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급체계 무너진 뒤 지도자 존칭 사라져…“존칭 안하는 것, 노동당 간부부터 시작”
  • "아니, 얘가 나를 이름으로만 부르네. 누가 가르쳤어?" 보육원을 찾아 쇼를 하는 김정은.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아니, 얘가 나를 이름으로만 부르네. 누가 가르쳤어?" 보육원을 찾아 쇼를 하는 김정은.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2015년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는 김정은을 부를 때 이름이 아니라 ‘위원장’이라고 불러줬다. 생방송에서 누군가 ‘김정은’이라고 하면 정치권이나 모 정부 부처의 압력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일부 한국 언론은 김정은을 부를 때 국무위원장 등으로 불러준다. 반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석에서 ‘정은이’ 또는 ‘김정은’이라고 이름만 부르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5일 “북한에서 김정은에게 존칭을 쓰는 주민이나 학생들이 점차 줄고 있으며, 친구나 가까운 이웃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의 이름조차 제대로 부르지 않고 조롱섞인 별명으로 부르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제 김정은에 대한 존칭은 행사장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붙인다”며 “친구들은 물론 이웃들끼리 마주 앉아 이야기할 때도 김정은의 이름 앞에 존칭을 붙이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장마당 또는 열차 등에서 처음 만난 사람끼리 이야기할 때는 김정은에 대한 존칭을 부르지만, 동네 사람들끼리는 ‘꼭대기 사람’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과거 북한 노동당 간부들을 가리키는 단어였는데, 이렇게 말할 경우에는 처벌이 어렵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에게 존칭을 붙이지 않는 것은 어느날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라 김정일 때부터 친구나 가까운 이웃 사이에서는 종종 있었다”면서 “하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내에서 지도자에 대한 존칭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배급체제가 붕괴된 이후부터라고. 노동당이나 정부가 주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장마당이 합법화되면서부터라고 한다. 장마당이 더욱 활성화된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지도자’의 존재감이 더욱 희박해졌다는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안북도 소식통은 “김정은에게 존칭을 붙이지 않은 현상은 노동당 간부들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동당 지방 당, 사법기관 간부들까지도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을 존칭 없이 부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이 처음 집권했을 때만 해도 ‘젊은 지도자가 나라를 잘 이끌어갈 것’이라는 주민들의 기대감이 상당히 높았다”면서 “그러나 개혁론자인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김정은에 대한 환상을 버렸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아무리 친한 친구나 이웃들이라 해도 그 속에 보위성 요원이 있기 마련인데, 아직까지 김정은에게 존칭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받은 사람이 없다는 점은 노동당이나 정부 내부적으로도 김정은 우상화 체계가 붕괴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북한 소식통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현재 전 세계에서 김정은에게 존칭을 붙여주며 떠받드는 사람은 한국 내 종북 세력과 일부 한국 언론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는 마치 현지에서는 ‘악마’와 같은 시선을 받는 테러조직 ‘대쉬(ISIS)’가 유럽이나 동남아, 북미 지역의 일부 무슬림들에게 ‘존경과 신뢰의 대상’이 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