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신해철 '그대에게' 확보… 신해철법 통과 노력이 계기
  • 17일 오후 경기 수원 지동교에서 열린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대선 유세에서 선거운동원들이 로고송에 맞춰 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17일 오후 경기 수원 지동교에서 열린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대선 유세에서 선거운동원들이 로고송에 맞춰 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5·9 대선의 공식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됨에 따라, 각 후보 진영이 야심차게 준비한 로고송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로고송은 가장 효과적인 대선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꼽힌다. 백마디 말보다 입에 착착 감기는 한 소절 로고송이 더욱 파괴력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동명이인(?)이라고 할 수 있는 DJ DOC의 노래를 차용해 'DJ와 함께 춤을'이라는 로고송을 사용했던 것은 역대 대선 로고송 중에 백미로 여겨진다.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김대중과 함께라면 든든해요"라는 클라이막스 부분의 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지고 있던 안보·경제 분야에서의 불안감을 희석시켰다.

    또 "준비되어 있는 우리 대통령"이라는 가사는 그 자체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핵심적으로 내걸고 있던 슬로건인 '준비된 대통령'을 뒷받침했을 뿐만 아니라, 이 소절의 원래 가사가 "그깟 나이 무슨 상관인가요"라는 점에서 고령으로 인한 불안감을 흘리던 한나라당 측의 공격을 무력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년 뒤에는 한나라당에 의한 회심의 반격이 있었다. 3·12 탄핵의거로 인한 광풍 속에서 치러졌던 지난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인기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인 '오나라'를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절대 고공의 시청률을 자랑하며 방금 전까지 시청자들의 안방에서 울려퍼졌던 '오나라'가 "한나라 한나라 기호 1번"으로 바뀌어 전국 유세차량의 앰프에서 울려퍼지게 된 것은, 절대 불리했던 탄핵정국에서의 선거전 판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각 후보 진영은 5·9 조기 대선의 공식선거운동기간 첫날인 17일부터 로고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로 선거운동원들의 화려한 군무와 함께 로고송이 울려퍼지자 "이제야 대선이 치러진다는 게 실감이 난다"며 어깨를 들썩거리는 유권자들이 있을 정도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이날 경기 수원 영동·지동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노라조의 '고등어'와 박현빈의 '샤방샤방'을 개사한 로고송을 선보였다. 전자는 신나는 분위기로 청년·중도층 유권자에게 어필하기에 좋고, 후자는 로고송의 절대 강자 박현빈의 곡으로서 트롯풍이라 장노년·전통보수층 유권자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유승민 후보 측이 개사한 노라조의 '고등어' 로고송은 클라이막스를 "국민 위한 정치한 세종처럼, 언행일치 실천한 공자처럼, 바른정치 바른말 바른 대한민국을 위해, 위해, 위해"로 개사해 원곡의 톡톡 튀는 느낌을 그대로 잘 살려냈다.

    또 뒤에 이어지는 "국민들의 행복한 내일 위해, 함께 웃는 대한민국을 위해, 굳은 심지 굳은 깡 굳은 의지로 모두 바꿔, 바꿔, 바꿔"도 유승민 후보가 주장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와 후보의 강점을 잘 담아냈다는 평가다.

    박현빈의 '샤방샤방' 로고송은 '샤방'을 음이 비슷한 '사번'으로 개사한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 "유승민을 믿어줘요"로 운을 띄운 뒤 "경제도 사번 사번, 안보도 사번 사번, 복지까지 사번 사번"이라며 "경제는 혁신으로, 안보는 수신으로, 유승민을 믿어줘요"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편 다른 유력 후보들도 공식선거운동기간 첫날을 맞이해 일제히 로고송을 선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홍진영의 '엄지 척'을 오랜만에 민주당이 되찾은 기호 1번을 각인시키는데 사용한다는 복안이다. 영호남을 넘나들며 두루 사용하기 위해 문성재의 '부산갈매기'와 김수희의 '남행열차'도 모두 로고송으로 개사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익숙함'을 택했다. 역대 각종 총선과 지방선거, 재·보궐선거에서 보수정당 후보들의 단골 레퍼토리이자, 로고송의 절대 강자인 박상철의 '무조건'을 확보했다. 이른바 '태극기 세력'들의 집회에서 단골로 활용된 '아, 대한민국'과 함께, 홍준표 후보의 '모래시계 검사'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한 드라마 모래시계 OST도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신해철의 '그대에게'와 동요 '떴다 떴다 비행기'를 개사한 '떴다 떴다 안철수'를 사용한다. 대표 로고송으로 '그대에게'가 선정된 경위는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이 일명 '신해철법(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국회 의결에 전폭적으로 협력한 것에 감사하는 의미에서 유족 측이 사용을 허락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