔 전 직원도, 특검에 소환돼 진술한 참고인 조서 주요 내용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내가 직접 내용을 확인하고 진술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이나 내 생각을 얘기한 것”이라며, “삼성과 최순실 사이의 계약 관계나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답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인신문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적극적인 지시 혹은 최소한 묵인 아래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주도적으로 움직여, 최순실 모녀에게 막대한 금전을 뇌물로 건넸다’는 취지의 공소사실을 입증하려고 한 특검의 전략은, 상당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전 중인으로 나온 김OO씨는 지난해 5월 말 독일로 출국해 비덱호텔에서 같은 해 10월 중순까지 근무하고 퇴사했으며, 주요 업무는 호텔 업무와 최순실이 지시한 영수증 처리 및 일부 회계 관련 사무라고 진술했다.

    김씨는 증언에서, 코어스포츠와 안드레아스 사이에 체결된 마필 교환 계약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 “계약서 전체를 보여주지 않아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마필 교환 계약은 안드레아스와 비덱(코어) 사이에 체결된 것이고 삼성은 당사자가 아니죠’라고 묻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이어진 신문에서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서 황성수 전무가 최순실, 안드레아스와 만나 정유라가 탔던 마필의 교환을 논의했다는 말을 들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김씨는, 위에서 언급된 마필 교환 계약 체결에 대해 삼성이 사전 승인을 했다거나 동의했다는 말을 들은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대해서도 “없다”고 짧게 답했다.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장씨는, “한국 승마선수들이 전지훈련을 위해, 매 분기 회사가 운영하는 승마장을 방문할 것이란 말을 최순실에게 직접 들었다”고 증언했다.

    다만 장씨는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 계획이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당시 최씨와 박원오 전무의 사이가 틀어졌으며, 정유라와 박 전무의 사이도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고 증언했다.

    장씨는, “최순실이 개인적으로 쓴 자금을 삼성이 보전해 줬다거나 그런 내용을 삼성에 보고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나는 없다”고 부인했다.

    장씨는 “삼성이 마필의 소유권을 최순실이나 정유라에게 넘기겠다고 한 말을 들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오늘 의미 있는 것은 코어스포츠 직원들의 급여가 법인 계좌서 은행계좌이체 방식을 통해 지급됐으며, 직원 모두 세금과 보험료 등 제세공과금을 납부했고, 정식으로 취업비자를 받았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매 분기마다 정유라 외 승마선수들을 코어스포츠가 관리하는 독일승마장에 보내, 전지훈련을 시키려고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도 중요한 증언”이라고 평가했다.

    만약 해당 회사가 특검의 주장처럼 최순실 모녀에 대한 금전 지원만을 위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면, 최순실이 직원들을 고용하고, 그들에게 급여를 주면서 ‘매 분기마다 승마선수들이 추가로 올 것’이란 거짓말까지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변호인단은 설명했다.

    증인신문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와 횡령 등 공소사실 관계를 밝혀내겠다는 특검의 구상은, 앞선 10차 공판에서도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일 열린 이 사건 10차 공판은, 9차례에 걸친 장기간의 서증조사를 끝내고 처음으로 열린 증인신문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검은 이날,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 전직 승마국가대표 출신 최모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에 나섰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정유라와 함께 승마를 탔다는 최씨는 그러나, 특검에서 진술한 참고인 조서 내용의 중요 부분을 번복하면서, ‘정유라 한 사람만을 위해 삼성이 지원하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른 승마 선수를 물타기용으로 추가 선발·지원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특검 측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박영수 특검에 출석해, ‘삼성 측이 정유라 외에 선수를 추가 선발해 독일 전지훈련을 계획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결정으로 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으나, 이날 법정에서는 “확신은 아니고 누가 결정한 것인지 잘 모른다”고 말을 바꿨다.

    최씨는 “내가 진술서에서 말한 건 개인적으로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한 것이고, 그럴 것이라고 (단정)한 게 아니다”라며, 진술 번복의 이유를 설명했다.

    오히려 최씨는, “삼성전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기 이전인 2007~2008년부터, 삼성은 그룹차원에서 승마단을 운영해 왔고, ‘삼성 승마단’ 소속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위해 해외 전지훈련과 마필 구입 등 다양한 지원을 했다”고 밝혀, 특검의 공소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증언했다.

    이날 최씨의 신문은 새로운 사실도 밝혀냈다. 박영수 특검이 단순 참고인에 불과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새벽을 넘겨 조사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난 것. 나아가 특검이 진술조서의 ‘조사 종료시각’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사실도 확인됐다.

    최씨는 실제 조사시간을 확인하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1월17일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3시까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특검이 작성한 최씨의 진술조서 수사과정 확인서에는 조사 종료시각이 당일 22시50분으로 기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특검이 작성한 진술조서의 신뢰도에 의문을 던지는 대목이다.

    이날 오후에는 K스포츠재단 현판식에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참석했으나, 현장에 최순실은 물론 고영태도 없었으며, “최순실은 재단의 배후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삼성 측에 숨기려 했다”는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의 증언도 나왔다.

    노씨는,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의 최초 발언자이자 최순실의 최측근이었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구속 중)의 대학동창으로, 최순실의 지시를 받고 독일에서 정유라 승마지원 업무를 도왔다고 밝혔다.

    노씨는 “재단 현판식 전 최순실이 (재단을) 실질적으로 운영한다는 사실을 몰랐느냐”는 변호인단의 신문에 “몰랐다”고 답했다.

    노씨는 “증인조차도 K스포츠에 최서원(최순실)이 관여돼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거네요?”라는 변호인단의 추가 질문에도 “네 잘 몰랐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노씨는 재단 현판식 당일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을 만나 인사를 나눴지만, 최순실과 고영태는 자리에 없었으며, 나중에 최순실이 “박상진과 인사를 했느냐”고 물었을 때, 사실대로 말을 하면 해고당할까 두려워 “인사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노씨는 현판식 당일 최순실이 현장에 없었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본인(최순실)이 삼성 만나는 것 발각되면 문제가 커진다고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