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라도 몰표에 고마워하던가, 은퇴한다더니 또 표 달라고"
  •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3일 전북 익산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김한길 전 의원의 배우자 '명성황후' 최명길 여사와 손을 맞잡고 있다. ⓒ익산(전북)=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3일 전북 익산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김한길 전 의원의 배우자 '명성황후' 최명길 여사와 손을 맞잡고 있다. ⓒ익산(전북)=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청와대 비서실장·민정수석 등을 맡았던 노무현정권 시절, 전라도가 차별받지 않았다는 이른바 '호남홀대론' 부정 움직임에 전북 익산역 광장이 발칵 뒤집혔다.

    국민의당 김한길 전 의원은 3일 전북 익산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며칠 전에 문재인 후보의 선대위원장이 전북에 와서 '노무현정부 때 전라도 사람들을 장관으로 많이 챙겨줬는데, 고마워할 줄을 모른다고 말했다"며 "오히려 홀대받았다고 거짓말을 한다더라"고 전했다.

    이미 초여름이 된듯한 뜨거운 5월 햇살에 양산을 받쳐들고 조용히 유세를 경청하던 2,000여 익산시민들은 이 한 마디에 발끈했다. 시민들은 "말도 안 된다" "무슨 소리냐"는 일성을 질러대는가 하면, 분노에 차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와 양산을 치켜들어 빙빙 휘젓는 모습까지 보였다.

    김한길 전 의원이 전한 말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상호 원내대표가 지난달 26일 전북 완주를 찾아 한 말이다.

    당시 우상호 원내대표는 "노무현정부 때 호남을 홀대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며 "장관을 시켜준 정동영·천정배 의원이 고마운 줄도 모르고 호남을 홀대했다고 국민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북의 아들' 정동영 의원과 '목포가 낳은 천재'라 불리는 천정배 의원이 마치 장관을 할 자질이 전혀 안 되는데도, 노무현정권이 호남을 배려해서 특별히 장관을 시켜줬다는 투다. 마땅히 고마워해야 하는데, 왜 호남을 홀대했다며 불만이냐고 꾸짖는 발언이 나왔던 것이다.

    정동영·천정배 의원은 지금 민주당을 꿰차고 들어앉은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아닌, 원래의 창업주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1996년 총선을 앞두고 촉망받는 호남 출신 인재로 여겨 직접 영입한 케이스다.

    DJ의 새정치국민회의를 통해 정치권에 입문한 이들은, 노무현정권 시절에는 이미 3선 의원의 반열에 올라 한 명은 당의장, 다른 한 명은 원내대표를 맡았다. 경력으로 볼 때, 통일부장관과 법무부장관으로 입각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 셈이다.

    오히려 중진의원인 이들을 내각으로 불러들인 것은, 비서진의 무능으로 국정장악능력이 떨어져 쩔쩔매던 청와대에서 아쉬워 손짓을 한 측면이 크다.

  •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3일 전북 익산역 광장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가운데, 김한길 전 의원과 배우자 '명성황후' 최명길 여사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익산(전북)=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3일 전북 익산역 광장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가운데, 김한길 전 의원과 배우자 '명성황후' 최명길 여사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익산(전북)=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러한 정동영·천정배 의원의 입각을 무슨 호남에 큰 은전을 베푼 것처럼 설명하면서, 하물며 "고마워할 줄을 모른다"고 나무란 것에 호남 민심이 격앙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한길 전 의원은 이날 유세에서 "전북 사람들에게 감사할 줄 모르는 것은 문재인 후보고, 대놓고 거짓말하는 것도 문재인 후보"라고 성토하자, 청중들 사이에서 당장 "맞다" "옳소"라는 거센 추임새가 이어진 것은 이 때문이다.

    이날 유세에서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호남이 문재인 후보에게 93%의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줬는데도 당선되지 못했던 사실도 거론됐다.

    패배의 원인은 본인의 부덕함이 1순위인데도 '조건 없는 양보'로 호남의 몰표를 가능하게끔 했던 안철수 후보에게 '도와주지 않아서 졌다'는 투로 몰아가는 것을 볼 때, 몰표를 줬던 호남에 대한 인식도 능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한길 전 의원은 "5년 전에 문재인 후보가 나섰을 때, 전라도 사람들이 어떻게 했느냐"며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몰아준 것보다도 더 열심히 몰아주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더니 "문재인 후보가 고마워하던가"라며 "여러분이 그렇게 열심히 뛰어줬다면 '내가 부족해 박근혜에게 지고 말았다. 미안하다'고 말해야 맞는 것이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호남 홀대'에 이어 호남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사례에 관해서도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다. 김한길 전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4·13 총선을 앞둔 지난해 4월 8일, 광주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호남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계은퇴하겠다"고 공언했던 사례를 상기시켰다.

    김한길 전 의원은 "호남에서 민주당이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계를 은퇴하고 대선에도 나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호남에서 완패했는데도 정계은퇴는 커녕 또 대선후보로 나와서 전라도에 표를 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준렬히 꾸짖었다.

    아울러 "박근혜패권세력이 나라 망치고 청와대에서 쫓겨났는데, 그 자리에 또다른 패권세력이 들어앉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며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안철수 후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