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투입 없으면 안돼… 전북에 대한 애정의 문제

대선만 7번째 맞이한 새만금, 누가 끝맺을까

87년 함께 공약됐던 동서고속전철은 '대통령지시사업'으로 관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지난달 29일 전북 익산역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전북도민의 30년 한(恨)이 서린 새만금 사업이 시작된지 일곱 번째 대선을 맞이하게 됐다. 과연 이번 대선을 마지막으로 '새만금'이 더 이상 대선 후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을 끝낼 수 있을까.

새만금 사업이란 전북의 큰 강인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를 방조제로 막아 간척하는 사업이다. 1987년 민정당 노태우 후보의 전북 유세 때 공약한지 어언 30년이 흘렀다. 단일 사업으로 "내가 마무리하겠다"라고 공약된 대선만 일곱 번째인 것은 세계 정치사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듯 하다.

덕분에 30년 세월 동안 쇠락해 낙후된 전북의 한으로 남게 됐다. '무장관 무차관'과 함께 전북 홀대의 상징처럼 변했다. 헌정 사상 첫 호남 대통령이 나왔던 김대중정부 5년, 또 호남의 몰표로 창출된 노무현정권 5년에도 새만금은 변함없이 '현재진행형'이었다.

190만 도민의 냉소에는 아랑곳 없이 이번 대선에도 변함없이 '새만금'은 후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29일 전북 익산역광장에서 "새만금을 중심으로 전북을 환황해권의 경제중심으로 키워가겠다"는 일성을 내질렀다.

'전북의 사위'라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1일 전북도의회에서 "새만금에 기업특별시를 만들어 전북 인구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게 만들겠다"며 "국가예산을 새만금에만 줄 수 없으니,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끌어들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질세라 '호남의 사위'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3일 익산역광장을 찾아 "새만금국제공항을 건설하고 항공정비단지를 조성하겠다"며 "새만금 SOC를 구축해서 4차 산업혁명의 미래전략기지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과연 누가 새만금 사업의 결실을 맺을 수 있는 후보일까.

일단 기본적으로 국가예산을 대대적으로 투입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새만금과 양립할 정도로 오랜 기간을 끌어왔던 국책사업으로는 서울과 강원도를 연결하는 동서고속전철사업이 있다. 이 사업도 1987년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공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2011년에 KDI 타당성 미달로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지시사업'으로 착공을 지시해, 마침내 원주~강릉간 복선고속전철 사업으로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내달부터 시험운행이 시작되고, 연말에는 마침내 운행이 이뤄질 예정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지난 1일 전북 전동성당 앞에서 전북사위라는 팻말을 세워둔 채 유세를 펼치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지금 새만금 사업이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매립도 채 끝마치지 않은 상태로 민자를 유치하려는 헛된 노력만 계속되고 있는데, 물이 찰랑거리고 있는 곳에 누가 공장을 짓고 건물을 세우려 하겠는가. 우선은 '대통령지시사업'으로 과감한 국비예산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3일 김제 새만금33센터를 찾은 자리에서 "새만금을 보면 바닷물만 벙벙하다"며 "외국인 투자자가 왔다가도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를 몰라서 그냥 간다"고 토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지난 2월 14일 전북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국책사업이 이토록 시간끌기로 점철된 사업이 또 있었는가 싶다"며 "용지 매립을 포함한 인프라는 국가에서 주도해야 민간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대적인 국비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여섯 번 치러진 대선에서 이를 하지 않겠다고 한 대선 후보는 없었다. 그런데도 그동안 왜 안 됐는가. 원점으로 돌아가면 '의지'와 '애정'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설명이다.

애시당초 이를 공약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1년에 방조제를 쌓기 시작했다. 김영삼정부 때에는 전북이 최대 라이벌이었던 김대중 후보에게 몰표를 줬던 때라, 적극적으로 국가에 뭘 요구하기 곤란한 처지가 있었다.

