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교체 가능성 높아짐에 따른 위기감, 소신과 신념으로 단결
  •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극심한 정체기에 접어들자, 옥탑방을 떨치고나와 지원유세에 나선 김한길 전 의원과 최명길 여사가 지난 26일 광주챔피언스필드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극심한 정체기에 접어들자, 옥탑방을 떨치고나와 지원유세에 나선 김한길 전 의원과 최명길 여사가 지난 26일 광주챔피언스필드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유력 대선 후보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혹독한 조정기를 겪고 있지만, 주변에서 이탈 현상은 고사하고 오히려 더욱 사람이 모이고 단단하게 뭉치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 2~3주간 극심한 재조정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1~13일 한국갤럽이 설문해 1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37%에 달했지만, 본지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29일 설문, 30일 보도한 여론조사에서는 21.5%였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럼에도 안철수 후보 쪽으로 투신하는 인사들의 행렬은 꾸준하다. 하루에도 각 당 당사에서 수 차례씩 기자회견이 벌어지는,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단체들의 지지 선언을 제외하면, 영향력 있는 입당 사례는 국민의당에서만 발생하고 있다는 평이다.

    스타트 총성은 이언주 의원이 울렸다. 지지율 1위의 이른바 '대세론' 후보가 버티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등지고 국민의당에 투신했다. 입당 이후 안철수 후보의 주요 유세현장과 격전지를 빼놓지 않고 다니고 있다.

    서울대 불문과 출신인 점에 착안해 최근 '잔다르크'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등으로 비견되고 있는 이언주 의원의 행보는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이다. 이언주 의원은 1일에도 광주광역시 집중유세에 박주선 국회부의장 등과 함께 참석해, 안철수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조정기에 접어들면서 일부 친문(친문재인) 성향 댓글부대가 이언주 의원의 입당을 조롱하는 등 '양념'을 쳤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완연한 지지율 조정기에 접어든 이후에도 후속 입당이 나왔다. 민주당을 탈당한 최명길 의원이 입당한 게 그 예이다.

    김한길 전 의원의 활동 재개도 눈여겨볼만하다. 지난해 4·13 총선 이후 오랫동안 정치적 침묵을 지키던 김한길 전 의원은 지난달 24일 옥탑방을 떨치고나와 배우자 최명길 여사와 함께 전국을 돌며 안철수 후보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지난 26일 국제해조류박람회가 열린 전남 완도와 해남, 광주광역시를 순회한데 이어, 30일에는 경기 안양과 부천 등 수도권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가 나선 때가 스스로도 "(안철수 후보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을 정도로 불리한 시점이라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양지(陽地)를 찾기 위해서나, 뒤늦게 전리품에 숟가락을 얹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 오히려 불리해진 시점에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떨쳐일어난 것이다.

    또, 그간 여러 대선후보들이 음으로 양으로 지원을 요청했던 김종인 전 의원도 마침내 통합정부 구성안을 앞세우고 안철수 후보 지원사격을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권에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모습이다.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빠지면 모였던 사람도 흩어지고 세력은 와해되는 게 보통이다. 대선 국면에서 세(勢)란 대선후보의 구심력으로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극심한 내홍에 접어든 바른정당이 대표적 사례인데,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 정체가 계속되자 구심력이 약해지고 원심력이 강해지면서 튕겨져나가는 의원이 나오고 있다. 당의 대주주라는 김무성 의원이 발휘하는 구심력조차 예전만 같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의당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시련을 겪고 있지만, 오히려 더욱 사람이 모이고 단단하게 뭉치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례적인 움직임의 원인은 무엇일까.

    정치권 관계자들은 안팎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이유를 진단하고 있다.

  •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극심한 정체기를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언주 의원은 모든 유세현장이 동행하며 격정적인 지지 호소 연설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전남 목포역광장 앞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 연설을 하고 있는 이언주 의원의 모습. ⓒ목포(전남)=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극심한 정체기를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언주 의원은 모든 유세현장이 동행하며 격정적인 지지 호소 연설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전남 목포역광장 앞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 연설을 하고 있는 이언주 의원의 모습. ⓒ목포(전남)=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가까이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모두 지켜봤던 인사들이, 안철수 후보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한 반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높아지는 집권가능성에 위기감을 느끼며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의 최근 지지율 조정 현상은 TV토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이처럼 유권자는 대선후보의 '이미지'를 소비한다. 일반 국민들은 대선후보를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거의 없고, 설령 유세현장을 찾아가본다 하더라도 손이나 한 번 맞잡아보는 정도다.

    반면 여의도 정치인들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까지 지척에서 대선후보들을 만나며 그의 정치적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수시로 소통한다. 여러 당직을 거치면서 대선후보와 당무를 함께 겪어보면서, 그의 국정 운영 능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가 비록 달변가는 아니지만, 내면에 있는 순수성과 정치개혁에 관한 일관된 의지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실제로 이언주 의원은 24일 전남 목포역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안철수 후보는 기득권의 눈에서 봤을 때는 세련되지 못하고 능수능란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며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이기고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언주 의원의 평가에서도 비쳐졌듯이 '동전의 양면'처럼 민주당 문재인 후보 집권에 대한 위기 심리도 빼놓을 수 없는 측면이다.

    실제로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지를 호소하기 시작한 많은 사람들은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모두 지근거리에서 겪어보고 지켜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김한길 전 의원이다. 김한길 전 의원은 노무현정권 시절부터 문재인 후보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고 교류하며 함께 정치를 했고, 안철수 후보와는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공동대표를 지냈다.

    이런 김한길 전 의원은 26일 광주광역시 챔피언스필드 앞 유세에서 "나는 문재인·안철수 두 분과 10년 이상 잘 알고 지내고 있는 사이"라며 "정답은 안철수"라고 단언했다.

    이언주 의원도 민주당에서 조직본부장이라는 핵심 당직까지 맡았던 만큼 안철수·문재인 두 후보의 '그릇'을 비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이언주 의원은 22일 창원 소답시장 유세 직후 본지 취재진과 만나 "내가 다 겪어보지 않았느냐. 그 패권정치의 실체를…"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종인 전 의원은 안철수 후보와의 교분은 그다지 깊지 않지만,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위기의 민주당을 구하기 위해 문재인 후보로부터 영입돼 구원투수로 등판했으므로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그 실체를 잘 알고 있는 인사라 할 만하다.

    그 외에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손학규 공동선대위원장, 박주선 국회부의장, 주승용 원내대표, 김동철 전 비상대책위원장, 문병호 최고위원 등이 모두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 두 사람과 당내에서 함께 부대껴보고 오래 정치해오며 진면목을 잘 판단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런 정치권 인사들은 안철수 후보의 위기가 다가오고 문재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수록 오히려 더욱 힘을 내서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대선후보들의 '이미지'만 보고 판단하기 십상인 일반 유권자들에게 시사할만한 지점을 던져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 본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꺾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거론되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기라는 것은 패권에서 또다른 패권으로의 '패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라며 "소신과 신념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더욱 뭉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