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찍문에서 안찍문으로 무게 중심 이동, 안철수 더 급해졌지만 단일화 주도권도 흐려져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KBS 방송화면 캡처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KBS 방송화면 캡처

    대선이 막바지로 접어드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막판 단일화 가능성은 있을까.

    '반문연대'를 고리로 두 후보가 힘을 합치면 산술적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넘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지만, 거쳐야할 난관이 산적하다는 지적이다.

    여의도 연구원이 3일 발표한 자체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39.4%,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24.9%,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20.1%,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4.5%,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6.4%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막판으로 갈 수록 안후보의 지지율 하락과 홍 후보의 지지율 결집이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자유한국당 내 기대감이 현실화 된 것이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가 홍준표 후보에 앞선다고 보았던 일주일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숫자다. 당시 홍 후보의 지지율은 이제 막 두자릿수를 회복하고 있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단일화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현실적인 단일화 가능 시한은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오는 4일 전이다. 막판 단일화를 통해 승부수를 띄워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조사는 여의도연구원 자체여론조사로 5월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182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전화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1%p, 응답률은 2.3%다. 보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진은 전남 나주에서 유세당시 모습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진은 전남 나주에서 유세당시 모습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마음은 급한데…안철수, 이제는 단일후보도 장담할 수 없게 돼

    안철수 후보는 4월 초를 기점으로 일부 여론조사에서 문후보를 꺾는 결과도 얻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지지율을 흡수하는 동시에 보수성향 유권자로부터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후보는 이후 TV토론회에서 보수 유권자들을 붙잡아둘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지지율에 조정기를 거쳤다.

    안 후보로서는 무엇보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문재인의 유일한 대항마' 이미지를 잃은 것이 큰 손해이다. 계속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자신에게 가둬뒀다면 언제든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에 손을 내밀며 '단일화 카드'를 써볼 수 있었겠지만, 홍 후보가 지지율을 급격히 끌어올리며 상황이 달라졌다.

    즉,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단일화를 한다면 여론조사 등에서의 우위를 기반으로 홍 후보 지지층을 안고 범보수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았지만 최근 '홍찍문'(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당선된다)에서 '안찍문'(안철수를 찍으면 문재인이 당선된다)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분위기에서는 단일 후보로 자신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다.

    국민의당은 지지율과 상관없이 문재인 후보를 이겨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대선에서 만일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이후부터는 '여당 프리미엄'을 지닌 더불어민주당을 상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멀리는 다음 총선도 장담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마음은 급한데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는 셈이다.

    오히려 이때문에 안 후보가 단일화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국민의당의 생존을 위해 '반문연대'의 기치를 들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서대전공원 유세 현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서대전공원 유세 현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홍준표, 상황 유리한데 과연 단일화 할까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한참 느긋해진 상황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최소 선거금 보전 기준인 15% 이상의 득표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심점을 잃고 안철수 후보에 보수 표심이 몰렸던 4월 초와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보수진영이 절멸할 위기에서 지지율 상승을 견인, 보수를 결집시켰다는 점 자체로 이미 높이 평가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와 있다. 만약 15% 득표율을 넘겨 선거금을 보전받는다면, 차기 당권이나 당 장악력에 있어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더군다나 홍 후보 측은 현재의 상승세가 갈수록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구글 트렌드 등 빅데이터에서 지난 2일을 기준으로 문재인 후보에도 앞서고 있다. 막판 '반문' 후보로 홍 후보가 지목돼 표가 몰린다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도 해볼만하다는 뜻이 된다.

    다만 홍 후보는 이번 선거를 '체제대결'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정권을 넘겨주는 일을 최악으로 보고 있다. 홍 후보에게도 최악대신 차악을 선택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 막대한 선거금 문제, 시너지효과에도 갸우뚱

    다만 이같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난관 때문에라도 단일화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막대한 선거금 문제가 걸려있다.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은 현재까지 천문학적인 선거비용을 쏟아부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당사 건물을 담보대출 잡아 250억 원을 융통한 상태다. 단일화를 하면 양 당중 패한 당은 선거금을 보전받지 못한다.

    4월 18일 지급되는 대선보조금은 의석수 비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124억원, 자유한국당 120억원, 국민의당 87억원이 배정돼 있는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공보물 발간에 필요한 돈만 150억~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어 어느 후보든 패하면 크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두 후보의 시너지 효과에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서로 견해차가 뚜렷한 두 후보가 단일화 과정에서 입장차를 좁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시너지효과가 적은 반쪽짜리 단일화가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이미 두 후보의 입장차가 분명한데다, 서로 단일화 하지 않는다고 수십차례 이상 말해 단일화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단일화 이야기가 아직까지 불거진다는 것 자체가 반문정서가 여전히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