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한민국 세탁기에 돌리겠다"… 유승민 "대법서 유죄판결 나오면?"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 두 사람은 13일 SBS와 한국기자협회에서 주최한 대선 TV토론회에서 부딪쳤다. ⓒ사진공동취재단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 두 사람은 13일 SBS와 한국기자협회에서 주최한 대선 TV토론회에서 부딪쳤다. ⓒ사진공동취재단

    13일 SBS와 기자협회가 동시에 개최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때아닌 '세탁기' 논쟁이 일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이날 SBS 프리즘센터에서 열린 제 19대 대통령 후보 선거 TV토론회에서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1년만 돌리겠다"고 공약했다.

    홍 후보는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가 국가대개혁을 위해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1년만 돌리고 시작하겠다"며 "대한민국 정치권의 금기사항인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반드시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19대 대통령 후보로 나선뒤,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않고 모두 개혁하겠다는 취지로 '세탁기'를 자주 언급해왔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정권은 물론, 계파갈등으로 인한 폐해를 거론하며 박근혜 정권에게도 '양박'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세탁기'발언은 다른 당 후보들의 표적이 됐다. 다른 후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홍 후보의 '세탁기'발언에 즉각 맞대응했다.

    먼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홍 후보를 겨냥, "보아하니 형사 피고인인데, 본인이 세탁기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홍 후보가 '성완종 리스트' 관련 사건으로 인해 아직 대법원의 상고심을 남겨두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다. 판결문을 보라"고 언급했다. 1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무죄가 났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2심까지 사실을 다투고 상고심에서는 법리를 다투는 재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2심 재판 결과로 인해 홍 후보가 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은 확정된 사실이라는 의미를 담은 주장이다.

    유 후보와 홍 후보의 세탁기 공방은 계속 됐다. 유 후보가 "경남도지사직 사퇴로 14개월의 도정 공백이 발생하는데, 문제가 없느냐"고 하자, 홍 후보는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업 문제는 정부가 해야할 문제"라며 "저는 세탁기에 갔다 나와서, 다시 들어갈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그는 홍준표 후보에 "세탁기에 들어가야 하는거 아니냐"고 공격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그는 홍준표 후보에 "세탁기에 들어가야 하는거 아니냐"고 공격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음 순서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가세했다. 심 후보는 "세탁기를 들어갔다 나오셨다고 했는데 그 세탁기가 고장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심 후보는 앞서 재벌개혁·법인세 인상을 반복해서 외쳤다. 특히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구속과 사면 반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마침 홍 후보는 '기업 기살리기 정책'을 들고 나왔다. R&D, 일자리 등에 투자하는 기업에 감세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자 심 후보가 홍준표 후보를 '재벌 옹호' 프레임으로 공격한 것이다.

    홍준표 후보는 즉석에서 껄껄 웃으며 "그 세탁기, 삼성 세탁기다"라고 유머로 맞받았다. 재벌을 욕 할 수는 있지만, 이와 별개로 대기업들이 만든 제품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심 후보는 "꼼수사퇴로 도민의 참정권까지 막았다"며 다른 방향으로 접근을 시도했지만, 여기에 홍 후보가 되레 역공을 가했다. 그는 "그렇다면 심 후보 역시 대선에 나오셨으면, 4월 9일 이전에 국회의원을 사퇴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며 " 자기들이 사퇴 안해 보궐선거를 없앤 것은 말 안하고, 나한테만 사퇴하라고 주장하는 것이 대체 무슨 원칙이냐"고 직격탄을 쐈다.

    한편 홍 후보의 이날 '세탁기' 발언은 어느정도 계산된 발언으로 해석된다. 홍 후보는 이날 토론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도지사 사퇴 얘기를 한 뒤로 다른 후보들이 나에게 질문을 못하지 않느냐"며 "(이날 토론에서) 아쉬운 부분은 없다. 머릿속에 있는 말을 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