헌정 사상 첫 호남 출신 대통령이 나왔던 김대중정부 시절이 적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외환위기로 초래된 나라빚과 함께 정권을 인수했던터라 새만금에 국비를 투입할 여력이 없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했던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24일 목포역광장 유세에서 "김대중 하나를 만들기 위해 호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희생과 박해를 받았느냐"면서도 "그분이 대통령이 됐지만, IMF외환위기로 빚을 갚느라 투자를 아무 것도 못해준 것에 늘 죄송하게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렇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렇다치고 호남의 몰표를 받아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왜 안 했는가. 여기에 의문의 방점이 찍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남의 몰표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호남 사람들이 내가 예뻐서 찍었는가, 이회창이 싫어서 나를 찍었다"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이어 2007년 11월 8일에는 서남권의 거점공항으로 육성해도 부족했을 무안국제공항 개항식에 참석한 직후 오찬 간담회에서 "전라도 정치인들과는 정치를 같이 못해먹겠다"고 했다. 이 때문일까. 무안국제공항은 지금도 공항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지난 3일 전북한옥마을에서 연휴를 맞아 몰려온 관광객들과의 기념 촬영에 응하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여기에 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장단을 맞췄다.

2006년 5월 15일,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우당 오거돈 후보를 응원하러 부산을 찾은 문재인 후보는 "APEC정상회의, 부산신항, 북항 재개발, 인사 등 정부로서는 거의 할 수 있는 만큼 부산에 신경을 쓰고 지원을 했는데, 짝사랑을 한 게 아니냐"며 "왜 부산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열거했던 그 사업들에 신경쓴 것의 반만 전북, 새만금에 신경을 썼더라면, 문재인 후보 본인이 지난달 29일 익산역광장에 와서 다시 '새만금'을 입에 올려야 할 일이 애당초 없었을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다.

앞서 열거한 것이 '애정'의 문제라면, '의지'의 문제로 바라볼 때 기회는 있었다.

열우당과 민주당이 분열해, 지금의 민주당·국민의당처럼 호남에서 정당 경쟁 구도를 펼쳤던 2006년이었다. 문재인 후보의 "부산정권" 발언이 나왔던 바로 그 시점이다.

광주와 전남은 민주당 광역단체장을 선택했지만, 전북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열우당 도지사를 선출했다. 열우당이 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건진 광역단체장이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전북에 불행했던 선택으로 끝났다. 전북은 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집권여당을 지지했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열우당은 유일하게 광역단체장을 밀어줬던 전북에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았다.

다시 돌아가서 전북에 대한 애정이 결국 문제다. 새만금이 이번 대선으로 창출되는 정권에서 끝을 맺느냐. 아니면 5년 뒤 도민들이 다시 대선 후보들의 입발린 소리를 들어야 할 것인가.

후보들의 과거 행적과 전북에 대한 애정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배우자 등 후보자 주변의 연고를 중심으로 도민들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때 '전북이 낳은 대선후보'였던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3일 익산역광장 유세에서 "사실 문재인 후보는 전북의 표만 필요로 한다"며 "5월 10일 이후로 전북은 정권의 관리대상지역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철수 후보는 전북이 중심에 서서 하는 만큼 전북의 힘이 필요하다"며 "조직총괄본부장이 정읍의 유성엽 의원이고, 전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총괄지휘하는 상황실장이 전주의 김광수 의원"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5월이면 18개 부처에서 2018년도 예산안의 초벌그림을 그릴 때인데, 여당 정책위의장과 상의하도록 돼 있다"며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익산의 조배숙 의원"이라고 자신했다.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newdaily.co.kr
[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newdaily.co.kr]
Copyrights ⓒ 2005 뉴데일리뉴스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 청소년에 유해한 댓글 과 광고/반복게재 된 댓글은 작성을 금지합니다. 위반된 게시물은 통보없이 삭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